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사용자 측이 지금이라도 전향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성실교섭에 나선다면 파국을 피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마지막 순간까지 교섭의 문을 열어놓을 것이다. 병원과 기관의 사용자들도 현장의 절실한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조정기간 내 원만한 타결을 위해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 이하 보건의료노조)이 2026년 산별 총파업을 앞두고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86.91%의 높은 투표율과 93.79%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투표율과 찬성률을 기록했던 지난해 87.2%보다 투표율은 약간 낮지만, 쟁의행위 찬성률은 지난해 92.06%보다 오히려 높은 93.79%를 기록했다,
보건의료노조가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한 91개 지부, 103개 사업장 가운데 7월 16일 현재 81개 지부, 91개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완료됐다. 전체 재적조합원 3만4910명 가운데 3만342명이 투표에 참여해 86.91%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투표자 가운데 93.79%(2만8459명)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반대는 6.14%(1,862명), 무효는 0.07%(21명)였다.
이처럼 높은 투표율과 압도적인 찬성률은 단순히 파업에 찬성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의료대란과 의료개혁의 혼란을 견디며 환자 곁과 의료현장을 지켜 온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동시에 의료대란으로 흔들렸던 진료체계와 병원 경영이 상당 부분 정상화된 이후 진행되는 첫 교섭에 대한 현장의 높은 기대가 표현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노동쟁의조정신청에는 모두 91개 지부, 103개 사업장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81개 지부, 91개 사업장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쳤고, 5개 지부 6개 사업장은 이미 교섭을 타결했다. 나머지 일부 지부는 투표를 진행 중이거나 투표를 앞두고 있으며, 아직 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지부는 2차 조정 전까지 최대한 타결하기 위해 집중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지부는 교섭과 조정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파업 돌입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잠정합의에 이른 지부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교섭을 마무리하고, 집중교섭 중인 지부는 마지막까지 타결 가능성을 열어놓고 교섭할 것이다. 실제 파업 돌입 여부와 규모는 각 지부의 교섭과 조정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최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교섭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사용자 측이 이를 외면하고 조정기간을 시간 끌기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원만한 해결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결과가 될 것이다.
2026년 현장교섭의 핵심 쟁점은 적정인력 확충과 임금이다. 사용자가 의료대란 당시의 경영위기만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회복 상황을 외면하거나, 경영 회복의 성과를 노동자들과 나누기를 거부한다면 현장의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적정인력 확충은 단순히 정원을 몇 명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법정 휴가와 휴식권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력, 서류상 정원이 아닌 실제 환자를 담당하는 인력, 환자의 중증도와 업무 난이도, 야간·교대근무, 모성보호와 육아휴직, 갑작스러운 결원에 대비한 대체인력까지 반영한 인력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병원의 상시·지속 업무는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 의료기관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적정인력 확충과 임금은 의료공공성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인력이 안정적인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숙련된 의료인력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환자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적정인력 확충과 임금에 관한 요구는 노동자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환자안전과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요구라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정기간이 끝나는 순간까지 대화와 교섭을 통해 원만하게 타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각 지부에서도 집중교섭과 노동위원회 조정을 통해 최대한 합의점을 찾을 계획이다. 노조의 목표는 파업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장의 절실한 요구를 교섭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교섭에 참석하거나 조정회의에서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남은 조정기간 동안 실질적인 안을 제시하고 성실하게 교섭해야 한다.
특히 일부 지부가 파업 돌입 여부를 유보하고 집중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사용자들이 안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적정인력 확충을 미루고 법정 휴가와 휴식권조차 보장하지 않는다면, 노사관계뿐 아니라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지속가능성도 위협받게 된다.
정부도 노사 자율교섭만을 이유로 뒤에 물러서 있어서는 안 된다.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의 문제는 개별 사용자의 교섭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체계 강화, 공공병원의 구조적 적자 해소, 보건의료인력 기준 마련과 지불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제도적·재정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정기간 내 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7월 23일 산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부득이하게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유지업무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다.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필수인력을 배치하고,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안내와 설명을 강화해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보건의료노조, 91개 사업장, 86.91% 투표율·93.79% 찬성율 쟁의행위 압도적 가결
103개 조정신청 사업장 중 6개 사업장 이미 타결미투표 사업장은 2차 조정 전 타결 위한 집중교섭 기사입력:2026-07-17 12: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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