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김도현 인턴 기자] 헌법재판소가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이 사망한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로만 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지난 24일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조카인 박 모 씨 등이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헌법불합치) 대 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안의 개요는 청구인 박 씨와 송 씨는 과거사 사건으로 숨진 망인들의 조카로, 이들의 삼촌(망인)들은 혼인하지 않은 채 사망해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없었다.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마저 세월이 흐르며 모두 사망한 것이다.
망인들은 1948년 이른바 ‘여수·순천 사건’에 연루돼 포고령 제2호 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다가 대전형무소로 이감된 후, 1950년 6월~7월 사이 방첩부대와 헌병대, 경찰 등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법적 절차 없이 살해됐다.
조카인 박 씨 등이 해당 판결에 대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들이 형사소송법상 재심청구권자(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박 씨와 송 씨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이마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 다른 청구인 지 씨 역시 삼촌의 조카다. 천주교 성직자였던 지 씨의 삼촌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없었고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도 모두 숨진 상태였다. 망인은 이른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에 연루돼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내란선동 등으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망인은 1993년 3월 사망했다.
이에 조카 지 씨 역시 재심을 청구했으나 청구권자 범위에 알맞지 않아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법률적 쟁점은 심판대상 조항은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다. 이 조항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규정하며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라고 명시하고 있다.
헌재는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심판대상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것”이라며 “이는 정당하고 적정한 재판이라는 법치주의의 또 다른 이념을 도외시하고, 재판청구권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헌재는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판결이라는 형식을 빌려 국민에게 불법행위를 저지른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까지 확정판결을 유지하고자 하는 법적 안정성의 요청이, 친족의 재판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희생시킬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향후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맞추어 입법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형사 재심을 통해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이 명예를 널리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와의 진정한 화해를 바탕으로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도현 로이슈(lawissue) 인턴 기자 ronaldo0763@naver.com
[헌재판결] ‘과거사 사건’ 피해자 조카의 재심 청구 제한한 형소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기사입력:2026-06-25 16: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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