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정구속 원세훈 파기환송…서울고법 유죄ㆍ무죄 판단하라”

트위터 계정 추론의 기초가 되는 핵심증거 ‘시큐리티 파일’ 증거능력을 인정 안 해 기사입력:2015-07-16 16:37:29
[로이슈=신종철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항소심에서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이 유죄로 인정돼 법정구속 됐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결문 주문만으로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다. 일단 원심이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다니 무죄 취지의 뉘앙스로 읽힌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이고, 무슨 뜻일까. 결론부터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정치관여 및 선거개입을 유죄로 판단한 근거인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OO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텍스트 파일 형식의 ‘425지논 파일’과 ‘트위터 공작’의 트위터 계정 추론의 기초가 되는 핵심증거인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대법원이 항소심 유죄 판단의 최대 핵심 쟁점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두 파일의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전제가 부정되는 이상 원심의 판단은 더 이상 유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법원도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중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인터넷 게시글, 댓글 및 찬반 클릭 행위 등에 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이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트윗글 및 리트윗글 부분과 포괄일죄 및 상상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어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다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판단하지 않은 채, 파기환송했다. 통상 대법원은 형사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파기환송할 경우 유죄 또는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려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예 유죄와 무죄에 대한 판단을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 재판부에 맡겼다.

그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이렇다.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들의 주장과 증명 여하에 따라서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트위터 계정의 범위에 관한 사실인정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법률심인 상고심(대법원)으로서는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의 정치관여 행위 및 선거운동 해당 여부에 관한 원심 판단의 당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국정원의 트윗터 댓글공작 사건으로 불리던 사안인데, 대법원이 트위터에 대한 유죄 판단의 근거를 뿌리에서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이에 파기환송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물론 대법원의 주문대로 선거법 위반에 대한 유죄냐 무죄냐는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의 몫으로 남았다.

▲서울지방법원과서울고등법원이있는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지방법원과서울고등법원이있는서울법원종합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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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진행 및 1심과 2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 조직을 이용해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 글을 게시하거나 리트윗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정치관여 행위를 함과 동시에 국정원장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국정원 공작 댓글’로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를 받았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선거법 위반 무죄에 대해 항소했고, 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법 위반 유죄에 대해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 2월 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모두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전원합의체

▲대법원전원합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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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의 판기환송 판결 왜?…무슨 내용 담겼나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심의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파기환송 판결(2015도2625)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죄ㆍ무죄에 관한 논리적 판단 순서는, 먼저 공소사실에 기재된 인터넷 게시글, 댓글, 찬반클릭 및 트윗글과 리트윗글(사이버 활동) 중 적법한 증거에 의해 심리전단 직원들이 행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이버 활동의 범위를 먼저 확정하고, 그러한 사이버 활동이 객관적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거나 선거에 관련된 것인지를 판단한 다음, 그것이 인정된다면 피고인들의 정치관여 또는 선거운동의 의사 아래 이루어진 것인지를 차례로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공소사실의 사이버 활동이 정치관여 행위 또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실체 판단을 하려면, 우선 공소사실 기재 사이버 활동 중 적법한 증거에 의해 심리전단 직원들이 행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이버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인지에 관한 사실인정이 논리적으로 선행돼야 하고, 이 선행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체 판단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역시 공소사실 기재 사이버 활동 중 심리전단 직원들이 행한 것으로 인정되는 범위에 관한 주장을 먼저 판단해야 하고, 이러한 사실인정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증거능력의 존부에 좌우되므로, 이 부분에 관한 쌍방의 상고이유를 우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이버 활동 범위 확정에 관한 판단을 함에 있어, 검사 제출 증거 중 심리전단 직원인 김OO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텍스트 파일 형식의 이 사건 ‘425지논 파일’ 및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의 중요성이 크다”며 “특히 시큐리티 파일은 검사의 트위터 계정 추론의 기초가 되는 269개의 트위터 계정이 기재돼 있는 핵심 증거”라고 강조했다.

원심은 425지논 파일 및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시큐리티 파일에 기재된 269개의 계정을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계정이라고 인정한 다음, 다시 트윗덱 프로그램에 의한 연결계정을 심리전단의 사용 계정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422개의 트윗덱(TweetDeck) 연결계정을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계정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고 뒤집었다.

재판부는 “425지논 파일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출처를 명확히 알기도 어려운 매우 단편적이고 조악한 형태의 언론 기사 일부분과 트윗글 등이고, 시큐리티 파일 기재 트위터 계정은 그 정보의 근원, 기재 경위와 정황이 불분명하며, 그러한 기재가 정보 취득 당시 또는 그 직후에 기계적으로 반복해 작성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봤다.

또 “업무 수행 과정에서 위 두 파일에 포함돼 있는 업무 관련 내용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된 것인지를 알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심리전단 직원들의 이메일 계정에서는 위 두 파일과 같은 형태의 문서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정은 두 파일이 심리전단의 업무 활동을 위해 관행적 또는 통상적으로 작성되는 문서가 아님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시큐리티 파일의 기재 자체만으로는 그것이 트위터 계정 또는 그 비밀번호라는 사실조차도 알기 어려운 트위터 계정을 모아 놓은 것이 업무상 필요했던 이유와 김OO의 심리전 활동 내용에 대해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들고 있는 사유만으로는 위 두 파일이 형사소송법에 정한 문서에 해당해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나머지 검사 제출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원심의 유죄ㆍ무죄 판단은 모두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 중 트윗글 및 리트윗글을 제외한 2125회에 걸친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의 작성과 1214회에 걸친 찬반클릭 행위가 모두 심리전단 직원들에 의해 행해진 것이라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269개의 트위터 계정과 이를 기초로 하는 422개의 트윗덱 연결계정에서 작성된 트윗글 및 리트윗글에 기초한 원심의 유죄 판단 부분은 425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것인데, 위 두 파일의 증거능력이 없어 위 전제가 부정되는 이상 원심의 판단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인터넷 게시글, 댓글 및 찬반클릭 행위 등에 관한 부분도 트윗글 및 리트윗글 부분과 포괄일죄 및 상상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의 대상이 됨에 따라서 원심을 모두 파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트위터 계정과 그 계정을 사용해 작성한 트윗글 및 리트윗글의 범위가 적법한 증거에 의해 새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 등 나머지 사이버 활동만을 대상으로 정치관여 행위 및 선거운동 해당 여부에 관한 원심 판단의 당부를 살필 수도 없다”며 파기환송을 하면서도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와 피고인들의 주장과 증명 여하에 따라서는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트위터 계정의 범위에 관한 사실인정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법률심인 상고심으로서는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의 정치관여 행위 및 선거운동 해당 여부에 관한 원심 판단의 당부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파기환송 후 원심으로 하여금 이를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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