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에게 MBC(문화방송)가 방송보도 이후 6년이 지난 작년에 내린 재징계는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따르면 PD수첩 책임프로듀서인 조능희 PD 등 PD수첩 제작진은 2008년 4월 29일 PD수첩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방송을 방영했다. PD수첩은 그해 5월 13일과 7월 15일 추가 보도했다.
이에 협상을 주도했던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 방송으로 신뢰와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 및 반론보도 결정에 MBC가 이의를 신청하자 농림수산식품부가 2008년 6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부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의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산 쇠고기 판매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PD수첩 제작진들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서울중앙지법부터 2011년 9월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2008년 8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PD수첩 방송 내용이 공정성, 객관성, 오보정정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을 내리자, MBC는 다음날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사과했다.
더욱이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청구에 대한 대법원 판결(2011년 9월 2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2011년 9월 2일)로 관련 사건의 결론이 마무리 됐는데, MBC는 2011년 9월 5일 사고(社告)를 통해 다음날에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그런 다음 MBC는 2011년 9월 20일 “PD수첩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회사가 2차례의 사과방송을 하는 등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를 들며 취업규칙을 근거로 PD수첩 제작진인 조능희 CP와 김보슬 PD에게 정직 3개월, 송일준 진행자와 이춘근 PD에게는 감봉 6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제작진은 “PD수첩 방송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으므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종전 징계처분은 징계절차를 위반했으므로 징계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2년 12월 “PD수첩 방송으로 인해 MBC의 명예가 손상됐다고 보기 어렵고, 가사 MBC의 명예가 일부 손상된 측면이 있더라도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MBC가 항소했으나 기각 당했고, 2014년 1월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MBC는 2014년 7월 다시 PD수첩 제작진에게 징계를 시도했다. “제작진이 방송 관련 사실확인 미흡 등으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회사가 2차례 사과방송을 하는 등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취업규칙을 내세워 PD수첩 제작진인 조능희 CP와 김보슬 PD에게 정직 1개월, 송일준 진행자와 이춘근 PD에게는 감봉 2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조능희 CP는 이날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가졌는데, MBC는 조능희 CP가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직 4월의 추가 징계를 내렸다.
조능희 CP는 “PD수첩 방송을 통해 MBC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았고 오히려 방송을 통해 명예가 드높여졌으므로 제1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부존재하고, 종전 징계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위반해 기간만 줄여 종전 징계처분과 동일한 중징계를 했고 징계의 적시성 측면에서도 하자가 있어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므로 제2 징계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또한 “회사의 부당한 징계재량권 남용에 대한 반론권 행사 차원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 대해 정직 4월의 중징계를 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므로 징계처분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16일 조능희 PD 등 당시 PD수첩 제작진 4명이 MBC를 상대로 낸 정직 등 취소 청구소송(2014가합678)에서 “피고가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1징계처분은 방송이 있은 후 6년이 지나고 종전 징계처분 관련소송이 확정된 후 약 2개월이 지난 2014년 4월에야 이루어진 점, 방송제작 경위를 고려하면 PD수첩 방송내용 중 허위보도 부분과 관련해 원고들에게 고의나 주의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MBC가 원고들에게 정직 1월 또는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 MBC “PD수첩 광우병 제작진 징계 무효 판결 심각한 우려”
판결이 내려지자 MBC(문화방송)은 즉각 입장을 내놓았다.
문화방송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이 PD수첩 제작진 조능희 등에 대한 정직과 감봉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은 광우병 사태가 초래한 국가적 혼란에 대한 심각성을 법원이 외면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수 있으며, 공정한 방송과 올바른 조직기강을 정립하려는 방송사의 노력에 치명적 훼손을 입혔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방송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했고 본사도 방송통신위원회 사과명령을 받고 잘못에 대해 사과한바 있다”며 “이 보도로 말미암아 한국 사회는 극심한 혼란과 갈등, 이념적 증오,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의 지출이라는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혼란을 야기한 당사자들에게 정직 1개월과 감봉 2개월의 조치가 부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재판부에 따졌다.
이어 “심지어 이 징계조치는 ‘양정이 과다하지만 징계사유는 있다’는 판결에 따라 적법한 인사절차를 밟아 수위를 조정했음에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문화방송은 “잘못된 방송으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도 회사만 징계를 받을 뿐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조직의 기강은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라며 “회사의 정당한 징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불복 행위와 소모적인 소송제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MBC 재징계 위법 무효
기사입력:2015-07-18 17: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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