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공공병원 장례식장에서 직원들이 유가족에게 특정 상조회사와 장례용품 업체를 소개하고 금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거창적십자병원에서 관련 비위가 먼저 적발된 뒤, 서울적십자병원에서도 1억6000만원대 금품 수수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각 병원과 대한적십자사의 내부통제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18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적십자병원과 거창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직원들은 유가족에게 특정 업체를 알선하거나 허위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 등으로 금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적십자병원에서는 원무팀 사무보조원 A씨와 장례지도사 4명 등 총 5명이 2022년 8월부터 상조에 가입하지 않은 유족들에게 특정 상조회사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상조회사로부터 소개 1건당 80만원을 받아 A씨가 35만원을 먼저 챙기고 나머지 45만원을 장례지도사 3명이 15만원씩 나눠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별 소개비와 미승인 외부 염습비, 업체 직접 송금액 등을 합산한 금액은 총 1억6676만5000원에 달했다.
감사가 시작된 뒤에는 금품 거래 내역을 '외부 염습 노무비'로 설명하기로 관련 직원들이 말을 맞춘 정황도 확인됐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6월 관련 직원 5명을 모두 파면했으며 현재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거창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유사한 비위가 적발됐다. 장례지도사 B씨와 C씨는 2022년부터 영정사진 인쇄업체와 장지 도시락 업체를 유족에게 소개하고 리베이트를 받아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유족이 영정사진을 출력할 경우 대금 8만원 가운데 4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겨 확인된 것만 7회에 걸쳐 28만원을 받았다. 대구 소재 도시락 업체를 소개한 뒤에는 주문금액의 20%를 소개비로 받아 약 10회에 걸쳐 현금 100만원과 명절 주유상품권 20만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장례지도사가 염습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비용을 빼돌린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주말이나 휴일에 외부 장례지도사가 염습을 한 것처럼 처리해 약 23회에 걸쳐 230만원을 받은 데 이어 외부 업체에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50만원을 별도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4월 B씨를 파면하고 C씨를 해임했다.
특히 거창적십자병원의 경우 관련 비위가 발생한 2022년 당시부터 현재까지 최준 원장이 병원장을 맡고 있다. 최 원장은 2020년 처음 병원장에 취임한 뒤 연임해 현재까지 병원을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서 최 원장이 해당 금품 수수를 직접 인지하거나 관여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 병원장 재임 중 장례식장 직원들의 금품 수수와 허위 비용 청구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내부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책임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적십자병원은 책임 시기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금품 수수가 시작된 2022년 8월 당시 병원장은 문영수 전 원장이었으며, 채동완 현 원장은 2024년 4월 취임했다. 이에 따라 수년간 이어진 비위 전체를 현 원장 체제의 관리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다만 비위가 현 체제까지 이어졌는지 여부와 함께 감사 이후 장례식장 운영 및 내부통제 개선이 충분히 이뤄졌는지는 별도로 살펴볼 대목이다.
대한적십자사 차원의 사후 대응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창적십자병원에서 먼저 장례식장 직원들의 업체 알선과 금품 수수, 허위 염습료 청구 등이 적발됐음에도 당시 다른 산하 병원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한 전면적인 실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서울적십자병원에서 거창보다 훨씬 큰 1억6000만원대 금품 수수가 확인되면서 선행 비위 적발 이후 본사 차원의 관리·감독이 충분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적십자사 산하 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히 장례식장은 가족을 잃어 경황이 없는 유족들이 병원 직원의 안내와 정보를 신뢰할 가능성이 큰 공간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특정 업체를 소개한 뒤 그 대가를 개인적으로 받아왔다면 유족의 선택권은 물론 공공병원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허종식 의원은 “가족을 잃은 유족이 가장 경황없는 순간, 공공병원 장례식장 직원들이 유족의 신뢰를 이용해 특정 상조회사를 꽂아주고 그 대가를 나눠 가진 파렴치한 범죄”라며 “경찰 수사를 통해 서울적십자병원의 불법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년에 걸쳐 조직적인 불법 소개와 금품수수가 이어지는 동안 병원의 내부통제는 사실상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대한적십자사는 적발된 병원뿐만 아니라 산하 전체 장례식장을 즉각 전수조사하는 동시에 투명한 운영을 위한 쇄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공공병원이라 믿었는데"…적십자병원 장례식장서 1억6000만원대 리베이트
기사입력:2026-09-18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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