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형사사건의 피해자들과 합의할 때 사용하도록 위임받은 돈 가운데 잔액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더라도 합의 목적의 성과를 달성했다면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H씨는 58회에 걸쳐 1억 6800만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한 혐의(특수절도)로 긴급체포 돼 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H씨는 백억 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었는데, 구속된 직후 다수의 언론에서 백억 원대 자산가가 특수절도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H씨의 처는 여동생에게 형부의 구속사실을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여동생은 전 남편인 A(53)씨에게 부탁했고, A씨는 사건 해결을 위해 변호사를 소개해줬다. H씨의 딸은 소개 받은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했다.
당시 H씨가 선처를 받기 위해서는 절도사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단돼 H씨의 딸은 변호사에게 합의금 및 공탁금 그리고 필요경비 등 명목으로 2억원을 맡겼다.
또한 딸은 A씨에게 “변호사에게 맡긴 2억원으로 아버지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합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A씨는 피해자들을 만나 합의서를 받기 시작해 43명의 합의서를 첨부해 보석을 신청했고, 피해자 8명 앞으로 피해금액을 공탁하고, 피해자 5명과 추가로 합의하는 등의 노력으로 보석이 허가돼 석방됐다.
A씨는 이후에도 다른 피해자들과도 합의해 나갔다. 이렇게 A씨는 변호사로부터 2억원을 받아 수개월 동안 H씨의 형사사건 합의금 및 공탁금, 합의에 필요한 경비 등 명목으로 1억5000만원 상당을 사용했다. 결국 H씨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합의금 등으로 쓰고 남은 돈 중 4980만원을 전처(H씨 처제) 생활비, 채무 변제금 명목 등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 이에 H씨의 딸이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재판에 넘겼다.
A씨는 “2억원은 절도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합의금과 경비 및 수고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라며 “2억원으로 피해자들과 합의해 결국 H씨의 아버지가 석방됐으므로 합의 후 남은 돈은 돌려 줄 필요가 없는 돈으로, 임의로 사용했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억원은 형사사건 피해자들과의 합의금 또는 피해회복에 필요한 공탁금 및 경비로 사용하려는 특정한 목적으로 위탁받은 것으로서, 피고인은 위탁의 취지에 따라 돈을 사용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탁의 취지에 반해 4980만원을 합의와 무관한 전처 생활비, 채무 변제금 명목으로 임의로 소비했으므로,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2013도13704)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H씨 형사사건 피해자들의 수가 많고 사는 지역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피고인은 일일이 찾아다니며 합의를 하느라고 2~3개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은 물론이고 자기 일을 하지도 못했고, 피해자나 H씨가 피고인에게 합의에 필요한 비용을 물어보거나 비용을 따로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보석이 허가되고 합의 및 공탁이 종결된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2억원의 사용처와 정산관계를 물어보거나 남은 금액의 반환을 요구한 적이 없다가, 아버지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돼 집행유예가 확정된 후에 느닷없이 고소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변호사에게 맡긴 2억원으로 아버지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합의해 달라’고 부탁한 의미를 살펴보면, 당시 피해자는 아버지가 저지른 형사사건 피해자들 수가 58명이나 되고 피해금액이 1억6884만원임을 고려해 그에 필요한 합의금과 공탁금 및 경비 등을 감안해 2억원 정도에 합의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부탁을 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는 피해자들 수가 많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인 데다가, 피해자들이 합의금을 많이 요구하거나 피고인이 쉽게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합의금을 많이 주게 되면 2억원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상해, 피고인이 2억원을 가지고 책임지고 능력껏 H씨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사이에 합의만 성사시키면 구체적인 사용처를 묻지 않고 남은 금액의 반환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 취지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별도로 경비나 수고비를 주고받지는 않았으며, 합의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합의가 성사된 후에도 피해자가 피고인과 변호사에게 2억원의 사용처를 묻거나 정산하고 남은 금액의 반환을 요구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의 노력으로 H씨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사이에 합의 또는 공탁을 해 결국 H씨가 보석으로 석방되고 최종적으로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받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합의를 부탁한 목적이 다 이루어진 이상, 피해자(H씨 딸)가 피고인에게 남은 금액을 정산해 반환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같이 피고인이 남은 합의금을 횡령했다고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2억원으로 합의만 성사되면 남은 금액의 반환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이 횡령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원심은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합의 대행하고 남은 돈 임의로 썼어도 ‘횡령’ 아냐
“합의를 부탁한 목적이 이루어진 이상, 남은 금액을 정산해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기사입력:2014-06-07 13: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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