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해제, 공사비 상승과 시장 불안이 해제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기사입력:2026-10-08 08:00:00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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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이강훈 기자]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 지역별 분양시장 양극화, 미분양 누적 등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과 시장 변화가 현실화하면서 사업주체와 수분양자 모두 계약의 부담을 다시 따져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분양가격과 현재 시세의 차이가 커지거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 이미 체결한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분양가격이 현재 시세보다 높아졌거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다는 사정만으로 수분양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약은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약정한 내용에 따라 이행해야 하며, 해제를 주장하려면 계약이나 법률에서 정한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판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핵심은 계약 해제 여부를 단순한 경제적 손실이 아니라 당사자가 부담하기로 한 계약상 의무와 그 이행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주체가 약정한 입주예정일을 지키지 못하거나, 계약에서 예정한 주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정도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해제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계약 체결 이후 시장성이 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분양계약서에 포함된 입주예정일, 지연 시 책임, 계약해제 및 위약금 조항, 특약사항은 실제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입주가 지연됐다고 해서 언제나 곧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연의 원인과 기간, 계약상 예정된 처리 방식, 사업주체의 귀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반대로 사업주체가 계약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형식적인 조항만을 근거로 수분양자의 해제 요구를 제한하려 한다면 해당 조항의 효력과 적용 범위를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분양자의 자금 사정 역시 구별해서 봐야 한다. 계약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중도금이나 잔금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해제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거나, 계약 내용과 실제 사업 진행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발생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결국 같은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상황이라도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고, 어떤 계약상 의무와 연결되는지에 따라 법적 판단은 크게 달라진다.

분양계약해제 사건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계약서에 정해진 의무가 실제로 어떻게 이행됐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계약서와 특약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입주 지연 여부, 사업 진행 과정, 지급 내역, 관련 계약관계까지 함께 검토해야 해제 가능성과 계약금·대금 반환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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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kh@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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