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헌법질서 짓밟는 심재철 ‘세월호 집회ㆍ시위 금지법’ 사과하고 철회”

“집회의 자유 또한 유형문화재인 덕수궁만큼이나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민주주의의 무형문화재” 기사입력:2014-09-06 15:06:48
[로이슈=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6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 “집회ㆍ시위의 자유도 민주주의의 무형문화재”라며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을 악법으로 짓밟으려 하는가. 헌법질서를 짓밟는 ‘세월호 집회ㆍ시위 금지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변(회장 한택근)은 이날 논평을 통해 먼저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었던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을 비롯해 여당 소속 10명의 국회의원(박인숙, 유기준, 이만우, 최봉홍, 윤재옥, 강기윤, 김동완, 신경림, 이완영)은 지난 2일 국회에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개정안은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동일한 장소에서 주최하는 집회 또는 시간은 연속하여 30일을 초과할 수 없고, 문화재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며,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당일 집회 등이 종료됐을 때 천막ㆍ입간판ㆍ현수막 등의 시설물을 철거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민변은 “개정안은 광화문, 대한문 앞 등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세월호 유가족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무력화하는 위헌적 발상에 다름 아니므로 반드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집회에 대한 허가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즉, 평화적 집회 자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서 평가되어서는 안 되며, 개인이 집회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시민의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일정부분의 위험은 국가와 제3자에 의해 수인돼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어 “소수가 공동체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될 때 다수결에 의한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보다 정당성을 가지는 것”이라며 “나아가 집회ㆍ시위의 자유는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변은 “특히,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는 집회를 통해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불특정 다수인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를 포함한다. 이러한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의 장소를 스스로 결정할 장소선택의 자유가 포함되고, 집회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므로, 장소선택의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한 실질을 형성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2003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 결정을 상기시켰다.

민변은 “헌법재판소가 2003년 10월 20일 외교기관 주변 옥외집회를 전면금지한 집시법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한 이래, 법원과 국회 등에서의 집회시위 금지의 위헌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또한 최근 법원의 24시 이전의 야간 시위에 대한 위헌결정이나, 경찰의 대한문 앞 집회에 대한 제한통고가 위법함을 확인한 것은 경찰 등 국가공권력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허용ㆍ보장하라는 취지인 것”이라고 주지시켰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문화재 등을 이유로 집시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려는 정치적 꼼수일 뿐만 아니라, 헌법질서를 부인하는 위헌적인 발상에 다름 아닌 것”이라고 이번 개정안을 비판했다.

민변은 “특히, 개정안에 따르면 ‘덕수궁은 중요문화재로서 현수막 등을 설치하고 장기간 집회를 하는 것은 역사적 문화재를 훼손시킬 위험성’이 있으므로 집시법 개정안을 통해 장기간의 집회신고를 금지하고 국가지정문화재가 있는 장소에서의 집회를 금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문 앞 집회로 말미암아 문화재인 덕수궁이 훼손된 전례는 전혀 없으며, 그러한 위험이 발생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오히려 집회의 자유를 봉쇄하기 위해 화단을 설치하는 경찰과 행정 공권력의 위헌적 행사만 있었을 뿐”이라며 “어느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닌, 집회의 자유 또한 유형문화재인 덕수궁만큼이나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민주주의의 무형문화재”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집회ㆍ시위의 자유는 자신의 의견을 어느 경로를 통해서라도 현실로 관철시킬 수 있는 강자의 언어가 아니다”며 “오직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알릴 수 없는 약자가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자, 우리 사회가 건강한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무 명이 넘는 죽음의 행렬을 목도해야만 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98일의 목숨을 건 단식을 해야 했던 기륭전자 비정규 노동자들, 꽃다운 자식과 형제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절규는 대한문이 아니고선, 광화문이 아니고선 설 자리가 없다”며 “한가위, 도란도란 송편을 빚어야할 유가족들의 설움을, 이들의 눈물을 누가 닦아 줄 것인가. 가만히 있으라 하더니, 이들의 눈물을 악법으로 짓밟으려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민변은 “개정안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줘야할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조차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최소한의 기본권을 짓밟는 ‘야만의 시대’임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민주주의와 역사의 이름으로 그대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이제라도 위헌적인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심재철 의원은 집시법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최근 법원은 경찰의 덕수궁 대한문 앞 집회금지 처분에 대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그러나 덕수궁은 역사ㆍ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큰 국가 중요문화재일 뿐 아니라, 그 앞에서 수문장 교대식 등 관광객 대상의 행사가 매일 개최되고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통행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곳인데, 이러한 장소에서 현수막ㆍ천막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수개월씩 장기간 집회를 하는 것은 역사적 문화재를 훼손시킬 위험성이 있고 쾌적한 생활 및 통행환경을 원하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에 동일한 장소에서 일정기간 이상 계속되는 장기간의 집회신고를 규제하고 현행 집회의 금지장소에 국가지정문화재가 있는 장소를 추가하는 등 현행법상의 일부규정을 개선ㆍ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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