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특수협박 사건 상고심에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천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12616 판결).
피해자(70대·남)의 조카인 피고인(30대·여)은 2023년 1월 30일 오후 6시 45분경 피고인의 주거지 내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폭행하자 이에 대항하여 우측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좌측 부위를 3회 폭행한 후, 싱크대 위에 있던 위험한 물건(날길이 25㎝)을 가져와 “변태 새X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죽고 싶으면 와 봐라”며 위해를 가할 듯이 위협했다.
피고인은 어린 시절 피해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가족들에게 폭로했다. 그러자 이에 격분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찾아와 기다리다가 피고인이 퇴근해 현관문을 열자마자 피고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구타했다. 피고인도 이에 대항하여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고 멱살을 잡는 등 서로 맞붙어 싸움을 벌이게 됐다.
피고인과 동거하던 피고인의 이모가 싸움을 말려 피고인과 피해자가 잠시 떨어져 있던 중, 피해자가 거실에 있는 서랍장의 서랍(가로 43㎝, 세로 37㎝, 높이 15㎝) 2개를 꺼내어 피고인에게 던져 피고인의 우측 엄지손가락을 맞춘 후 재차 오른 주먹으로 피고인의 얼굴 왼쪽을 3회 가격한 데 이어 식탁 위에 있는 가위를 가져와 날 끝부분을 손으로 치면서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까 너 죽이고 나 죽으면 된다.”라며 피고인을 위협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던진 서랍에 맞아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손가락 부분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에 피고인은 싱크대 위에 있던 흉기(날길이 25㎝)을 가져와 피해자와 대치했다.
이러한 대치 상황에서 피고인이 직접 112신고를 하여 경찰의 도움을 받고자 했고, 피해자가 가위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에도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흉기를 들고 부엌에 있었다.
피고인 B(30대·여, 피해자이자 가해자)은 특수협박 혐의로, 피해자(70대·남, 가해자, 피고인 A)는 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천지방법원 2023. 8. 10. 선고 2023고단3471 판결)은 피고인 B에게 벌금 300만 원을, 피해자(피고인 A)에게 벌금 500만 원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들과 검사는 쌍방 항소했다.
원심(2심 인천지방법원 2024. 7. 18. 선고 2023노3286 판결)은 피고인 B의 양형부당 주장만 받아들여 1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의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A와 검사의 항소는 모두 기각했다.
피고인 B에 대해 정당방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 참작할 부분이 있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
그러자 피고인 B만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유죄로 본 원심판단에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싱크대 위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변태 새X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죽고 싶으면 와 봐라”고 말한 것은, 그 언동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자의 폭력성, 피고인과 피해자의 과거부터의 관계, 성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공포심에서 한 행위이자, 가위를 들고 피고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언동을 하는 피해자의 추가적 가해행위를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또 피고인이 직접 112신고로 수사기관에 의한 분쟁해결을 요청했고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그대로 흉기를 들고 있었을 뿐 피해자에 대해 추가적인 위협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의 행위는 예고 없이 집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가위를 들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를 가했겠다고 협박하는 피해자의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로, 이는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대법원, 특수협박 사건 '정당행위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26-08-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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