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령층에서는 흐름이 다르다. 65세 이상 노인이 사상자로 포함된 교통사고는 같은 기간 4만208건에서 4만1537건으로 늘었다.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도 1299명에서 1378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사고의 '양'은 줄고 있지만 취약한 고령층의 사고 위험까지 함께 줄어든 것은 아닌 셈이다.
사고가 난 뒤에도 문제가 남는다. 블랙박스와 폐쇄회로TV(CCTV),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충돌 전후의 속도와 제동 여부를 자동으로 저장하는 장치) 등 분석해야 할 데이터는 갈수록 많아지는 반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신고부터 조사와 결과 통보까지 시간이 걸리고, 조사관의 데이터 분석 역량에 따라 사고 분석의 정밀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조사의 빈틈을 인공지능(AI)이 메울 수 있을까?
강욱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경찰연구>에 발표한 '교통사고 조사·처리의 지능화 전략에 대한 연구: AI 기술과 제도개선의 통합적 접근'에서 AI를 사고가 난 뒤 원인을 찾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사고를 예측하고, 현장을 감지하고, 사고 과정을 재구성한 뒤 조사·처리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강욱 경찰대 교수(2025)가 <한국경찰연구>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5년 전체 교통사고는 전년보다 1.3% 줄었지만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는 4만208건에서 4만1537건으로, 사망자는 1299명에서 137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블랙박스·CCTV 등 분석 데이터는 늘어나는데 사고 조사는 조사관 역량에 따라 정밀도가 달라진다며, 뉴욕의 비전 제로와 네덜란드의 AI 관제 사례처럼 사고 예측과 현장 감지, 3D 재현, 조사·처리까지 지원하는 AI 조사 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뉴욕은 '어디서 사고 날지' 예측, 네덜란드는 대응시간 18분에서 14분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교통 데이터를 이용해 위험한 도로를 찾아내고 사고 대응을 자동화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강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뉴욕의 '비전 제로(Vision Zero)'를 들었다.
뉴욕은 충돌 사고와 교통량, 교차로·신호체계 등 도로 인프라 정보를 모아 지역별 사고 패턴을 분석한다. 논문이 소개한 AI 예측 모델은 도로망과 교통량, 신호체계, 과거 사고 패턴 등을 토대로 특정 지점의 사고 가능성을 계산한다.
과거 사고가 많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지역을 지정하던 방식에서 한발 더 나가는 것이다. 교통 흐름과 보행자 활동 등을 함께 분석해 위험지역을 찾은 뒤 속도 제한이나 신호체계 조정, 보행자 안전시설 설치처럼 어디에 먼저 손을 댈지를 정할 수 있다.
뉴욕의 비전 제로 자체도 성과를 내고 있다. 강 교수가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비전 제로 시행 이후 뉴욕의 교통사고는 13% 감소했다. 특히 신호체계 개선이나 좌회전 제한 등은 우선순위 지역에서 사망자 감축 효과를 냈다. 다만 비전 제로의 성과 전체를 AI만의 효과로 볼 수는 없다. 도로 재설계와 보행·자전거 공간 확대, 교통법규 단속 등 여러 정책이 함께 추진된 결과다.
네덜란드는 사고 직후 대응에 AI를 활용한다.
AI 카메라와 센서가 교통 흐름을 계속 살피다가 사고나 고장 차량을 발견하면 교통관제센터에 즉시 알린다. AI는 실시간 교통량에 따라 신호 시간을 조절하고, 구급차와 소방차가 접근하면 우선 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긴급 대응도 지원한다. 기상 조건과 시간대, 교통 패턴 등을 분석해 사고 위험이 높은 장소와 시기를 예측하는 기능도 활용된다.
논문이 소개한 사례에서는 예측 정보를 활용한 뒤 도로 사고 대응시간이 평균 18분에서 14분으로 20% 이상 단축됐다. 사고를 빨리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고 뒤 정체와 2차 충돌을 줄이는 데까지 AI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 사고 나기 전, AI가 '위험한 시간과 장소'부터 골라낸다
AI가 교통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는 예방이다.
기존에는 과거 사고가 많이 발생한 곳을 토대로 사고 다발지역을 찾아왔다면, AI는 날씨와 교통량, 도로 형태, 시간대, 과거 사고 이력 등을 함께 분석해 앞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질 장소와 시간대를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 퇴근 시간대 특정 교차로에서 보행자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신호가 나오면 순찰과 단속을 집중하거나 신호 주기를 조정할 수 있다. 조명과 횡단보도, 과속단속 장비 등 안전시설을 어디에 우선 설치할지를 정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논문이 제안한 AI 교통사고 조사 지원 시스템도 과거 사고와 도로 환경, 교통량, 운전자 행동을 종합해 고위험 구간과 시간대를 찾아내고 제한속도 조정이나 안전시설 설치 같은 맞춤형 대책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체 교통사고 감소 추세와 달리 증가하는 고령층 사고처럼 특정 집단과 시간대, 장소에 집중되는 위험을 찾아내는 데 활용할 여지가 크다.
사고가 난 곳을 표시하는 지도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곳을 미리 보여주는 지도로 바뀌는 셈이다.
■ 블랙박스·CCTV 넣으면, AI가 충돌 순서를 3D로 재현
AI의 역할은 사고가 발생한 뒤 더 커질 수 있다.
교통사고 현장에는 다양한 데이터가 남는다.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사고기록장치에는 충돌 전후의 속도와 제동 여부, 차량 움직임 등이 기록된다. 여기에 날씨와 도로 상태, 목격자 진술까지 더해진다.
AI는 이런 자료를 한꺼번에 분석해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 충돌 시점과 각도 등을 찾아낼 수 있다. 사고 전후 차량의 궤적을 3D로 재현해 어떤 순서로 충돌이 일어났는지를 검토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성형 AI를 접목하면 경찰의 사고 보고서에서 차량 위치와 속도, 충돌 각도, 기상 상황 같은 핵심 정보를 자동으로 뽑아 3D 시뮬레이션으로 넘길 수도 있다. 비슷한 사고의 판례를 검색하거나 재현된 사고 과정이 물리 법칙에 맞는지를 검증하는 방안도 논문에 담겼다.
경찰관의 행정 부담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 일부 경찰에서는 바디캠 음성을 문자로 바꾸거나 경찰관의 메모와 음성 기록에서 사고 일시와 장소, 관련 차량, 목격자 진술 등을 자동으로 추출해 보고서 작성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AI가 경찰관을 대신해 사고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일일이 찾아야 했던 증거와 데이터를 먼저 정리해주는 ‘AI 조사 보조관'에 가까운 역할이다.
■ AI가 과실까지 정할 수 있을까?... 설명 가능성과 책임 소재가 먼저
넘어야 할 문턱도 있다.
사고 영상을 분석한 AI가 특정 차량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그 결과를 그대로 법적 책임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분석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도 정해야 한다.
CCTV와 블랙박스, 차량 위치와 운행기록처럼 민감한 정보를 대규모로 결합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피할 수 없다.
강 교수 역시 이번 연구가 이론적 검토와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이뤄져 AI 시스템의 실제 효과와 적용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한계로 든다. 기술적 오류와 개인정보 보호, 법적 책임 소재 등에 대한 추가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AI에게 교통사고 조사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경찰관이 AI를 이용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
전체 교통사고는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사고 건수가 줄었다고 위험까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교통안전은 이미 일어난 사고를 세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어디에서 다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먼저 찾아내고, 사고가 나면 대응시간을 줄이며, 남겨진 데이터를 더 정확하게 읽는 것이다.
AI가 교통사고를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는 위험을 먼저 찾고, 사고가 난 뒤에는 원인 규명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도구는 될 수 있다.
▶ 원문 기사 출처
강욱(2025). 교통사고 조사·처리의 지능화 전략에 대한 연구: AI 기술과 제도개선의 통합적 접근. 한국경찰연구, 24(2), 3-26.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