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과 C는 가요주점에서 유흥접객원과 손님으로 만났다.
피고인은 C와 합의 하에 모텔에 가서 성관계를 했을 뿐, C가 술에 만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고인을 준강간한 사실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C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은 C와의 성관계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이었고 잠에서 깬 뒤 성관계의 흔적 등을 보고 피고인 자신이 정신을 잃은 동안 강간을 당하였다고 믿어 C를 준강간으로 신고한 것이므로 무고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관계 당시 블랙아웃 상태였는지에 대해 당시 피고인이 어느 정도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만취했다거나 블랙아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C는 ‘피고인과 모텔로 들어간 후 피고인과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가 침대에 누웠는데 피고인이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피고인에게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피고인이 “괜찮다”고 했으며, C의 옆에 누워 살짝 안겼으며 거부하는 몸짓도 없었으며, 피고인과 3시간 정도 이야기하면서 술은 다 깬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이는 CCTV 재생시청결과 및 업주의 진술에 비추어 신빙성이 있다.
피고인은 C와 함께 모텔로 들어온 시각인 7월 25일 오전 8시 30분부터 C가 모텔을 나가는 시각인 같은 날 낮 12시 30분경까지 5회에 걸쳐 남자친구 등과 전화통화를 하고, 모텔에서 담배를 피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설령 피고인이 만취하여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본인이 C를 상대로 한 준강간 혐의의 고소가 허위사실에 대한 고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관한 미필적 인식은 충분히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무고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피고인은 C가 모텔을 나간 후 40분 뒤인 오후 1시 11분경 112에 신고했는데, 만일 피고인이 강간 또는 준강간을 당했다고 인식했다면 모텔을 나가는 C에게 위 신고내역과 같은 내용이나 성관계에 대하여 어떠한 언급을 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그 경위를 납득하기 어렵다.
다만 피무고자에게 형사처벌의 위험이 현실화되지는 않았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을 참작했다.
◇무고죄에 있어서 범의는 반드시 확정적 고의가 아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있으면 되는 것이므로, 무고죄는 신고자가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확신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9도77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무고죄에 있어서 허위사실의 신고라 함은 신고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확정적이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도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하였을 때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여기에서 진실이라고 확신한다 함은 신고자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신고사실이 허위라거나 또는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신고자가 알고 있는 객관적 사실관계에 의하여 신고사실이 허위라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7. 4. 선고 2000도1908, 2000감도62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