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법원
이미지 확대보기경남의 한 어촌 마을에 살고 있는 70대 중반의 A씨는 2021년 4월 태양광 발전설비 업체 B사에서 나온 직원의 방문을 받았다. 이 직원은 “집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전기료를 아낄 수 있고, 남는 전기는 한전에 팔 수 있다”며 설치를 권유했다. 그는 한전에 20년간 전기판매 계약을 맺게 해주고, 만약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공비 전액을 환불하고 추가 비용 없이 원상복구해준다는 조건도 걸었다. A씨는 공사대금 2500만원에 B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B사는 보름만에 시공을 마친 뒤 A씨가 한전에 전력구입계약(PPA) 신청서를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A씨 집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사용전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B사는 보완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회사 관계자가 방문해 둘러보는 수준에 그쳤다.
A씨는 일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한전을 직접 방문해 진행상황을 파악했다. 한전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전력수급 계약을 취소해 놓고는 왜 딴소리를 하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한전관계자가 내민 계약 취소 신청서에는 A씨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A씨는 B사에 항의했지만, B사는 “당신이 제출한 것이 맞다”면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반면 공단은 ‘한전 등과의 계약체결을 이행 못할 경우 환불하고 무상철거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내밀며 반박했다. 특히 한전에 제출된 계약취소 신청서의 도장은 A씨의 인감증명서와 다르다며, 시중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립도장의 글씨체임을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항변을 받아들여 B사의 공사대금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법원은 확약서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A씨가 확약서에 따라 계약 해제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시공거래계약은 해제되었다”고 했다.
한편 B사는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도소매업을 하면서 지자체에 방문판매업 신고 없이 영업을 하다가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김기환 변호사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방문판매까지 되고 있다”며 “농어촌에 거주하는 고령의 어르신들은 계약 문제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