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민후 변호사 "AI 시대에도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

변호사가 직접 전화기를 드는 순간 인공지능은 대신할 수 없는 ‘말’에 관하여 기사입력:2026-06-06 16:30:07
법무법인 선 파트너 변호사 김민후.

법무법인 선 파트너 변호사 김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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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요즘 의뢰인 상담을 하다 보면 부쩍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챗GPT에게 물어보면 이렇다는 데요.” 몇 년 전만 해도 의뢰인들은 목소리를 한 톤 낮추어 다른 것을 물었다. “검사님이랑 아는 사이세요?”

시대가 바뀌어 질문의 형태도 바뀐 것이다. 그러나 두 질문은 사실 하나의 같은 불안을 품고 있다. 내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진짜 힘은 무엇이며, 나는 그 힘에 기댈 수 있는가.

인공지능은 이미 법률 실무에 넓게 활용되고 있다. AI는 37만건의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단 5분만에 분석해준다. 좋은 분석도구를 외면하는 것은 도리어 의뢰인에게 손해다. 그러니 진짜 물음은 인공지능이 쓸모 있는가가 아니다. 진짜 물음은 따로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변호사가 하는 일 가운데 인공지능이 끝내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의외로 가장 아날로그한 장면에 있다. 변호사가 직접 전화기를 들고, 한 사람의 운명에 관한 결정권을 쥔 또 다른 사람인 담당 검사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사건내용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풀어야 한다. 변호사가 검사에게 전화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두고 흔히 전관이어야 가능한 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피의자의 변호인이든 고소대리인이든, 담당 검사에게 사건을 설명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전관 만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변호사에게 열려 있다.

흔히 말하는 전관예우가 사건의 실체와 무관하게 누구를 아는가로 결론을 끌어내려는 시도라면, 변호사가 정식으로 결정권자에게 사실관계와 법리를 직접 말로써 전달하는 일은 설득에 기대는 것이다.

잘 좀 봐 달라는 청탁이 아니라, “이 사건은 이런 사실관계이고, 이런 법리에 비추어 이렇게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기에 이는 음지에서의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변호사가 정식 절차에서 행하는 정당한 의견 개진이며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변호사가 전화기를 들고 거는 그 전화 한 통이 실제로 하는 일은 이렇다. 수백, 수천 건의 사건 더미 속에서 바로 내 의뢰인의 사건 경위를 1분 내의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정확히 설명하고, 검사가 지금 이 사건에서 무엇을 미진하게 보고 있는지, 어떤 자료가, 어떤 소명이 더 필요한 지를 직접 듣는다. 그리고 그 간극을 메울 추가 변론의 방향을 잡고, 진행 경과를 확인한 뒤, 그것을 의뢰인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의뢰인은 더 이상 깜깜한 어둠 속에서 통지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게 된다. 자신의 사건이 지금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이 더 필요하며, 변호인이 그것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된다. 형사절차에서 의뢰인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나쁜 결과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받아 드는 결론이다.

인공지능에게 아무리 정교한 답을 들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인공지능은 답을 줄 수는 있어도, 살아 움직이는 절차 속으로 들어가 나를 대신해 이름을 걸고 행동해 주지는 못한다.

물론 변호사가 전화를 했다고 해서 담당 검사가 반드시 전화를 받아준다는 보장도, 그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리를 결정권자에게 직접,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미진한 부분을 제때 보완하는 일은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정당하고 또한 강력한 변론이다. 시도할 가치는 언제나 충분하다. 같은 기록이라도 글로만 설명하느냐, 말로써도 풀어 설명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권자는 사람이고, 설득은 사람의 일이다. 상대의 망설임을 읽고, 그 자리에서 답하고,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것, 이렇게 ‘말’로 하는 일은 끝내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인공지능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누군가를 설득할 수는 없다.

의뢰인이 진정 바라는 것도 잘 쓰인 서면 몇 장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변호사라는 사람이, 직접 전화기를 들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결정하는 이에게 자신을 대신해 말해 주었다는 사실. 그것이 의뢰인이 실제로 위로받는 지점이다.

그러고 보면 “인공지능이 다 해주는데 변호사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은, 몇 년 전 “전관이어야 하느냐”는 물음과 그리 다르지 않다.

둘 다 진짜로 묻고 있는 것은 하나다. “내 편이 되어, 결정하는 사람에게 내 말을 대신 해 줄 사람이 있는가?” 그 답은 전관인지 여부나, AI가 얼마나 발전 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검사 앞이라면 손부터 떨리는 의뢰인과, 수백 수천 건의 기록 더미에 파묻힌 검사 사이, 그 사이가 바로 ‘이름’을 가진 형사변호사가 서 있어야 할 자리다.

-법무법인 선 김민후 변호사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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