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대법원대법정에서열린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제공)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내란음모’ 혐의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는 헌법재판소가 작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해산을 판정한 결정적 근거가 된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를 인정한 것과 다른 판단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내란선동 혐의와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동조 및 이적표현물 제작ㆍ소지 등)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석기 대법원 판결, 항소심의 결론을 따랐다”며 “이민걸 부장의 입장이 관철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내란음모를 무죄로 판단한 것을 말한다.
▲조국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
이미지 확대보기항소심인 서울고법 제9형사부(재판장 이민걸 부장판사)는 작년 8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조 교수는 “내란음모죄 성립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대법원의 무죄 판단이) 내란선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며 “그래도 내란선동도 무죄라는 이인복, 이상훈, 김신 등 세 대법관의 소수의견이 나온 건 불행 중 다행이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법원도 “이번 판결은 사실상 최초로 내란선동죄와 내란음모죄의 성립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국 교수는 “그런데 이번 판결은 (작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다시 의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헌재가 (이석기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결정을 내린 이유가 짐작이 가지만, 도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국 교수는 그러면서 “헌재 심의가 대법원 (이석기) 판결 이후까지 계속됐더라면, 그리 쉽게 그리 압도적으로 (재판관 8대 1) 해산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여러 번 말했지만, 헌재는 대법원 (이석기) 판결 후는 물론, 2016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을 보고 난 후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가 없다며 내란음모에 대해 무죄로 판정한 대법원의 판결로 향후 불어 닥칠 헌법재판소에 대한 위기를 염려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이미지 확대보기◆ 이인복ㆍ이상훈ㆍ김신 대법관 “내란선동으로 볼 수 없다” 무죄 의견
이인복ㆍ이상훈ㆍ김신 대법관은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으나 소수의견에 그쳤다..
이들 대법관들은 “내란선동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내란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주요한 부분, 즉 시기, 대상, 수단 및 방법, 실행 또는 준비에 관한 역할분담 등의 윤곽이 어느 정도 특정돼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이석기, 김홍열이 선동한 내용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내란행위의 주요한 부분의 윤곽이 개략적으로나마 특정된 폭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더욱이 이석기, 김홍열이 선동한 것은, 북한과의 전쟁 상황을 전제로 한 후방교란 목적의 국지적ㆍ산발적 파괴행위일 뿐, 이를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러한 국가기간시설 파괴행위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 달성될 수도 없다는 점에서도 이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나아가 이석기, 김홍열이 선동한 것이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내란선동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선동으로 인해 피선동자가 내란으로 나아갈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각 회합 당시의 객관적 정세, 피고인들과 회합 참석자 사이의 관계, 회합의 진행 경위 및 사후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선동에 따라 내란이 실행될 실질적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인복ㆍ이상훈ㆍ김신 대법관은 “결국,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 이석기, 김홍열이 내란을 선동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내란선동에 대해 무죄의견을 제시했다.
▲22일대법원대법정에서열린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제공)
이미지 확대보기◆ ‘지하혁명조직 RO’의 존재 여부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한 마디로 ‘지하혁명조직 RO’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는 헌법재판소가 작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해산을 판정한 결정적 근거가 된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를 인정한 것과 다른 판단이다.
대법원은 먼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강령ㆍ목적, 지휘통솔체계, 조직보위체계 등을 갖춘 조직의 실체가 존재하고, 피고인들을 비롯해 각 회합에 참석한 130여명이 지하혁명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제보자 이OO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피고인들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 130여명이 RO 조직에 언제 가입햇고,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지하혁명조직 RO가 존재하고 회합의 참석자들이 지하혁명조직 RO의 구성원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