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역간범죄사법연구소(UNICRI)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8개월간 6개 대륙 670명을 대상으로 '경찰의 AI 활용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 보고서 〈Not Just Another Tool〉은 2024년 11월 공개된 자료다. 응답자들은 경찰의 AI 활용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지만, 지지는 매우 '조건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지역간범죄사법연구소(UNICRI)·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6개 대륙 시민 670명 중 60.1%는 AI의 중범죄 수사 활용에 찬성했으나 실시간 감시·예측치안에는 경계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AI 기술 자체보다 경찰의 책임성과 투명성, 인권 보호 장치가 시민 수용도를 결정한다며 독립적 감독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조사 결과 응답자의 53.3%는 "AI가 경찰의 지역사회 보호와 시민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62.8%는 "디지털 시대에 AI는 특정 범죄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라고 응답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증거 사이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역할에 대한 지지가 특히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증거 간 연관성 분석(55.1%), 적법하게 확보한 사진 데이터베이스에서 피해자·용의자 식별(52.2%), 금융거래 분석을 통한 금융범죄 탐지(51.3%), 전자기기 내 범죄 자료 탐지(48.2%) 등에서 수용도가 높게 나왔다.
응답 양상은 시민들이 AI를 인간을 대신해 판단하는 주체라기보다, 수사 과정에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단서를 찾아내는 보조적 도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중범죄 수사는 찬성, 예측 치안엔 "글쎄"
AI 활용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는 목적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의 60.1%는 AI가 중범죄 수사에 활용되는 데 찬성했다. 범죄 발생 탐지(42.8%)와 범죄 예방(43.4%)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AI가 미래 범죄를 예측하거나 실시간 감시에 활용되는 경우 지지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 특정 장소·시간대의 범죄 발생 가능성 예측, 실시간 군중 속 용의자 식별, 거리 순찰 및 감시 등은 수용도가 낮았다.
UNICRI 보고서는 시민들이 이미 발생한 사건이나 확보된 자료를 분석하는 AI에는 비교적 호의적이지만, 미래 범죄를 예측하거나 실시간 감시에 활용되는 AI에는 상당한 경계심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 "감시는 싫다", 개인정보·차별 우려는 여전
AI 기반 경찰활동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개인정보 보호와 차별 문제였다.
응답자들은 경찰의 데이터 수집 자체를 전면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정보는 익명화돼야 하며 명확한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는 경찰이 AI 활용 과정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 예방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절반이 넘는 53%는 그 필요성을 매우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공공안전을 이유로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충분한 투명성과 감독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보고서는 AI가 학습 데이터의 편향성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특정 인종이나 사회적 소수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진단한다. 응답자들은 AI 도입의 효율성보다 인권 보호와 차별 방지를 우선적인 가치로 꼽았다.
■ "AI보다 경찰을 믿느냐가 더 중요"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신뢰'였다.
응답자의 49.1%는 자신이 거주하는 국가의 경찰이 법과 시민의 권리를 존중한다고 답했다. 반면 약 24%는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람일수록 경찰의 AI 활용에도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AI 기술 자체보다 "경찰이 그 기술을 공정하고 책임 있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 시민 수용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응답자가 경찰보다 AI를 더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UNICRI는 시민들의 인식이 단순한 찬반 구도가 아니라 매우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라고 평가한다.
■ "AI가 결정하면 안 된다", 인간 감독 요구
응답자들은 AI가 경찰 업무를 지원하는 데에는 비교적 호의적이었지만, 최종 판단까지 맡기는 데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는 AI 활용 과정에서 인간의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AI가 분석 결과를 제시하더라도 최종 결정과 책임은 인간이 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응답자의 75% 이상은 AI를 사용하는 경찰관에게 법률·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56.6%는 해당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응답 결과는 시민들이 AI 기술 자체보다 인간의 책임성과 통제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AI 성능보다 시민이 원한 건, 활용 사실 사전 고지와 인권 보호 장치
UNICRI 조사는 AI 경찰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가 단순한 기술 낙관론이나 기술 공포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응답자의 65.9%는 경찰이 범죄 예방·탐지·수사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경우 시민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답했다. 범죄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 업무나 대민 서비스에 AI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52.2%가 사전 고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AI가 개인의 자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1.2%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16.4%는 판단을 유보했고, 13.4%는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범죄 수사와 증거 분석을 위한 AI 활용에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실시간 감시와 예측치안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AI의 성능보다 경찰의 책임성, 투명성, 인권 보호 장치를 더 중요한 가치로 평가한다.
보고서는 "AI에 대한 시민의 지지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조건부"라며, "경찰이 기술 도입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독립적인 감독 체계와 인권 보호 장치를 마련할 때 비로소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강력한 AI가 아니다. 범죄 대응 능력을 높이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인권 보호 원칙 아래 운영되는 '책임 있는 AI 경찰'에 대한 요구가 UNICRI·인터폴 조사 전반에서 확인됐다.
▶원문 연구 출처
United Nations Interregional Crime and Justice Research Institute (UNICRI), November (2024). Not Just Another Tool: Public Perceptions on Polic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