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영화 변호인 ‘부림사건’ 피해자 5명 33년 만에 재심 무죄

고호석(58), 설동일(58), 노재열(56), 최준영(62), 이진걸(55) 5명 기사입력:2014-09-25 17:32:45
[로이슈=신종철 기자]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됐던 이른바 ‘부림사건’의 피해자들이 무려 33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부림사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5일 부림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호석(58), 설동일(58), 노재열(56), 최준영(62), 이진걸(55)씨 등 5명에 대한 재심사건 상고심(2014도3168)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춰 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반공법위반 및 국가보안법 위반(재심 전 원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부분), 피고인 고호석에 대한 범인도피 및 범인은닉 혐의에 대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제1심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와 압수물 등의 증거능력, 반공법위반죄 및 국가보안법위반죄에서의 이적표현물의 이적성 판단, 범인 도피죄 및 범인은닉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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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사건은 1981년 9월 부산지역에서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반공법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해 수십일 간 불법 감금하고 고문하며 기소한 사건이다. ‘부산이 학림사건’인데, 이를 ‘부림사건’이라 부른다.

법원에 따르면 1981년 6월 11일 부산대학교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데모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데모사건의 배후인물로 노재열 등을, 그들을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로 고호석 등을 지목하고 검거에 나섰다.

1981년 7월 이들은 법관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이나 가족에 대한 구속통지 없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연행됐다. 이들은 이후 오랜 기간 독방에 갇혀서 범행에 관한 자술서 작성을 강요받았다.

설동일은 연행된 지 28일, 고호석은 연행된 지 18일, 노재열은 연행된 지 6일 만에 자백하는 취지의 자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술서를 작성하자마자 수십 가지의 범죄내용에 대해 사람이 기억해내기 힘든 세세하고 정확한 부분(예를 들면, 참가자들의 대화 순서 및 긴 대화내용)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써야 쓸 수 있는 분량(자술서 100페이지)의 자술서를 수일간 연속해 작성했다.

이들이 수일에 걸쳐 작성한 자술서의 내용과 경찰ㆍ검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이 거의 동일하고, 이들의 자술서끼리도 서로 공모한 범행에 관한 경우 작성자의 개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동일했다.

▲영화변호인내용중독서모임

▲영화변호인내용중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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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고호석씨 등을 포함한 19명은 법원에서 징역 1~7년 형을 선고받고, 1983년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 받았다.

이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은 뒤 고호석씨 등은 2012년 8월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영장 없이 체포돼 구금된 상태로 자백을 강요당하다가, 부당한 장기구금과 고문에 의해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심을 맡은 부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한영표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고호석(58), 설동일(58), 노재열(56), 최준영(62), 이진걸(55)씨 등 5명에 대한 반공법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고호석씨에 대한 범인도피 및 은닉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연행돼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선임권 등에 대한 고지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간 구금돼 범행 일체에 관해 자백할 것을 강요받아 임의성 없는 자백을 했고, 이후 검사의 피의자신문 또는 진술서를 받는 단계에서도 그러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돼 경찰에서와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피고인들이 검찰조사 당시 검사로부터 협박이나 폭행을 당한 사실은 없다고 인정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검찰 자백의 임의성에 대한 의심을 없앨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심 및 항소심 법정 대부분의 증인들도 자술서를 쓸 당시 수사관으로부터 피고인들 스스로 자술서를 썼으니 그 내용을 따라 쓰도록 요구받거나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과 관련돼 피의자로서 조사받는 수가 있다는 식으로 강요를 당해, 사실이 아님에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작성했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내용을 번복한 점에 비춰, 당시 경찰의 참고인에 대한 조사 태도 역시 강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와 검사 관여 하에 작성한 자술서는 그 자백의 임의성에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어, 형사소송법 제309조, 제317조에 의해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는 그들끼리 또는 후배 등과 함께 모여 책을 통해 역사나 경제, 사회 등에 관해 공부하거나, 사회주의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는 대화를 하기도 하고, 학생운동에 관한 대화를 하고 일부는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학생운동을 한 사실 등을 시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모여 현실 비판적인 대화를 하고 학생운동을 지지했다거나, 다른 대학생 등과 함께 경제학 서적 등으로 발표와 토론을 하고 그 과정에서 현재의 독재정권과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이 있었다거나, 노동자의 권익이 향상돼야 하므로 학습을 통해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 및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었다거나, 반국가단체 등을 찬양ㆍ고무할 목적으로 도서를 소지했다고 보기에는 명백히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부분을 근거로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영화변호인

▲영화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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