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현금 2억9천만 원 교부 받아 편취 보이스피싱 수거·전달책 항소심서 무죄→실형

기사입력:2022-07-04 1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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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부산고법/부산가정법원 현판.(사진=전용모 기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성기준 부장판사·민희진·목명균)는 2022년 6월 24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기망당한 피해자들로부터 23회에 걸쳐 현금 2억9391만 을 교부받아 편취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수거 및 전달책)에게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2021노1011).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추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고심 재판 과정에서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및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고려, 실형을 선고하되 피고인의 현재 불구속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2020년 6월 중순경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하면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금을 교부받아 성명불상자가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해 주고 그 대가로 일당을 받기로 성명불상자와 공모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성명불상자는 피해자 Q에게 전화해 “‘R 직원인데 저금리로 2,000만 원까지 대환 대출이 가능하다’,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하는 것은 계약위반이니 기존 대출금 630만 원을 S 직원에게 상환해야 된다.’, ‘대출을 받으려면 보증료를 S 직원에게 상환해야 한다.’, ‘추가 보증료를 S 직원에게 상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했다.

이에 성명불상자의 지시를 받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만나 S직원(대부업체)인 것처럼 행세해 2020년 6월 24일경부 7월 14일경까지 부산, 울산, 김해시, 밀양시, 창원시, 거제시, 대구 등을 돌아다니며 23회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으로 2억 9391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와 공모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원심 부산지법 2021.3.18. 선고 2020고단3535)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보이스피싱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알지 못한 채 피해자들로부터 각 피해금을 전달받아 송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위 범죄사실을 무죄로 인정했다.

검사는 "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교부받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정상적인 채권추심업체가 거액의 돈을 현금으로 추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채용할 경우 통상적으로 구직자에게 신용보증을 요구하고, 면접과 교육을 통해 채용된 직원이 추심한 돈을 횡령하는 것을 막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피고인에게 신원보증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피고인이 수행한 일이 하루에 수백만 원이 넘는 돈(최소 300만 원, 최대 5400만 원 상당)을 현금으로 지급 받아 송금(100만원 씩 나누어 무통장 송금)하는 일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례적인 구직 과정, 통상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현금수거 및 전달책이 수행하는 전형적인 수법에 해당하는 비정상적인 편취금 송금 방식,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23회에 걸쳐 현금 293,911,980원을 편취한 점, 성명불상 조직원의 지시로 대부업체 직원으로 행세한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는 범행을 저지르고 있음을 인식하고도 범죄조직원들과 공모하여 사기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범죄는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을 주요 범행 대상으로 삼아 그 궁박한 처지를 이용하여 이들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보이스피싱 범행은 개개의 피해자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 외에도 상당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금융거래 질서에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여 사회 전반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등 그 해악이 매우 큰 점, 또한 범행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어 피해 범위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피해 회복 또한 용이하지 않은 구조적인 특성이 있으므로,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범행에 가담한 자들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는 점,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피고인이 미필적 고의로 이 사건 각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을 통해 직접 취득한 이득은 비교적 소액인 점, 피고인이 동종범죄나 벌금형을 넘는 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와같은 공모에 대하여는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도5494 판결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 것이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443 판결 등 참조).

한편,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도8726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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