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영업사원 통장에 입금한 차 계약금 횡령…회사 책임 없다

기사입력:2015-08-12 17:24:05
[로이슈=신종철 기자] 외제 승용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 친구를 믿고 자동차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매매대금 일부를 회사가 아닌 친구의 개인 통장으로 2570만원을 입금시켰던 남성이 돈을 날리게 됐다.

이 남성은 사용자 책임을 물어 회사를 상대로 돈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이 회사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자동차를 사려면 반드시 자동차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특히 계약금 등 차량 값을 통장계좌로 입금할 때는 영업사원 개인통장이 아닌 회사 통장으로 입금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법원에 따르면 독일산 아우디 자동차를 국내에 판매하는 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11년 3월 고교 동창 B씨에게 5400만원인 아우디 승용차를 직원할인가 17%를 적용해 4523만원에 사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B씨는 3월 24일 매장을 방문해 자동차를 시승한 후 자동차 구입의사를 밝히고, 자동차를 4523만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매매대금 중 일부인 2570만원을 A씨에게 송금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자동차를 인도받지 못하자, B씨는 3월 30일 다시 매장을 방문해 주임을 만나 A씨를 통해 자동차를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임이 B씨의 주장에 따라 자동차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지점장은 “직원 A씨로부터 매매계약 체결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고, 계약금도 회사에 입금되지 않았으며, 매매계약 체결 사실이 전산에 입력되지 않은 경우 매매계약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주임이 작성한 자동차 매매계약서를 폐기했다.

그런데 A씨는 B씨로부터 자동차매매대금 명목으로 2570만원을 송금 받아 보관하던 중 임의로 소비함으로써 횡령했다.

이에 B씨가 A씨의 회사를 상대로 “매매대금 2570만원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고, 1심은 2012년 8월 “피고는 원고에게 2056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직원으로 인해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예방할 책임이 있고, A씨의 자동차 매매계약 체결행위 및 매매대금 수령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의 사무와 밀접하게 관련돼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피고는 직원 A씨의 매매대금을 빙자한 편취 및 횡령행위가 비록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직무상 권한을 일탈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로서 A씨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전에 피고의 다른 직원들에게 매매계약 체결 사실을 확인했어야 함에도 그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B씨에게 20%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8민사부(재판장 최복규 부장판사)는 2012년 12월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자동차 매매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A씨의 개인 계좌로 2570만원을 송금한 점, 피고가 사용하는 자동차 매매계약서 양식에는 피고 명의의 계좌가 명시돼 있고, 이 사건 이외에 영업사원이 고객들로부터 자동차의 매매대금 전부 또는 일부를 직원의 개인 계좌로 송금 받은 적은 없었던 점, 원고는 A씨로부터 견적서를 토대로 설명을 받았는데, 견적서에는 고객의 초기부담금이 1456만원으로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가 A씨에게 자동차 매매계약금 명목으로 2570만원을 송금했다고 하더라도 A씨가 개인계좌로 송금받은 것은 피고의 영업사원으로서의 직무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원고는 돈을 송금할 당시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A씨의 행위가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정상가에서 17% 할인된 직원 판매가로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는 욕심과 A씨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유에서 A씨의 개인계좌로 매매계약금 명목으로 2570만원을 송금함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했고, 공평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원고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A씨의 행위가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최근 자동차 매매대금 2570만원을 날리게 된 B씨가 아우디 승용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2013다4753)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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