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회, 회원들에게 수습노무사 무보수로 고용하는 지침 배포 논란

노무사회가 제시한 기준은 고용노동부 지침에도 위배, 수습노무사모임 노벗 성명 발표 기사입력:2026-03-08 11:00:00
(제공=하은성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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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를 교육생으로 위장하는 관행이 바로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공인노무사회가 수습노무사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무보수 수습을 정당화하는 지침을 공식적으로 배포한 것은 공인노무사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책임마저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4년에 콜센터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최초 노동청 판단이 나온 이후, 데이터라벨러, 콜센터 상담사, 항공사 승무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교육생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근로계약서 대신 '동의서'나 '서약서'를 작성하거나 교육기간이 근로기간에서 제외되었음에도 실질주의 원칙에 따라 근로자로 인정된 사례들로 노동청과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의 편법 채용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의가 있다.

이런 가운데 수습노무사의 열악한 지위와 이를 악용한 수습처의 갑질은 매년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였다.

이에 수습노무사 노동인권모임 '노동자의 벗' 등은 2019년, 2022년, 2023년 수습노무사에 대한 갑질을 폭로하고,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수습노무사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공인노무사회의 이완영 회장은 올해 집체교육에서 "실무수습이 노동이냐 교육이냐" 물어보고 교육이라고 손 든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등 수습노무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실제로 모 노무법인의 채용 면접에서는 채용 담당자가 "원래는 2명 뽑을 예정이었는데 (2명 임금으로) 5명을 뽑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라고 말하는 등 채용 갑질을 당한 사례가 수습노무사 사이에서 제보되기도 했다.

수습노무사 동기회는 올해 수습 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노무사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23일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수습노무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지침을 회원들에게 배포해 논란을 자초했다. 노무사회가 배포한 지침 중 <연수교육 실무수습(채용형·교육형) 운영 가이드라인>이라는 제목 아래 채용형 수습과 교육형 수습을 표로 구분하고 있다.

이 표에 따르면 '교육형 수습'의 경우 현장실습생에 준하는 신분이라며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며, 무보수/근로시간 제한 없음/휴일 및 연차휴가 없음/해고 가능/4대보험 미가입/재직기간 미산정 등 대부분의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수습노무사의 노동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노무사회가 오히려 노동법 적용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가이드라인'이라며 공식화하여 지침을 배포한 것이다.

이러한 지침이 공개되자 수습노무사 동기회가 문제를 제기했고, 그러자 노무사회는 2월 27일 수정된 내용의 공문을 배포하면서 ‘노무사회에서는 채용형 수습을 더 권장’하고 있다거나 ‘수습노무사들의 동의가 없으면 무급으로 진행할 수 없다’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수습노무사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노무사회는 수정된 공문에서 ‘교육형 수습은 수습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수습공인노무사의 원활한 실무수습 진행을 지원하기 위한 보완적 방안 중 하나’라고 사태를 무마하려 했으나, 문제의 본질은 과도적 근로관계를 악용한 '교육생'이라는 제도를 노무사회가 최초로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모 노무법인에서 수습을 받고 있는 한 노무사도 "수습을 시작하고 연수교육 전반에서 공인노무사회가 40여년이 된 조직이라는 점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설프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무사회의 대응을 지적하며 "실무 업무를 경험하지 않고 교육만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수습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인노무사회는 신입 노무사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짤 게 아니라 미래의 직역 동료들을 위해 수습 착취 방지, 권익 개선 등의 활동을 더 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형 수습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수습노무사 노동인권모임 '노동자의 벗'도 지난 3월 4일 회원 41명과 함께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수습노무사의 근로자성에 따른 권익보호에 힘쓰라>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노동자의 벗 운영팀장인 이가현 노무사는 "올해도 400명이 넘는 합격생이 배출되어 수습난이 심한데, 수습을 구해 들어갔던 노무사들도 갑질과 폭언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 이처럼 수습노무사에 대한 보호가 절실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을 배제하는 교육형 수습을 노무사회가 공식화한 것에 대하여 항의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연서명을 받고 성명을 발표한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노무사회는 지침에서 "채용을 전제로 하고 정해진 근무시간에 따라 실질 업무에 참여하거나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며 채용형 수습과 교육형 수습을 구분하고 있지만, 이러한 판단 기준은 지나치게 형식적이며 그동안의 법원 판결·노동위 판정·고용노동부 지침과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25년 11월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정식 채용 前 단계' 교육생의 근로자성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교육 내용이 실제 업무와 동일·유사한 과제를 포함하고 있거나, 비록 장래 수행할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더라도 사용자의 영업활동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우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실제 업무를 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교육생의 근로자성에 대한 사건을 수행해 온 하은성 노무사는 "노무사회가 제시한 기준인 '계약의 내용이 채용을 전제로 하는지'는 본채용을 위해 업무적격성 여부를 판단하는 시용계약의 법적 성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무수습과는 취지가 다르다"며 노무사회의 판단기준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하 노무사는 "문제의 본질은 과도적 근로관계에 관한 법의 공백을 악용한 제도를 마치 중립적인 선택지인 것처럼 '교육형 수습'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한 것"이라며 "노무사회가 교육형 수습에 대한 지침을 배포한 것은 편법 계약을 조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년간 수습 노무사를 채용해 온 김유경 대표 노무사(노무법인 돌꽃)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해마다 수습 노무사들이 각 수습처에서의 과도한 업무부여, 기피업무 혹은 허드렛일 부여, 연장 휴일근로 강요 등의 문제를 호소할 정도로 업계에서 수습 노무사를 업무 수행이 아닌 ‘순수한 교육’ 목적으로만 뽑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김유경 대표 노무사는 “더욱이 갈수록 수습처 대란이 심화하는 현실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공인노무사회의 지침은 사실상 ‘교육생’의 형식을 최대한 갖추면 비용 부담없이 공짜 노동을 시켜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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