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 대리인과 체결했는데 소유자가 부인한다면... 계약 효력 판단 기준은

기사입력:2026-10-15 11:03:28
사진=인석법률사무소 천우석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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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이지훈 기자]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지급했지만 정작 등기부상 소유자가 계약 사실을 부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족이나 지인, 부동산 관리인이 소유자를 대신해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리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잔금 지급이나 소유권이전등기를 앞둔 상황이라면 계약의 효력뿐 아니라 지급한 대금의 반환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민법상 대리인이 적법한 권한 범위에서 본인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법률효과는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소유자를 대신해 계약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유자가 계약을 추인하지 않는 한 해당 계약은 원칙적으로 소유자에게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실무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대리권의 존재와 범위다. 위임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부동산 처분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차계약 체결 권한만 부여받은 사람이 매매계약까지 진행했다면 권한을 초과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가족이라는 관계나 평소 부동산을 관리했다는 사정만으로 매도 권한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둘러싼 분쟁을 검토할 때는 계약서에 기재된 매도인과 실제 소유자가 일치하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등기사항증명서와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대리권 확인자료를 살펴보고 계약 체결 당시 소유자와 직접 의사를 확인했는지도 중요하다. 계약금이 누구의 계좌로 입금됐는지 역시 계약 경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대리권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요건에서는 표현대리가 문제될 수 있다. 소유자가 대리권을 부여한 것처럼 표시했거나, 기존 대리권을 넘어선 행위에 대해 상대방이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소유자에게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다만 대리인의 설명만 믿었다는 사정으로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거래 당시 확인 가능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계약 이후 소유자의 행동도 중요한 쟁점이다. 처음에는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소유자가 계약을 추인하면 원칙적으로 계약 당시로 소급해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소유자가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추인 여부에 대한 확답을 요구할 수 있다. 계약 당시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추인 전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문제는 이미 계약금이나 중도금이 지급된 경우다. 소유자에게 계약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실제 대금을 받은 사람과 무권대리인의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 일정한 요건에서는 무권대리인에게 계약 이행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대금 반환 문제는 지급 경위와 수령 주체에 따라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

대리인을 통한 부동산 계약은 위임장 유무만으로 효력을 단정하기 어렵다. 실제 대리권의 범위와 소유자의 관여 여부, 계약금 지급 경위, 사후 추인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계약 당시 주고받은 문자와 통화기록, 금융자료를 확보해 책임 주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소송에서는 계약 체결 당시의 사실관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는지가 중요하다. 소유자가 계약을 부인한 이후에 작성된 확인서보다 계약 당시의 위임자료와 메시지, 계좌거래 내역이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동산 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에도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와 계약금 반환, 손해배상 청구 중 어떤 법적 대응이 가능한지 구분해야 한다.

대리인을 통한 부동산 거래는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이 누구인지보다 그 사람에게 실제 계약 체결 권한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소유자의 사후 행동과 거래 상대방의 확인 과정에 따라 법적 책임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계약서와 위임자료, 금융거래 및 디지털 기록을 보존하고 구체적인 권리관계에 맞는 대응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인석법률사무소 천우석 대표 변호사

이지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jh78@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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