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행동, 다른 해석... 세대 맞춤형 스토킹 교육 필요"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동거인, 가족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 또는 그 주거지 등에 대한 접근, 지켜봄, 메시지 도달, 물건 도달, 물건 훼손 등이 포함되며,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스토킹 범죄에 해당합니다.
2023년 개정된 법률에서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개인정보 및 개인위치정보, 혹은 이 둘의 편집이나 합성 등을 배포하거나 게시하는 행위,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 정보로 상대방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 등이 추가되면서 스토킹의 범위가 한층 넓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토킹을 '로맨틱한 구애'로 오해하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법 제정 이후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세대별 인식 차이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충남대학교 박예은·곽대훈 연구팀은 세대별 스토킹 인식 차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한국범죄심리연구>에 발표했습니다. 본 기사에서는 '세대 차이에 따른 스토킹 인식 분석: 베이비붐 세대, X세대, M세대, Z세대를 중심으로'에 나타난 세대별 스토킹 행위에 대한 인식 차이를 소개합니다.

충남대학교 박예은·곽대훈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모든 세대가 90% 이상 스토킹 처벌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MZ세대는 강력 처벌을, 기성세대는 교육 중심 해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스토킹 행위도 젊은 세대일수록 범죄로 인식하는 반면 기성세대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여, 세대 맞춤형 스토킹 교육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같은 사건도 세대마다 다르게 본다"
기존 스토킹 인식 조사는 대학생 등 특정 연령층에 편중되어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고자 세대를 '단순 연령'이 아닌, 비슷한 역사·사회문화적 경험을 공유한 '코호트(cohort)' 개념에 따라 베이비붐, X, M, Z세대로 구분했다.
연구는 전국의 17세 이상 일반인 336명을 대상(남성: 95명, 28.3%; 여성: 241명, 71.7%)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이 중 베이비붐 세대는 31명(9.2%), X세대 105명(31.3%), M세대 65명(19.3%), Z세대는 135명(40.2%)이었다.
■젊은세대는 "강력 처벌", 기성세대는 "온건한 규제"
우선 스토킹에 대한 처벌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는 (1) 법적 처벌 필요, (2) 형사처벌 찬성하지만 시기상조, (3) 잘 모르겠음 중 선택했다. 모든 세대에서 90% 이상이 법적 처벌 필요성에 동의했다.
두 번째, 스토킹 구성요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1) 일방성, (2) 불안감 또는 공포심 유발, (3) 지속성 또는 반복성 중 '불안감·공포심 유발'이 모든 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혔다. 이는 기존 연구들이 강조한 '일방성'보다, 감정적 피해를 더욱 중요한 판단 요소로 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토킹 규제 방안으로는 (1) 피해자 신변안전 보호 및 지원, (2) 가해자 상담 및 치료, (3) 접근금지 명령, (4) 예방 및 대응 교육, (5) 형사처벌 등이 제시되었으며, M세대와 Z세대는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예방 및 대응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X세대는 '피해자 보호' 다음으로 '예방교육'을 중시했고, 베이비붐 세대 역시 교육과 보호를 순차적으로 응답했다. 즉, 젊은 세대일수록 보다 강력한 규제책을 선호하고, 기성세대일수록 온건하고 예방 중심의 접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실제 피해 경험 역시 MZ세대에 집중되어 있었다. 피해 경험 응답자 중 Z세대가 47.2%, M세대와 X세대가 각각 25%, 베이비붐 세대는 2.8%에 그쳤다. 연구진은 실질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MZ세대가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스토킹 규제에 가장 필요한 방안이 피해자 보호라고 응답하였다고 분석했다.
■스토킹 행위 구분 인식, 세대 따라 달라
연구는 스토킹 행위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세대별 인식을 비교했다. 네 가지 유형은 (1) 상대방에 대한 구애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일반적 행위(예: 첫 만남 후 전화, 선물 배달 등), (2) 전형적인 스토킹 행위(예: 지켜보거나 기다리는 행위, 반복적 연락 등), (3) 위협적인 스토킹 행위(예: 자살 협박, 무단침입 시도 등), (4) 스토킹은 아니지만 침해적인 행위(예: 반복적 데이트 요구 등)로 구분했다.
스토킹 행위에 대한 구분을 세대 별 차이점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 관심 행위'와 '침해적 행위'에 대한 인식에서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젊은 세대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구애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일반적 행위 혹은 반복적 데이트 요구와 같은 침해적인 행위조차 스토킹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세대 맞춤형 스토킹 교육 시급
연구진은 "그동안 대학생 중심의 연구에 한정됐던 스토킹 인식 조사를 전 세대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세대별 인식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스토킹 예방 교육과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MZ세대는 실제 피해 경험이 많고 처벌 요구도 높아, 보다 현실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 등 기성세대 대상으로는 스토킹 개념 확장과 감정적 피해에 대한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사 연구논문
박예은·곽대훈. (2022). 세대 차이에 따른 스토킹 인식 분석: 베이비붐 세대, X세대, M세대, 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범죄심리연구, 18(3), 49-64.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