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얼마나 때렸나' 봤지만... 가정폭력 재범 신호는 '멍' 아닌 '통제'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캐나다 가정폭력 1421건 분석... 질투·스토킹·폭력 부인 등 '강압적 통제', 현재 폭력 심각도보다 재범 예측력 높았다 기사입력:2026-10-31 18:32:50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폭력이다. 누가 누구를 때렸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흉기가 사용됐는지부터 본다. 실제로 기존 친밀한 파트너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IPV, 배우자나 연인 등 가까운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위험성 평가에서도 과거 신체폭력과 현재 사건의 심각도는 중요한 판단 근거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 또 폭력이 일어날지를 알려주는 신호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모욕한다. 뒤를 쫓거나 감시하고 일상생활을 통제한다.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이 저지른 폭력을 부인한다. 헤어지려는 상대에게 자살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이처럼 상대방의 자유를 제한하고 관계를 지배하는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가 향후 가정폭력 재범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웨이포인트 정신건강센터(Waypoint Centre for Mental Health Care)의 힐튼(N. Zoe Hilton) 연구진은 학술지 <Psychology of Violence>에 발표한 논문 ‘Coercive Control in Police Reports of Intimate Partner Violence: Conceptual Definition and Association With Recidivism’에서 캐나다 경찰의 IPV 사건 기록 1421건을 분석했다. 힐튼 연구진은 경찰 보고서에 남은 비신체적 학대와 통제적 태도를 통해 강압적 통제를 측정하고, 강압적 통제가 현재 사건의 신체폭력 심각도와 향후 IPV 재범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다.

캐나다 웨이포인트 정신건강센터 힐튼(Hilton) 연구진(2023)이 학술지 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 경찰의 가정폭력 사건 기록 1421건을 평균 5.41년 추적한 결과 약 32%가 다시 신체폭력을 저질렀으며, 질투·스토킹·자살 위협·폭력 부인 등 '강압적 통제'가 현재 사건의 폭력 심각도보다 향후 재범을 더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경찰이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신체폭력에 집중해 상대방의 일상을 통제하는 행동을 보고서 1421건 가운데 2%에만 기록했다며, 강압적 통제를 체계적으로 확인·기록하고 위험성 평가에 반영하는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캐나다 웨이포인트 정신건강센터 힐튼(Hilton) 연구진(2023)이 학술지 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 경찰의 가정폭력 사건 기록 1421건을 평균 5.41년 추적한 결과 약 32%가 다시 신체폭력을 저질렀으며, 질투·스토킹·자살 위협·폭력 부인 등 '강압적 통제'가 현재 사건의 폭력 심각도보다 향후 재범을 더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경찰이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신체폭력에 집중해 상대방의 일상을 통제하는 행동을 보고서 1421건 가운데 2%에만 기록했다며, 강압적 통제를 체계적으로 확인·기록하고 위험성 평가에 반영하는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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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투·스토킹·자살 위협, 경찰 기록 속 '강압적 통제'는 두 묶음

연구진은 여성 파트너를 신체적으로 폭행한 남성 1421명의 경찰 기록을 분석했다. 1421명의 공식 기록을 평균 5.41년 추적한 결과 약 32%(455명)가 여성 파트너를 상대로 다시 신체적 IPV를 저질렀다.

경찰 보고서에서 추출한 강압적 통제 관련 요소는 모두 7가지였다. 7가지 요소가 서로 어떻게 묶이는지 통계적으로 확인한 결과 크게 두 묶음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심리적 통제(Psychological Control)'였다. 성적 질투와 심리적 학대, 스토킹, 자살 위협이 포함됐다. 두 번째는 '통제적 태도(Controlling Attitudes)'였다. 상대방의 일상을 통제하는 행동과 IPV를 용인하는 태도, 자신의 폭력을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태도가 묶였다.

심리적 통제와 통제적 태도는 다시 '강압적 통제'라는 하나의 큰 개념 아래 놓였다. 특히 통제적 태도는 심리적 통제보다 강압적 통제라는 큰 개념과 더 강하게 연결됐다. 논문은 눈에 보이는 통제 행동뿐 아니라 폭력을 용인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태도 역시 강압적 통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 일상 통제 행동, 경찰 보고서 1421건 가운데 2%에만 기록


문제는 강압적 통제 요소가 경찰 기록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 보고서에서 가장 많이 확인된 강압적 통제 요소는 심리적 학대였지만 그마저 28%에 그쳤다. 성적 질투는 9%, IPV 부인·축소는 6%, IPV를 용인하는 태도는 5%, 자살 위협은 4%였다. 상대방의 일상을 직접 통제하는 행동이 기록된 경우는 2%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실제 강압적 통제가 그만큼 드물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경찰이 가정폭력 신고에 출동했을 때 현재 발생한 신체폭력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실제 존재한 강압적 통제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보고서에 기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 자료 자체도 실제 발생하는 IPV 전체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가정폭력은 한 번의 폭행으로 경찰 앞에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이전에는 질투와 감시, 모욕, 위협과 통제가 오랜 기간 반복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사건'을 기록하지만 강압적 통제는 '관계의 패턴'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 재범 예측, '이번에 얼마나 때렸나'보다 '어떻게 통제했나'

더 주목할 결과는 재범과의 관계에서 나타났다.

강압적 통제는 현재 사건의 신체폭력 심각도와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련이 있었다. 다만 그 관계는 크지 않았다. 차이는 이후 재범을 분석했을 때 더 뚜렷해졌다.

강압적 통제는 이후 IPV 재범의 발생과 심각도를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에서 예측했다. 반면 강압적 통제를 함께 고려한 분석에서는 현재 사건의 신체폭력 심각도가 이후 재범과 의미 있는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현재 사건에서 피해자가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만으로는 이후 폭력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힐튼 연구진은 비신체적 통제 행동과 태도가 향후 폭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의 신체폭력과 상해에만 초점을 맞추면 강압적 통제라는 위험요인을 놓쳐 피해자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 결과가 강압적 통제가 신체폭력보다 언제나 더 뛰어난 재범 예측요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 역시 기존의 검증된 IPV 위험성 평가도구에 강압적 통제를 추가했을 때 예측력이 실제로 더 높아지는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자살하겠다"는 말도 통제일까

주목할 부분은 자살 위협이다.

자살 위협은 힐튼 연구진의 분석에서 심리적 통제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다. 상대방이 관계를 끝내거나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려 할 때 "죽어버리겠다"고 위협하는 행동이 상대를 겁주고 붙잡아두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자살 위협을 강압적 통제로 볼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자살 위협이나 자해 행동에는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보복하려는 대인관계적 동기가 있을 수 있지만,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거나 심리적 고통 때문인 경우처럼 통제와 무관한 동기도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살 위협이라는 행동 자체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왜 그런 행동을 했고, 관계 안에서 어떤 기능을 했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멍만 볼 것인가, 통제의 패턴까지 볼 것인가

연구 결과는 경찰의 가정폭력 조사 방식에도 질문을 던진다.

연구진은 경찰이 현장에서 강압적 통제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방식을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자유서술식 기록만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심리적 통제 행동과 통제적 태도를 별도로 확인하는 구조화된 평가가 필요한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강압적 통제가 확인됐을 때 그 정보를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이나 위협평가 담당자, 피해자 지원 담당자와 공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경찰 교육 과정에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힐튼 연구진의 분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자료가 강압적 통제를 연구하기 위해 처음부터 수집된 것이 아니라 과거 경찰 기록을 재분석한 것이어서, 통제 행동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반복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사건이 주로 1990년대에 발생했다는 점도 한계다. 오늘날 흔한 휴대전화 위치추적이나 정보기술을 이용한 감시·통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제적 학대와 가족·친구로부터의 고립 등도 충분히 측정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구대상은 모두 이미 여성 파트너에게 신체폭력을 사용한 남성이었다. 따라서 신체폭력이 전혀 없었던 관계에서 강압적 통제가 향후 최초의 신체폭력을 예측하는지까지 보여준 연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가정폭력 위험을 판단할 때 "이번에 얼마나 심하게 때렸는가"만으로 충분한가. 질투와 감시, 스토킹, 모욕과 폭력 부인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 통제의 패턴은 다음 폭력을 평가할 때 놓쳐서는 안 될 정보일 수 있다.

경찰이 봐야 할 것은 눈앞의 멍만이 아니라, 그 관계에서 누가 누구의 삶을 어떻게 통제해 왔는가다.

▶연구논문
Hilton, N. Z., Eke, A. W., Kim, S., & Ham, E. (2023). Coercive control in police reports of intimate partner violence: Conceptual definition and association with recidivism. Psychology of Violence, 13(4), 277-285.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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