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대구고법현판
이미지 확대보기원심(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2. 7. 6. 선고 2021고단3952 판결)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함에 있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전방 신호등이 녹색등이었는데 적색으로 변경되면 정지하려고 전방을 주시하며 진행하던 중 갑자기 전방에 검은 물체가 나타나 급제동을 했으나 충돌을 피할 수없었다. (보행자를 발견한 거리는)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으나 불과 4∼5m 전에 보행자를 발견했다.’라고 진술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업무상과실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원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했으나 전반적인 취지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 앞에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로 이해되고 경찰 진술 및 원심 최종변론을 보더라도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고 호소하고 있어 이를 통상적인 의미의 자백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전방 주시의무 등 운전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업무상과실이 인정되고, 이로 말미암은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사고장소는 경사가 있고 차량 및 보행자의 통행이 빈번한 일반도로이므로 횡단보도가 근처에 있다고는 하나 중앙분리대가 사라진 직후여서 횡단보도까지 가지 않고 무단횡단 하려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점, 이 사건 사고장소 후방 약 1.1km 지점부터 약 650m에 이르는 구간은 어린이보호 구역이고, 후방 800m 지점에는 신호·과속 단속 장비(제한속도 50km/h)가 설치되어 있는 점, 당시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는 등 주변이 그리 어둡지 않았던 점, 현장검증 결과, 사건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전방 주시의무 등 운전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업무상과실이 인정되고, 이로 말미암은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실제 사고장소에서 피해자가 입었던 옷과 같은 종류의 옷을 입은 대역을 두고 제한속도인 60km/h의 속도로 피고인의 차량과 같은 차종의 검증 차량을 주행해 본 결과, 검증 차량은 대역 약 100m앞 지점에서 정지할 수 있었다. 사건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미리 발견하고 감속하거나 즉시 급제동하는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에게 사망에 이를 정도의 충격은 가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도로를 무단횡단 한 피해자의 잘못도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한 바가 작지 않은 점,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의 유족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가해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