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사진제공=법도종합법률사무소)
이미지 확대보기공인중개사자격을 갖고 있는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는 “여러 개 계약서 중 진짜가 무엇인지 가리는 것을 쟁점으로 전세금 반환소송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며 “이런 경우 정확히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마지막에 작성된 계약서가 기준이 된다”고 했다.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이란 계약기간이 끝난 임차인이 건물주를 상대로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대법원이 발표한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연도별로 접수된 전세금 반환소송 사건은 2017년 3천577건, 2018년 4천181건, 2019년 5천703건으로 2019년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급별로는 1심 5천703건, 항소심 901건, 상고심 171건이었고, 법원별로는 수원지방법원이 1,137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세금 반환소송에서 마지막 작성된 임대차 계약서가 이면계약 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모호한 상황이 있다. 예를 들면 세입자가 세무서 제출용으로 새로운 계약서가 필요한 경우다. 세입자는 이면계약서를 작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새 계약을 해서 세무서에 제출하려는데, 건물주는 이를 이면계약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전세금 반환소송에선 어떤 계약서가 진짜인지가 쟁점이 되기 때문에 비용과 기간이 소모적으로 발생한다.
간단한 전세금 반환소송에서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립각이 날카로워지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기도 한다.
5년 후 세입자 A는 마지막 4번째 계약서에 따라 5년 임대차기간이 끝났다며 전세금을 돌려달라 요청했다. 그러나 건물주 B는 4번째 계약은 허위 작성된 이면계약이라며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맞섰다.
A는 B를 상대로 전세금 반환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순차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당사자가 그러한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나 우열관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면 그와 같은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면서도 “여러 개의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고 판결했다. 즉, 계약서들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정하고 있다면 정해진 내용에 따르지만, 법률관계가 명확치 않다면 마지막계약서를 기준 삼는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에서 B는 마지막 계약서가 허위계약임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 때문에 대법원은 계약기간은 마지막 계약서에 따라 5년이 맞다며 세입자 A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엄 변호사는 “전세금 반환소송에선 입증이 중요하다. 최대한 입증자료를 모아보고 그래도 입증이 힘들면 마지막 계약서가 기준이 되니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마지막 계약서가 허위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면 앞선 계약서가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