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양창수 대법관은 5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계는 단순히 두 기관의 호양(互讓, 서로 양보)적 관행으로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났다”고 우려하며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고, 정치권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양창수 대법관은 “대법원이 제도적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무엇보다도 두 가지를 들고 싶다”며 “첫째가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이고, 둘째는 상고사건 부담의 경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양 대법관은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 등을 통해 법률의 해석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법도 법률인지라 종국에는 그 내용, 예를 들면 위헌결정에 관한 제47조의 의미 여하도 대법원의 해석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반면에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소법의 개별 규정이 위헌임을 선언하는 일도 전혀 상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결정을 한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 대법관은 “두 사법기관이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것처럼 일반에게 비치는 것은 양자 모두에게 결코 이롭다고 할 수 없다”며 “대법관으로서의 경험으로 말하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계는 단순히 두 기관의 호양(互讓)적 관행으로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양창수 대법관은 또 업무 부담과 관련해 “대법원에의 상고는 본안사건만 하더라도 2013년 3만 6000건에 이르렀다. 제가 대법원에 온 2008년에는 그것이 2만 8000건으로 그동안에도 증가 일로에 있었으나, 사건처리의 부담도 이 수준에 이르면 이미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의 ‘무리’가 있기 전에 이쯤에서 상고심이 지위와 기능에 대해 본원적인 반성ㆍ검토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대응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 대법관은 그러면서 “이 두 가지의 제도적 문제는 더 이상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주의의 원만한 실현 및 국민들의 권리보호의 신장이라는 나라의 기본 관제와 관련 된다”며 “따라서 모든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국회 기타 정치권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관심을 강조했다.
양창수 대법관은 아울러 대법관이나 법관들의 기계적 사건 처리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양 대법관은 “대법관의 일과 관련해 제가 깨닫게 된 것의 하나는 대법관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의 하나는 개별 사건 중에서 일반적인 의미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건이 대법원에서 ‘이렇게, 저렇게 처리됐다’는 사실은 이제 하나의 전범성(典範性)을 가져서 ‘같은 사건’은 이제 같이 처리돼야 하는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하급심 법원은 물론이고 대법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대법원도 ‘같은 것은 같이,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정의의 제1차적 요구에 묶이는 것이고, 그것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기각되는 사건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 대법관은 “그러니 대법관은 구체적인 사건과 ‘같은 사건’이 얼마나 있는지, 그 사건의 해결내용 여하가 개별 당사자들을 넘어서 그와 같은 이해관계 또는 직업을 가지는 사람들, 같은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 나아가 보다 일반적으로 사회의 한 부분 또는 전체, 심지어는 나라 자체의 됨됨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히 ‘판례’를 많이 알고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안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자질로서, 오히려 감수성 또는 상상력의 문제, 결국 사회에 대한 인식 틀의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양 대법관은 “그리하여 일반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은 그 해결의 개별 기록을 접했을 때 얼핏 가지게 되는 사건 해결의 방향에 관한 자기 개인의 ‘감각’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이를 비판적으로 음미하는 사건과는 ‘거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양 대법관은 “그리고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거치고 다른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보다 신중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그리고 이런 사건을 저 밀려드는 배당사건의 홍수 속에서 절대로 골라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양창수 대법관은 누구? = 1952년 제주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제1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79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형사지법 판사, 부산지법 판사, 대통령 비서실 법제연구관(파견근무)을 끝으로 법원을 떠나 1985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후학을 양성해 왔다.
한국 민법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명성을 얻었고, 2008년 8월 학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대법관임에 임명됐다. 또한 제주 출신 대법관 탄생도 처음이었다.
양 대법관은 퇴임 후에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양창수 대법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원만한 해결 단계 벗어났다”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고, 정치권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사입력:2014-09-05 15: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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