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아침 9시, 보호관찰소의 하루는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공원 벤치, PC방 구석, 편의점 앞 평상 등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 필자에게는 누군가의 삶이 다시 시작되거나 멈춰 서는 갈림길이다.
그 갈림길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 사람이 바로 보호관찰관이다.
보호관찰관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사회 안에서 생활하는 대상자를 정기적으로 만나 지도·감독한다. 단순한 감시가 아니다. 면담과 생활 점검, 취업 독려를 통해 무너진 일상의 구조를 다시 세우는 일, 그것이 업무의 본질이다.
생계형 절도로 보호관찰을 받던 대상자가 있었다. 필자는 먼저 취업을 통해 안정적 생활 기반을 마련하도록 도왔다. 그는 취업에 성공했지만 고질적인 소비 습관을 버리지 못해 다시 소액절도를 저질렀다. 실망감이 컸지만, 내가 포기하면 그의 변화 가능성도 끝난다는 생각으로 지도방법을 바꾸었다. 취업과 병행해 금전 관리 계획을 세우고 주기적으로 점검했다. 이후 그는 추가 재범 없이 보호관찰을 마쳤다.
얼마 전 공원에서 만난 한 대상자는 실직 후 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오래된 알코올의존과 반복된 취업 실패가 겹치며 삶의 리듬은 무너져 있었다. 일을 시작해도 오래 버티지 못했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쉽게 흔들렸다.
필자는 말했다. “일보다 먼저 술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합니다. 그대로 두고는 어떤 시작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단기 구직 활동을 독려하는 동시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도록 지도했고, 직업훈련 과정도 연계했다. 병원 진료 및 훈련 참여 여부를 점검하며 생활 리듬을 바로 세워갔다. 치료와 훈련, 금주 약속을 지키는 연습이 쌓이자 그는 낮 시간을 술 대신 구직과 훈련에 쓰기 시작했다.
보호관찰 기간 중의 경험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사회봉사명령으로 노인복지시설에서 봉사하던 한 대상자가 있었다. 필자는 그가 어르신들과 교감하며 이전에 본 적 없는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눈여겨보았다. 그에게 사회복지 분야로의 진로 전환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현재 평생교육원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며, 복지시설 근무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4년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4.1%이다. 이는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면담과 관리가 재범 예방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화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사소한 선택에서 시작된다. 어제와 다른 선택이 반복될 때 재범은 재기로 바뀐다. 그 선택의 순간에 함께 서 있는 일. 그것이 보호관찰관으로서 현장으로 향하는 이유다.
-서울남부보호관찰소 이병용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기고] 보호관찰관이 현장으로 향하는 이유
변화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사소한 선택에서 시작된다 기사입력:2026-04-13 16: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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