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따라서 피고인은 피해자 중소기업은행이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위 크라샤를 성실히 보관ㆍ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그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크라샤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여 피해자 중소기업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한 혐의(업무상횡령,사기, 배임)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종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유죄로 인정했다.
1심(2017고단1139, 창원지법 진주지원 최성수 판사)은 유죄 (그 밖에 유죄로 판단된 죄와 경합범으로 징역 2년 6월, 업무상횡령 무죄), 2심(2018노2687, 창원지법 제1형사부 류기인 부장판사) 유죄 (그 밖에 유죄로 판단된 죄와 경합범으로 징역 1년 10월, 1심판결 중 유죄부분 파기, 무죄부분 검사항소 기각).
현재 판례는 동산을 양도담보에 제공한 자는 ‘담보물을 보관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82도1829 판결 등). 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전합판결(2008도10479),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전합판결(2014도3363)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82도1829 판결 등 판례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양도담보권’ 설정 여부 또는 담보물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민사이론에 따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 여부 또는 배임죄 성부에 관한 판단을 달리 하여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관 다수의견(10명)은 ➀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여야 하는데, ➁ 금전채무자가 자기 소유의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그 담보물의 가치를 유지ㆍ보전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고, ➂ 따라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 ‘배임죄가 아니라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대법관 김재형, 김선수의 별개의견(2명, 파기환송)이 있고, ‘종래의 판례는 타당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1명, 상고기각)이 있었다.
별개의견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물건을 점유하고 있었으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이 이를 처분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이 곧바로 횡령죄를 유죄로 판단하여 확정시키는 것보다,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환송 후 원심에서 피고인이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부합하다고 판단했다.
반대의견은 담보권설정계약에 따라 ‘담보를 설정할 의무’는 채무자 자신의 사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채권자가 ‘양도담보권을 취득한 이후’에는 채무자의 담보물 보관의무 또는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이에 재판실무도 담보권이 설정되기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타인의 사무’ 인지 여부를 달리 판단해 왔다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