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21일 연구보고서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의 현실과 정책 과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법정 정년을 둘러싼 논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기퇴직 이후 전개되는 고령층 노동의 현실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퇴직 전–전환기–재취업으로 이어지는 노동 경로를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에서 중고령자의 은퇴 시점이 법정 정년이 아니라, 대체로 50대 초·중반에 발생하는 비자발적 주된 일자리 이탈 시점에서 사실상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정년까지 동일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며, 주된 일자리에서의 이탈은 이후 노동 경로를 좌우하는 핵심 분기점으로 작동해 단시간·저임금·불안정 고용으로의 질적 하향 이동과 노후 빈곤 위험을 구조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책 논의가 여전히 정년 연장 여부라는 이분법적 틀에 머물러 있다며, 핵심 쟁점은 ‘정년을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왜, 어떤 조건에서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는 2015년 이후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만 50~69세 1,460명을 대상으로 2025년 10~11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고령자의 퇴직 이후 노동 경로, 고용의 질 변화, 경제활동 제약, 필요한 정책 지원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주된 일자리의 평균 퇴직 연령은 약 54세였으며, 퇴직 시점은 5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까지 폭넓게 분포했다. 근속기간 5년 미만 노동자의 경우 만 54세 이전에 이탈한 비율이 60.6%에 달한 반면, 30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경우 60~64세에 퇴직한 비율이 52%로 나타나, 근속기간에 따라 정년 접근성이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퇴직 사유를 보면 정년퇴직은 24.6%에 그친 반면, 비자발적 퇴직이 34.5%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해 강제적 중도 이탈이 일반적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조사 결과, 주된 일자리 형성 단계부터 성별·산업·사업체 규모에 따른 분절 구조가 확인됐다. 주된 일자리에서 남성 상용직 비중은 78.6%, 여성은 68.1%로, 일자리 형성 단계부터 성별 분절 구조가 확인되었으며, 직업군별로는 남성은 제조업(27.8%)에, 여성은 교육(25.3%)과 보건(18.5%)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다.
사업체 규모 기준으로 보면 남성은 1,000인 이상 대규모 조직 근로자가 21.2%였던 반면 여성은 7.0%에 불과했고, 반대로 여성은 1~9인 영세사업장 종사 비율이 남성보다 약 1.8배 높았다. 정년퇴직자의 약 45%가 300인 이상 중·대규모 사업장 출신이었으나, 1~9인 영세사업장 출신 정년퇴직자는 6.5%에 그쳐 정년 접근성의 구조적 불평등이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퇴직 전 근속연수·직업·종사상 지위 등 일자리 특성에 따라 이후 노동 경로와 안정성이 달라지는 구조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비임금근로자의 경우, 주된 일자리의 평균 폐업 연령은 53.5세로 임금근로자(54.2세)보다 낮았고, 근속기간 역시 10년 미만이 39.6%로 높은 반면 30년 이상은 6.2%에 불과해 장기근속 비율이 매우 낮았다. 종사상 지위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55.4%,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39.6%, 무급가족종사자 5.0%로 구성되었으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운데서는 전통 자영업 30.4%, 프리랜서 11.9%, 플랫폼 노동 0.8%로 나타났다. 사업체 규모는 1~4인이 69.2%, 5~9인이 16.9%로 대부분 영세했으며, 산업별로는 교육서비스업(23.5%), 도·소매업(19.2%), 숙박·음식업(12.7%) 등에 집중되어 남녀 모두 지역 상권과 교육·돌봄 기반 업종에 편중되어 있었다. 이는 자영업이 전반적으로 경기 변동, 소비 위축, 지역 인구 변화에 취약한 구조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폐업 사유로는 수익 부족과 시장 제약이 56.5%로 절대다수를 차지해, 중고령 비임금근로자의 폐업이 개인의 경영 실패라기보다 영세 자영업 구조, 산업 취약성, 생애주기 변화가 중첩된 결과이며, 여성의 경우 건강이나 돌봄 등 개인 사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폐업 원인이 더욱 복합적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50대 폐업 집단은 재취업 기반이 약화되고 노후 소득 위험이 가장 높은 정책적 핵심 취약계층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 직후 경제적 어려움은 비임금근로자(59.2%)가 임금근로자(40.1%)보다 19.1%p 높게 나타났다. 또한 임금근로자는 법정퇴직금(47.1%)과 실업급여(43.8%) 등 제도적 보호를 비교적 많이 활용한 반면, 비임금근로자는 64.6%가 ‘이용한 제도가 없다’고 응답해 제도적 사각지대가 확인됐다. 두 집단 모두 가족·친척에 대한 의존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임금근로자 44.3%, 비임금근로자 48.7%), 이는 공적 안전망의 한계를 드러낸다. 퇴직 이후 교육·훈련 참여율은 전체의 44.9% 수준이었으나, 여성은 교육·보건·사회복지 분야(66.3%)에, 남성은 기능·기계·전기 분야(40.5%)에 집중되어, 교육·훈련이 기존 성별 직업 경로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퇴직 이후 경제적 위험이 비임금근로자에게서 더 크고 장기간 지속되며, 두 집단 모두 공적 제도보다는 가족 중심의 비제도적 대응에 의존하고, 교육·훈련 참여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취업과 소득 회복으로의 전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퇴직 이후에도 고령층의 노동 참여는 지속되지만, 그 경로는 더 낮은 직무 지위, 더 작은 사업장, 돌봄·서비스 중심 산업, 단순·서비스 직종으로 수렴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임금근로자의 직업 구조는 생애 주된 일자리 기준 관리자·전문가·사무직(64.0%) 중심에서, 현재는 서비스·단순노무가 최대 비중(39.1%)을 차지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구체적으로 서비스직 비중은 12.4%에서 24.7%로(+12.3%p), 단순노무는 6.7%에서 14.4%로(+7.7%p) 증가해, 전문·사무 중심에서 생계형·저숙련 일자리로의 질적 하락이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응답자의 84.8%가 현재도 경제활동 중이었으나, 재취업은 공식 제도보다 비공식 네트워크 의존이 강해 현재 일자리 취업 경로에서 개인·직장 인맥 활용이 46.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고용 상황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퇴직 이후 노동시장이 허용하는 구조적 경로의 결과로 해석했다. 고령 임금근로자의 현재 일자리는 비공식 인맥을 통한 재취업, 연령 차별, 장시간·단시간 이중 구조, 소득 하락, 사회보험 사각지대, 고용 불안, 낮은 임금에 대한 제한적 만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태로 분석했다.
비임금근로자의 현재 일자리는 주로 관계 자본을 통해 진입하며, 일정 수준의 근로시간 자율성은 존재하지만, 낮은 소득과 소득 감소의 상시적 경험, 높은 부채 수준, 낮은 현금 완충 능력, 지속적인 사업 유지 불안을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구조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러한 현실은 임금근로자의 상황과 함께 볼 때, 퇴직 이후 노동시장이 ‘장시간·저임금의 임금노동’과 ‘시간 자율성은 있으나 재정적 불안이 큰 비임금노동’이라는 두 경로로 양분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정년 연장 논쟁이 포착하지 못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취업 고령층을 노동시장의 사각지대로 규정하며, 이들이 ▲조건·자격 미스매치와 연령 차별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건강·돌봄·교통 등 구조적 제약으로 노동시장 밖에 머물거나, ▲연금·가족·저축에 의존해 수동적 생계를 유지하되 공공일자리를 통한 사회참여와 보충 소득을 희망하는 등 다양한 성격이 혼재된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통계상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노동시장에도, 은퇴 체계에도 완전히 편입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으로 보고서는 한국의 고령층 노동시장이 정년 중심의 통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다수의 중고령자가 정년 이전에 비자발적 이탈을 경험하고, 재취업은 단순·저임금·단시간 일자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채용 관행, 직무 구조, 전환기 매칭 부재 등 제도적 요인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이므로, 정년 연장 논쟁을 ‘얼마나 오래 일할 것인가’라는 틀에만 가두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강조했다. 핵심 문제는 정년 이후가 아니라 정년 이전에 이미 발생하는 전환기 단절, 경력과 숙련의 활용 부재, 질 낮은 재취업, 사회보험 공백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조기퇴직을 늦추기 위한 고용 유지 전략, ▲주된 일자리 이탈 이후 전직·전환기 관리체계 구축, ▲리스킬링 기반 경력 전환 지원, ▲민간 커리어컨설턴트를 활용한 전직 지원 모델, ▲60대 이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제도화, ▲비표준·비임금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사회보험 및 최소 보장 체계 재구성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 저자인 정혜윤 부연구위원은 “다수의 중고령자가 정년에 도달하기도 전에 전환기에서 밀려나고, 이 과정에서 질적 하향 이동과 사회보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필요한 것은 정년을 늘리는 논쟁이 아니라 전환경로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국회미래연구원,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의 현실과 정책 과제' 보고서 발표
기사입력:2026-01-21 16: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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