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결혼 5년 넘기면 재산분할 30%, 10년 넘기면 절반씩 가져간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떠도는 이 말은 ‘가성비의 5년, 약속의 10년’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퍼졌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숫자, 실제 법원의 판단 기준과 얼마나 맞아떨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속설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혼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산분할 비율이 5:5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혼인 5년을 넘기면 30%, 10년을 넘기면 50%’라는 식의 공식이 존재해서가 아니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것은 기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부부가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각자 얼마나 기여했는지다. 혼인 기간은 이 기여도를 가늠하는 하나의 참고 요소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까.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누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가 아니라 ‘기여도’다. 맞벌이든 외벌이든 상관없다. 전업주부였더라도 가사노동과 육아, 배우자에 대한 내조를 통해 재산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다면, 그 기여는 경제활동과 동등한 가치로 평가된다. 실제로 법원은 장기간 혼인생활을 유지하며 내조한 전업주부에게도 30~50%에 달하는 기여도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명의는 중요하지 않다. “내 명의로 된 집인데 왜 나눠줘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재산분할은 명의가 아니라 실질을 본다. 단독 명의든 공동 명의든, 그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상대방이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셋째,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특유재산)이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상속·증여 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니다. 다만 혼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재산을 유지하고 지키는 데에도 배우자의 기여가 있었다고 보아, 특유재산이라도 일부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결혼 전 재산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넷째, 재산뿐 아니라 빚도 나눈다. 재산분할은 플러스 재산에서 마이너스 재산(채무)을 뺀 순재산을 기준으로 한다. 혼인 중 생활비나 주택 마련을 위해 함께 진 빚이라면, 이 역시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다섯째, 재산이 늘어난 경위도 중요하다. 부부가 함께 모은 돈인지, 한쪽의 특별한 재능이나 투자 능력으로 불어난 것인지에 따라 기여도 평가가 달라진다.
이처럼 재산분할 비율은 혼인 기간이라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해 사건마다 다르게 결정된다. ‘10년만 버티면 절반’이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간을 끄는 것도, ‘5년밖에 안 됐으니 포기하자’고 지레 단정하는 것도 모두 위험한 판단이다.
정작 반드시 알아야 할 숫자는 따로 있다. 바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이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재산분할청구권이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혼 당시 재산분할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 늦어도 이혼 후 2년 안에는 반드시 청구해야 한다. 이 2년이라는 기한이야말로 세간에 떠도는 5년, 10년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숫자다.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상대방의 재산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혼 소송이 임박했다는 것을 눈치챈 배우자가 예금을 인출해 숨기거나,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하거나 명의를 가족 앞으로 돌려놓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법원의 재산명시제도를 통해 상대방에게 재산 목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허위로 기재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7조의3). 또한 법원이나 관련 기관에 사실조회를 신청하면 배우자의 급여, 퇴직금, 최근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재산 처분에 대한 대응 방법은 소송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아직 이혼이 성립하지 않고 소송이 진행 중인 단계라면, 재산분할청구권은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에 불과해 처분행위 자체를 곧바로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 명의 재산에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신속히 신청해 재산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반면 이혼이 성립한 뒤에 상대방이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재산을 처분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민법 제839조의3에 따라 그 처분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즉 소송 중에는 보전처분으로 막고, 이혼이 성립한 뒤에는 사해행위취소로 되돌리는 방식의 단계별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절차는 개인이 혼자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해, 초기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통해 상대방 재산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시점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더 알아두어야 할 것은, 혼인이 파탄난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 이른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리 자체는 원칙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함께 모은 재산을 정리하는 청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의 잘못으로 이혼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위자료와는 법리적으로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상대방 측이 “이혼의 책임이 있으니 재산분할도 불리하게 봐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재산분할 비율을 깎으려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 유책배우자 쪽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해 위자료와 재산분할이 엄연히 다른 문제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자신이 실제로 기여한 부분을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하며 방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주 묻는 질문 하나. “혼전계약서를 써두면 나중에 재산분할을 안 해도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재산분할청구권을 결혼 전에 미리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혼전계약서를 쓴다고 해서 나중에 재산분할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결국 이혼 재산분할은 ‘몇 년을 버텼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얼마나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하느냐의 문제다. 상대방의 재산 은닉 가능성, 특유재산과 공동재산의 구분, 기여도 입증 자료 준비까지 챙길 것이 많은 만큼,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면 막연한 속설에 기대기보다 초기 단계부터 이혼전문변호사와 함께 재산 현황을 정리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 법무법인 태림 서울 주사무소 김선하 대표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이혼시 재산분할, “가성비의 5년, 약속의 10년”은 사실일까?
기사입력:2026-09-17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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