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공무원들이9일촛불시위를하기위해서울법원종합청사앞에모여사법개혁구호를외치고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전국 법원공무원들은 왼쪽 가슴에 “쟁취, 사법민주화…표현의 자유”라는 리본을 부착하는가 하면, 대법원이 공개사과하지 않을 경우 향후에는 전국의 법원공무원들이 대법원으로 집결해 대법원을 둘러싸는 촛불시위를 개최한다는 방침이어서 대법원에 상당한 압박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장은 법원직원들에게 친절하라”
▲법원공무원들이촛불을들고삭발투쟁을벌이고있는노조간부를격려하기위해민중가요를부르고있다.
이미지 확대보기법원에서 촛불시위가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자리에는 200여명의 법원직원들이 운집해 행사 진행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송립 서울지부장은 기자에게 “오늘 행사에 50명 정도 많아야 100명 정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렇게 200명 가량이 모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촛불시위는 6시 15분부터 시작됐고, 양윤석 서울지역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먼저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한 마디 하겠다”며 “대법원장은 법원직원들에게 친절하라”는 멘트를 날려 참석자들을 웃음 바다로 만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양 본부장은 이어 “곽승주 위원장을 중심으로 대법원의 오만과 독선에 맞서 끝까지 싸워 이번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단결하자”고 호소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법원노조 이상원 대변인은 “우리에겐 아무 힘이 없어 이렇게 일반직들이 단결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노조 똘똘 뭉쳐 사법개혁 쟁취하자, 법원을 변화시켜 세상을 바꿔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조합원들을 이끌었다.
최송립 서울중앙지부장은 “하나로부터 열이 뭉치면 더욱 밝게 빛나는 촛불처럼 여러분들이 이렇게 많이 참석하니 전국 법원을 밝힐 수 있는 강한 자신감이 생긴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공무원노조법원본부김동영본부장(좌)과법원노조곽승주위원장(우)
이미지 확대보기김도영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은 “이 좋은 날에 동지들이 좋은 일도 아니고 썩어빠진 사법부를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법원본부는 처음 판사의 감금 사실을 알고도 가능하면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판사와 법원장이 사과를 하지 않아 투쟁에 나서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대열 서울가정지부장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격려해 주는 조합원들을 보며 희망을 가질 수 있어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영렬 경기·강원지역본부장은 “오늘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법원에서 간담회를 가졌다”며 “사실은 간담회가 아니라 서울법대 동창회를 한 것이고, 이것이 우리 법원의 현실”고 비난했다.
◈ 노조간부 홍일점 삭발…“법원행정처 판사들은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다”
▲법원공무원들이촛불을치겨들며민중가요를부르고있다.
이미지 확대보기백연옥 위원장은 이런 분위기가 흐르자 마이크 잡아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백 위원장은 “법원생활 22년을 하는 동안 지금까지 이 곳이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코트넷(법원내부게시판)에 글 하나 올리지 못하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연옥여성위원장이삭발하자동료여직원들이안타까워하고있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러면서 내던진 한 마디는 “여러분 힘 실어 주실 거죠”. 이에 참석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따뜻한 격려의 박수로 화답했다. 삭발이 시작되자 백 위원장은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이를 지켜보던 여성직원들은 어느새 하나둘씩 삭발현장 가까이로 나와 눈물을 쏟아냈고, 참석자들은 백 위원장의 부탁대로 ‘바위처럼’을 경건하게 불렀다.
삭발이 끝나고 동료들이 백 위원장을 껴안자 백 위원장도 입술을 굳게 깨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삭발을 지켜본 여성동료들은 특히 “법원행정처가 사태를 왜 이 지경으로 내 모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개하면서 “법원행정처는 제발 법원직원들의 입과 귀를 막지 말고, 법원직원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중가요 ‘바위처럼’ 노래에는 “모진 비바람이 몰아 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라는 가사가 있는데, 나중에 백 위원장은 기자에게 “가사그대로 바위처럼 흔들림 없이 살고 싶어 삭발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 어젯밤에 이 노래를 계속 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윤석서울지역본부장
이미지 확대보기김성환 대전지부장은 “법원행정처에서 내놓은 사과문이 만족스럽지 못해 삭발로 보여주겠다”고 말했고, 김대열 서울가정지부장은 “법원행정처는 법원직원들이 왜 머리를 자르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며 “삭발은 투쟁의 시작일 뿐”이라고 향후 전개될 법원노조의 강도 높은 투쟁을 시사했다.
이날 삭발투쟁에는 최송립 서울지부장도 참여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1일 곽승주 위원장과 이성철 사무총장이 삭발을 단행했다.
◈ “민둥 머리를 한 여성위원장은 어디로 눈물을 쏟을 꼬”
이날 법원노조는 법원직원들이 바라는 바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시판 발언대도 마련했다.
▲법원여직원들이촛불을들고삭발식을안타깝게쳐다보고있다.
이미지 확대보기게시판에는 이 외에도 “우리는 사랑과 화합을 원했는데 결국은 투쟁으로 내 몰고 있습니다”와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 우리의 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또한 “이용훈 대법원장님 그리고 고위직분들, 우리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고 제발 사과하고 대화하십시오”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한편 이날 행사는 8시 30분 정도에 끝났고, 대법원청사에서 대법원장 규탄대회와 서울법원종합청사 로비에서 삭발식 거행 때와는 달리 법원경비대가 시위를 막지 않아 충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