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전통의 법조인 선발방식이었던 사법시험이 2017년을 끝으로 폐지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이에 사법시험(사시)을 준비하고 있는 사시생들은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거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닐 경제적 형편이 못 되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은 갈 수 없지만, 법조인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에게 직접 호소하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사법시험 폐지에 항의하고, 존치를 호소하는 글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논란은 법조계에서도 뜨겁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김한규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변협회장은 사법시험 존치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대한법학교수회도 사법시험 존치 입장이다. 반면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으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로스쿨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사법시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사법시험 존치 관련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등을 5명의 의원이 5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서 로스쿨을 도입했기 때문인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발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 출신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7월 29일 국회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함께 ‘사법시험 존치와 그 방법론’을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개최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희망의 사다리’라고 불리는 사법시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사법시험은 고졸 학력의 노무현이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에 판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인생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2012년 청년변호사협회 회장과 제92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나승철(39)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새정치민주연합 자유게시판은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는 글로 도배가 되었군요”라며 자유게시판을 링크했다.
나 변호사는 서울변호사회장 시절은 물론 지금도 사법시험 존치 활동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승철 변호사는 그러면서 “정치낭인이 우리 사회에 큰 문제이니, 정치낭인을 없애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도 없애야겠습니다”라는 촌평을 남겼다.
이는 사법시험을 폐지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 중 대표적인 게 ‘고시낭인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나승철 전 회장이 언급했듯이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홈페이지에는 연일 사법시험 존치 및 로스쿨과 관련한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14일에도 수십 개의 사법시험 존치 관련 글들이 올라왔는데, 비교적 정제된 글들을 선택해 몇 개를 소개한다.
◆ ‘가난한 청년’ ‘지방에 사는 가난한 고시생’ ‘가난한 학생’ 호소
작성자 ‘가난한 청년’은 “전해철 의원님, 제발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항의와 호소했다.
그는 “저는 매일 알바를 하면서 틈틈이 사법시험을 공부하고 있는 청년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로스쿨을 생각해 보긴 했지만 등록금을 집에서 지원해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사법시험제도가 있어서 저는 법조인의 꿈을 꾸면서 가난을 힘들게 느끼지 않고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원님께서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법사위에서 막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저는 꿈을 잃게 됩니다. 저 같이 로스쿨에 갈 조건이 되지 않는 수많은 국민들이 꿈을 잃게 됩니다. 법조인이 돼 대한민국에 힘없는 사람들을 변호하고 싶은데, 의원님이 왜 그것을 막고 계신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항의했다.
그는 “의원님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 아닌가요? 로스쿨을 갈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는 국민을 위한 대표인가요?”라고 따져 물으며 “제발 법사위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막지 마시고 본회의에서 다른 의원님들에게 판단의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고 호소했다.
‘가난한 청년’이 전해철 의원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방문해 사법시험 존치 청원의 소개 의원이 돼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소식을 접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 ‘사시생’은 “이상민, 전해철, 임내현, 서영교, 우윤근 법사위원님 사시 존치 시켜주세요”라며 새정치민주연합 법사위원들에게 호소하며 “저는 로스쿨에 갈 형편도 안 되고, 말 많고 탈 많은 로스쿨에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시존치 시켜서 저 같은 젊은이 꿈을 펼치게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지방에 사는 가난한 고시생’이라고 밝힌 작성자 ‘가난한 학생’은 “새정치 여러분 부디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주세요. 저희 집은 말 그대로 근근하게 살아가는 서민집안입니다. 부디 저 같은 수많은 가난한 서민의 자식들의 꿈을 꺾는 매정한 짓을 하지 말아주세요. 로스쿨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 같은 돈 없는 수많은 서민가정의 아들딸들을 위해서 부디 부탁을 거절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누리꾼들 중에는 작성자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이름으로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작성자 ‘이춘석’은 “로스쿨생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과목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습니다”라며 “우윤근 의원님 로스쿨생들을 위한 학원이 있다는 사실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우윤근 의원님이 말씀하신 대로 로스쿨을 통한 사법 인재 양성이 당신의 바람대로 제대로 되고 있으면 학교 내에서 교육 과정이 다 해결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학원에서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면 도대체 사법고시나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왜 로스쿨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원 수강까지 해야 합니까?”라고 따져 물으며 “이렇게 당신의 이상과 현실이 괴리되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 작성자 ‘문재인’은 “곧 사시 존치 성명 발표합시다”
특히 작성자 ‘문재인’은 “곧 사시 존치 성명 발표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물론 실제 문재인 대표는 아니다.
그는 “제가 참여정부 시절 로스쿨을 도입한 관계로 좀 입장이 난처한 것은 사실이나, 작금의 로스쿨 운영 실태는 로스쿨 도입 시 원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셀 수 없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함으로 인해 이제 본인은 사법시험 준비생들과, 국민여론 등을 감안해 당에서 긴밀하게 협의한 후 사법시험을 계속 존치하기로 결정할 것이니, 로스쿨생들은 자퇴를 불사한 집단행동으로 똘똘 뭉쳐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나는 이틈을 타서 힘 안 들이고 로스쿨 폐지로 나아갈 것을 선언하는 바이다”라고 본인의 바람을 적었다.
작성자 ‘서민’은 ‘곪아터질 로스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로스쿨은 공정하게 법조인 양성하기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현재는 사시가 있으니까 개선한다고 하지만 사시 없어지면, 그야 말로 제멋대로 등록금 올리고 장학금 줄일게 뻔합니다. 학생들만 불쌍한 거죠. 지금은 제식구 감싸려고 학생들도 가만히 있지만 속으로는 열 받고 있을 겁니다. 비싼 등록금 내고 학원 강의 들으러 간다는 게 참”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은 썩은 부위 도려내고 응급수술 해야 합니다. 근데 사법시험이 없어지면 로스쿨은 수술 안 받을 겁니다. 그러므로 사법시험 존치 하에 로스쿨 수술시키고 로스쿨 재활시킨 후에 국민들 대다수가 로스쿨로 일원화해도 되겠다고 합의되면 그때 사시 폐지해도 됩니다. 이게 뭐 그리 어렵습니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작성자 ‘푼돈’은 “사시와 로스쿨 비용은 어떤 상황을 가정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 있으나, 확실히 차이가 나는 점이 있다”며 “로스쿨은 장학금을 받을 수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등록금 등의 마련을 위한 목돈이 필요한 반면에 사시는 누구라도 책값만 있으면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교했다.
그는 “목돈을 구할 필요 없이 누구라도 적은 돈으로 사시는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제발 로스쿨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시라는 대안으로 법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사시 존치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작성자 ‘사법시험존치’는 “문재인, 전해철, 이상민, 박범계, 서영교, 임내현 의원님~”이라고 부르며 “로스쿨 교수부터 실무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법조인 양성을 하겠으며, 로스쿨 교육은 이미 로스쿨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신림동 학원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시랑 똑같은데, (로스쿨 3년 등록금) 1억을 쳐 넣어 로스쿨에 갈 필요 있나요? (법)학부 교수가 로스쿨 교수인데, 왜 우리는 똑같은 수업에 1억 쳐 넣어야 합니까? 로스쿨 가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대출해 주실래요?”라고 따졌다.
작성자 ‘동행’은 “로스쿨 폐지하자는 게 아니고, 사시도 존치해 달라는 것입니다”라며 “전해철 의원님 등아, 로스쿨 폐지가 아니라 사시존치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선택 폭을 좁히지 말자는 것인데,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라고 따졌다.
◆ “사시생들을 중심으로 한 로스쿨 헐뜯기가 도를 넘고 있다”
한편, 작성자 ‘로스쿨’은 “사시생들을 중심으로 한 로스쿨 헐뜯기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여기 게시판만 보아도 사시생들의 로스쿨에 대한 적대감과 무시현상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시생들을 중심으로 한 로스쿨에 대한 적대감과 무시는 사법시험이 존속하는 한 계속될 것이고, 이는 나아가 법조계가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양분되어 서로 대립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두 제도의 병행을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로스쿨이든 사시든 일원화 하십시요”라고 말했다.
나승철 전 서울변호사회장 “새정치 홈페이지에 사법시험 존치 도배”
“정치낭인이 큰 문제이니, 정치낭인을 없애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도 없애야겠다” 기사입력:2015-08-14 23: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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