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 30년 박찬운이 본, 변호사 세 부류 그리고 ‘진보변호사 vs 보수변호사’

인권변호사에서 현재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활동 기사입력:2014-08-11 23:00:25
[로이슈=신종철 기자] 올해 법률가 인생 30년을 맞은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변호사들의 출신 배경을 토대로 세 부류로 나누고, 특히 진보 변호사들과 보수 변호사들의 성향까지 예리한 눈썰미로 세밀하게 관찰해 재미있게 비교분석한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박찬운(52) 교수는 스물두 살 때인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법률가로 30년을 활동해 왔다.

▲인권변호사출신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

▲인권변호사출신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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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교수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진보와 보수에 대하여 그리고 나의 희망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장문에서 먼저 “진보란 무엇인가, 보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박 교수는 “진보주의자는 현재에 불만을 갖고 그것을 개혁해 새로운 현재를 만들려고 한다”며 “(반면) 보수주의자는 현재의 질서를 존중하면서 내일도 가급적 오늘이기를 바라고, 보수주의자에게는 현재에 문제가 있어도 약간의 보수를 가하는 정도에서 현재를 고수하고자 한다”고 알기 쉽게 비교했다.

그러면서 박찬운 교수는 변호사로서 법대교수로서 자신의 법조인생 30년 동안 주변에서 봐온 법률가들의 출신 및 성향을 3가지로 재미있게 분류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첫째 부류는 어려운 환경에서 나서 공부하다가 법률가가 된 사람인데, 이들은 젊을 때부터 이 사회의 모순을 몸으로 느끼면서 그 모순을 진보로 연결한 법률가들”이라며 “내가 속해 있는 민변 변호사들이 대개 여기에 속한다. 물론 나 자신도 이 부류에 속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잠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한 수많은 무료 공익소송을 대리하는 진보성향의 인권변호사단체다. 최근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증거조작 사건도 민변이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국정원의 증거조작과 검찰의 방관(?)을 밝혀냈다.

또한 민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최근에는 침몰한 세월호에서 건져 올린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해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을 공개해 국정원이 세월호에 깊숙이 개입돼 있는 것이 아냐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킨 것도 민변 변호사들의 역할이 컸다.

박찬운 교수는 “둘째 부류는 어려운 환경에서 나서 공부해 법률가가 된 것은 첫째 부류와 마찬가지지만, 일찌감치 현실과 타협하고 사회적 모순에는 눈을 감은 법률가들”이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변호사가 되자마자 돈을 벌어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됐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사회의 보수주의자가 됐다”고 재미있게 분류했다.

박 교수는 “셋째 부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생을 모르고 공부했고, 좋은 대학 나와 자연스레 법률가가 된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대개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야 말로 내가 말하는 진짜 보수주의자들”이라고 말했다.

박찬운 교수는 “30년 법률가 생활에서 나의 친구는 주로 첫째 부류였지만, 셋째 부류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런 삶 속에서 진보와 보수는 내게 어떻게 읽혀지는가,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박 교수는 여기서도 진보 및 보수 법률가들의 경제적 토대 즉 생활형편, 진보 및 보수 법률가들이 사회현상을 보는 방법, 진보 및 보수 법률가들이 일하는 방법을 세밀하게 나눠 예리하게 짚었다.

‘경제적 토대’에 대해 박 교수는 “진보적 법률가들의 절대 다수는 중산층 이하”라며 “법률가가 된 이후에도 이들은 중산층 이상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가끔 강남좌파가 나오긴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 어떤 법률가가 돈을 억수로 많이 벌었다면, 그는 더 이상 진보를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축재와 진보는 함께 가기 힘든 법”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에 반해 보수적 법률가들은 다수가 중산층 이상이다. 법률가가 된 이후 돈을 벌었고 몇 단계의 신분상승을 경험한 이들도 있다”며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선대의 도움으로 많은 돈을 벌 이유가 없는 변호사들은 변호사 초년 시절부터 경제적 신분이 다르다. 이들이야 말로 원조 보수주의자들”이라고 분류했다.

‘사회현상을 보는 방법’에 대해 박찬운 교수는 “진보적 법률가들은 사회적 모순에 매우 민감하다. 권력의 부정이나 불법을 보면 즉각적으로 분개한다”며 “또한 이들은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슬퍼하는 사람을 끌어안고 같이 우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세월호 사고가 터진 후 팽목항에 내려가 유족들의 대리인이 된 변호사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시하며 “이들에겐 예민한 공감능력이 있다. 때문에 이들은 애통해 하는 이들과 촛불집회에 참여해 함께 울고, 광장에서 밤을 새울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민변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 김용민 변호사 등이 팽목항 현지 등을 다니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한편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민변 최장수 노동위원장을 역임한 권영국 변호사 등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KBS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할 당시에도 밤새 동행하며 힘을 실어줬다. 김종보 변호사 등은 작은 촛불집회를 열기도 하고, 대형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다.

박찬운 교수는 반면 “보수적 법률가들은 사회적 모순을 볼 때 그 예민성이 둔하다. 권력의 부정이나 불법을 보더라도 분개보다는 법치주의 하에서의 적절한 처리를 강조한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더라도 이들과 함께 울고 기뻐하는 것은 여간해서는 볼 수 없다”고 바라봤다.

그는 “한 마디로 공감능력에 있어서는 보수적 법률가들이 진보적 법률가를 따라 갈 수가 없다. 이들의 무딘 공감능력, 아니 냉철함은 이들이 사회적 모순을 발견할 때 쉽게 분개하면서 함께 모이는 것을 어렵게 한다”며 “보수적 변호사들이 분기탱천하면서 거리로 나가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라고 공감을 이끌어냈다.

박 교수는 “그런데 한 가지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만일 보수적 변호사들 다수가 모여 무엇인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때는 어떤 현상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들은 속성상 모이지 않는데, 이들이 모였다는 사실은 그 현상의 엄중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수적 변호사단체가 거리로 나오면 세상은 변한다”고 행동하는 집단지성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박찬운 교수가 “보수적 변호사들이 분기탱천하면서 거리로 나가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라고 물었듯이, 이는 어쩌면 희망사항일 지도 모른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세월호 특별법 입법청원을 하며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요즘같이 세월호 특별법 파행 정국과 관련해 플래카드를 들고 직접 거리로 나서는 집단행동은 아직 없다.

진보 변호사들과 보수 변호사들의 일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자유분방하게여행다닐때의모습.마치코리안특급박찬호선수와흡사하다.(사진=페이스북)

▲자유분방하게여행다닐때의모습.마치코리안특급박찬호선수와흡사하다.(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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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교수는 “진보적 법률가들의 속성은 감성적이어서 일하는 방법도 그런 성향을 보인다”며 “이들은 우선 찔러보는 방법을 잘 택한다. 거기에서 실수도 많다. 뒤에 가서 후회할 일도 많이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그들은 창조적이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법부에서 인권을 증진하는 많은 판례가 나왔는데, 거의 대부분이 이들의 창조적 활동에서 나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반변 “보수적 법률가들은 매우 냉철하다”며 “그들은 일처리에서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우기 때문에 실수가 많지 않다. 판례를 존중하고 거기에 맞춰 실무를 해 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수적 법원에서는 환영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판례를 창조해 내지 못한다”며 “이들의 활동에서 인권이 향상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진보 변호사들과 비교했다.

박찬운 교수는 “나는 이런 법률가들과 지난 30년을 살아 왔다. 나는 진보와 보수가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진보의 공감능력과 창조성, 보수의 냉철함과 이성이 함께 어우러질 필요가 있다”고 공감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적절한 조화를 희망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진보가 사회를 앞으로 추동시키려 할 때, 보수는 수구로만 대응하지 말고 합리적 이성으로 진보를 설득해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호사인 박찬운 교수는 끝으로 “나는 아직도 그런 희망을 품고 사는 진보다”라고 마무리했다.

◆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

박찬운(52) 교수는 스물두 살 때인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률가가 됐다.

20대 후반과 30대의 대부분을 변호사로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과 난민법률지원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섭외이사 등을 맡았다.

박 교수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시국사건 연루 양심범, 수용자 그리고 사형수의 인권을 위해 변호하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40대 중반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으로서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인정 등 국가인권위의 대표적 인권정책 권고에서 실무책임을 맡았다.

현재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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