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고등법원 청사 전경.(사진=대구지법)
이미지 확대보기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75)는 지난 1월 15일 오후 1시경 은행 지점에서 창구 직원(피해자)에게 1만원권 10매를 5만원권 2매로 교환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착오로 5만원권 8매가 추가된 50만원을 피해자로부터 받았음에도 40만 원을 돌려주지 않고 이를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대구지법 포항지원 권준범 판사는 지난 5월 30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피고인에게는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고 봐야함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인 대구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서영애 부장판사)는 지난 9월 21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은 이후에는 돈을 주고받는 행위가 종료됐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에 대해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기 전이나 적어도 받는 순간에는 초과 지급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이 인정돼야 하고, 돈을 받은 이후에야 비로소 초과 지급 사실을 인식했다면 사기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해자가 돈을 초과하여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돈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돈을 초과 지급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을 뿐 피고인이 당시 초과 지급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증거는 될 수 없는 점”을 적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이 보는 앞에서 돈을 세어본 후 이를 피고인에게 교부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피해자가 돈을 세어 피고인에게 교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수초에 불과한바, 피고인이 고령임을 고려하면 그가 은행원을 신뢰해 별다른 생각 없이 그가 내어주는 돈을 받았을 뿐 당시 피해자가 돈을 초과 지급한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점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검사는 사기범행의 피해자를 은행원으로 공소를 제기했는데, 정확히는 피고인이 초과 지급받은 금원의 실제 소유자인 대구은행이 피해자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무죄를 선고하는 이상, 실제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위와 같은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아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