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언젠가 필자가 야간 근무를 할 때의 일이다. 출소 준비를 하던 수형자가 갑자기 ‘교도소에 더 머물다 가면 안 될까요?’라고 물어온 기억이 난다. 보통 형기가 임박한 수용자는 만기자 거실에서 3일 정도 생활하다 형기 종료일 당일 0시가 임박하면 개인물품과 들뜬 마음을 챙겨 거실을 나서게 된다.
최종 관문인 신분 조회를 통과하면 그토록 원했던 5M 담장 밖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황당한 질문은 당직 계장이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뜸 던져진 질문이었다. 당직 계장과 필자는 당황한 눈 맞춤을 해야 했고, 그저 물끄러미 수형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한시라도 빨리 나가려고 재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의 눈동자는 농담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필자는 혹‘못나겠다고 생떼를 쓸까 봐’ 서둘러 외정문 밖으로 내보내려는 마음뿐이었고, 되돌아오는 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교도소에 또 들어오겠구나’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출소하자마자 무전취식으로 체포되었고, 신분 확인이 안 되어 파출소로부터 전화가 왔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교도관의 예감은 공식적 통계는 없으나 비공식적으로 정확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마땅히 오갈 데 없는 사람이 첫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시간대 출소한 점도 재범의 원인이 되었기에 2015년경부터 출소 시간을 0시에서 오전 5시로 변경한 바 있다.
분류센터는 ‘High Risk Management Center(HRMC)’고위험범죄자 관리센터로 불린다. 고위험군 수형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2016년경 서울지방교정청부터 운영되어 오다 점차 권역별 4개 지방교정청에 모두 직제가 반영되었다. 현재 전국 약 45명 가량의 심리전문가들이 과학적 선별심사와 재범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심사 대상은 2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 중 살인, 성폭력, 폭력, 방화, 마약, 스토킹 등 강력범죄자가 대상이다. 형이 확정된 수형자에 대해 정밀분류심사를 거쳐 위험성 수준을 평가하여 대상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프로그램을 부과한다. 수용기간 중 치료와 재활을 통해 위험성을 낮추고, 범죄성이 낮아진 수형자는 심층 면접을 통해 가석방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는 수형자는 사회 복귀에 앞서 한 번 더 석방 전 심사를 받게 되고, 재범과 밀접한 심리적 혹은 구조적 취약점이 재범에 미칠 영향을 파악한다. 예를들면, 내부적으로 수형 생활 적응력을 평가하는 출역(出役)과 징벌 여부, 그리고 접견 및 보관금 지원 등 보호 관계, 생계 활동 유지를 위한 기술 습득과 자격증 취득 여부 등의 긍정 소견은 보호 요인으로 평가한다.
외부적으로는 가족해체나 취약한 경제적 기반, 불투명한 취업 가능성, 부족한 지지체계 및 사회적 자원, 그리고 무주택 등의 부정적 소견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분류센터는 그저 범죄자를 ‘분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정밀분류심사는 심층 상담을 통해 환경요인, 범죄요인, 그리고 심리적 요인까지 파악한다. 살아온 환경이나 가족 기능, 경제적 기반은 물론 청소년기 학업 중단, 그리고 결혼생활과 직업 활동까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범죄의 발생 배경과 동기는 물론, 촉발요인, 그리고 강화요인 등 범행 유발요인을 세심히 파악한다. 더 나아가 심리적 특성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개인의 성격특성과 인내력, 문제해결능력, 음주습관, 공격성, 도덕성 및 준법의식, 사회적 관계 등도 평가 대상이 된다.
범죄는 개인의 일탈적 선택만의 결과가 아니라, 개인의 특수한 상황과 다양한 요인 간 상호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을 통해 범죄 행동 이면의 개인사나 과거 사연을 살펴야 하고, 상처받은 과거를 털어내어 범죄를 멀리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정밀분류심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담에서 얻어진 정보는 분석과 통합의 과정을 거쳐 범죄 행동을 진단하고 재범 예측의 판단자료가 된다.
모든 수형자는 형이 확정되면 분류심사를 받아야 하며. 대상자에 따라 일반분류심사와 정밀분류심사로 구분하여 실시한다. 일반분류심사는 수형자 단계적 개별처우를 위한 목적으로 일반건강검진에 비유할 수 있으며, 반대로 분류센터에서 실시하는 정밀분류심사는 개별처우뿐만 아니라 출소 후 재범 위험성까지 판단하는 정밀건강검진과 유사하다. 즉, 의심되는 질환을 판별하기 위해 MRI나 CT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하는 것처럼 정밀분류심사도 각종 심리검사 도구를 활용하여 위험성을 평가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더해 과학적 분석결과를 도출해 낸다. 그 결과가 고위험군 분류 및 맞춤형 관리체계 구축에 활용된다.
과거 수용자 처우 중심이었던 교정정책은 분류센터 신설 후 강력범죄자에 대한 재범 관리로 방향을 전환해 나가고 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출소 시간을 변경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주권정부에서 범죄예방특별법 제정과 고위험군 출소자 관계기관 정보공유를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되었고, 최근 발표한 제2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에서도 재범예방 및 재복역률 감소를 통한 국민안전망 구축을 명시한 점도 재범방지를 위한 선제적 관리의 필요성이 확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법무부 분류센터는 신설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분류센터는 고위험군 범죄자의 재범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강력 범죄의 확산을 예방하는 중대한 시대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과 책임에 부합하는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재범예방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강력범죄심사과로 확대·개편하여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광주지방교정청 분류센터 임상심리사 최우진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기고] 아직은 낯선 이름, 법무부 분류센터 10년의 과제
기사입력:2026-04-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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