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설·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경찰 통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치가 있다. 명절 연휴 기간 112에 접수되는 가정폭력 신고가 평소보다 30~60% 가까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가족이 모이는 날’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시간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폭력을 참고 지나가는 것과 실제로 신고 버튼을 누르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생길까.
우선 112에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폭력의 정도와 재발 가능성을 1차로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고성방가·말다툼 수준인지, 상해·협박에 이르는 심각한 폭력인지, 흉기 사용이나 아동·노인 등 취약 가족이 포함돼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현장에서 가해자를 분리하고 긴급체포·현행범 체포를 진행하거나, 피해자를 쉼터·친정 등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조치가 뒤따른다.
신고 이후에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보호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 경찰 단계에서 신청하는 긴급임시조치(가해자의 주거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화·메신저 연락 금지 등)를 거쳐, 검사가 법원에 임시조치·보호처분을 청구하면 보다 장기간의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차단, 주거·직장 출입 금지 등이 결정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폭행·상해·협박 등 형법상 범죄가 인정되면 형사 입건과 함께 벌금·징역형이 병행될 수 있다.
많은 피해자들이 “신고해도 금방 집으로 돌아오지 않느냐”, “오히려 더 심하게 보복할까 두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 번의 신고만으로 모든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고 이력과 경찰·검찰 단계 기록이 쌓여야만, 이후 반복되는 폭력에 대해 보다 강력한 보호명령이나 구속 수사가 가능해진다. 상습 폭력, 흉기 사용, 아동·노인 동반 피해 등 고위험 가정으로 분류되면, 명절·야간 시간대에 대한 선제적 모니터링·순찰이 강화되는 것도 현실적인 변화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향후 신고기록은 이혼·양육권·위자료 다툼에서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이다.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렵다고 느끼는 단계라면, 가정폭력 신고 사실과 진술조서, 의무기록, 사진·녹취 등은 “폭력이 일회성 실수였는지, 반복된 패턴이었는지”를 입증하는 결정적 자료가 된다. 폭력이 반복됐는데도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훗날 재판에서 피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정진아 변호사는 “명절 가정폭력 신고는 당장의 안전 확보뿐 아니라, 이후 보호명령·형사처벌·이혼·양육권 판단까지 이어지는 출발점이 된다”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단계라면 ‘집안 망신’이라는 죄책감보다 자신의 생명과 아이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112 신고와 함께 사진·진단서·메신저 내역 등 자료를 차분히 남겨 두는 것이 향후 법적 대응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명절 기간 증가하는 가정폭력, 신고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기사입력:2026-02-12 14: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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