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망과 업무사이 상당인과관계 인정 어렵다는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21-01-12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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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망인의 사망과 그가 수행하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과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망인은 평소 주·야간 교대 근무 등으로 인하여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어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초기 감염이 발생했고, 그런데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야간근무를 계속하던 중 초기 감염이 급격히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로, 망인은 2009년 4월 9일 입사해 조선소의 소조취부 현장에서 부재결합, 가용접, 판접 자동용접 등 취부조립 및 자동용접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해왔다. 그러다 2016년 11월 4일 야간근무 중 갑자기 통증을 느끼고 조퇴해 ○○병원 응급실에 내원 후 부산백병원으로 이송되어 '급성 심근염'(이하 '이 사건 상병') 진단을 받았고, 2016년 11월 14일 사망했다.

원고는 2017년 2월 28일 피고(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으나, 피고는 2017년 6월 28일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병했다거나 이로 인하여 기존 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망인은 6 ~ 7년 이상 주·야교대근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받은 점, 위 회사의 희망퇴직,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으로 정신적 부담이 상당했던 점, 작업자의 감소로 노동강도가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망인의 업무와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에도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2017구단10747)인 창원지법 김형원 판사는 2019년 8월 14일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1심은 감정의는 “심근염의 원인균은 대부분 장바이러스이고,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급성 심근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가 없다.”라는 소견인 점, 근무기록에 의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무시간이나 업무의 내용은 면역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만큼 육체적으로 과중하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누적시킬 정도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운 점, 감염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망인의 체질적 요인으로 인한 사망임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의 사망과 그가 수행하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항소했다.

원심(2심 창원 2019누11340)인 부산고법 창원제1행정부(재판장 신숙희 부장판사)는 2020년 5월 13일 원고의 항소를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를 비롯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의 사망과 망인이 수행한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양자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원심은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일차적 기준이 되는 업무 시간을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으로 정하고 있는데, 망인의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업무 시간은 직전 4주 동안 1주 평균 42시간 30분, 12주 동안 1주 평균 45시간 35분으로 위 기준에 미치지 못하므로(원고가 주장하는 근무 시간을 기초로 산정하더라도 1주 평균 50시간가량으로 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규범적으로 망인이 과로를 하였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점, ② 이 법원 감정의는 망인의 사망과 망인이 수행한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소견을 밝히고 있으나, 제1심 감정의는 이와 달리 양자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취지의 소견을 밝히고 있는데, 이처럼 상반된 두 소견 중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이 법원 감정의의 소견을 구체적으로 보면 ‘과로가 인정된다면’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긍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범적으로 망인이 과로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위와 같은 이 법원 감정의의 소견을 그대로 취신할 수는 없는 점을 들었다.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2020년 12월 24일 "원심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망인의 업무시간이 ‘개정 전 고시’에서 정한 1주 평균 60시간 기준에 미달한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부산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0.12.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망인의 원칙적 근무형태는 주 단위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1주 평균 4일 근무하며, 주간근무는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8시간씩(중식시간 1시간 제외), 야간근무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매일 7시간씩(야식시간 1시간 및 취침시간 1시간 제외) 근무하는 것이지만, 사망 전 12주간 근무내역을 살펴보면 실제로는 위와 같은 근무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주·야간 근무일정도 불규칙적이었다.

망인은 2016년 10월 31일부터 설사, 몸살, 미열 등이 동반된 상기도감염, 장염 등 증상이 있었다. 1심 및 원심의 각 진료기록감정 결과에 의하면, 위와 같은 초기 감염이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2013년경 ‘출혈이 있는 급성 위궤양’을 앓은 것 외에는 특별한 기초질환이 없었고, 평소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며, 체중과 혈압은 정상이고, 흡연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동료근로자인 이○○는 1심 법정에서, 망인은 협력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경력직으로 채용됐는데, 경력직이라는 이유로 신입사원들에 비하여 난이도가 높고 힘든 작업들을 많이 했고, 망인이 근무한 조립5부는 2009년 신설된 부서로 신규입사자들이 많아 경쟁이 심한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또한 2016년 8월 이후에는 연차소진 강요 및 연장근무 통제 강화로 인하여 실제 작업자 및 작업시간이 줄어든 상태에서 종전과 같은 작업량을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단위시간당 업무강도가 높았다고 증언했다.

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더라도, 통상 기선(갑)에서 기정(을)으로 진급되는 기간은 3년부터 5년까지인데, 망인은 3년차에 기정으로 진급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만 37세의 건강한 성인 남성으로 평소 특별한 기초질환이 없었고, 업무상 요인 외에는 초기 감염이 이 사건 상병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를 만한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초기 감염이 발생한 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4일 연속 야간근무를 하던 중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게다가 주·야간 교대 근무의 일정 및 주기가 불규칙적이라면, 근무자가 받는 피로와 스트레스 등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단할 수 있다.

개정된 고시에 의하면, 망인의 업무는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과 같은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업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에 미달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망인은 평소 주·야간 교대 근무 등으로 인하여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어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초기 감염이 발생했고, 그런데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야간근무를 계속하던 중 초기 감염이 급격히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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