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준강간 사건 합리적 근거 없이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배척 무죄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20-12-06 09:00:00
(사진=대법원홈페이지)

(사진=대법원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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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2020년 11월 12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준강간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군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합리적 근거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고등군사법원)에 환송했다(대법원 2020.11.12. 선고 2020도9667 판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준강간등)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2014년 7월 1일 오전 2시경부터 오전 3시경까지 경기 양평읍에 있는 C의 이복누나 집에서 C, S,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같은 날 오전 4시경 화장실에서 술에 만취했으며 C로부터 준강간을 당해 알몸으로 쭈그려 앉아 있던 피해자를 화장실 바닥에 눕혀 1회 간음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인 피해자에 대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강간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원심(고등군사법원 2020. 7. 2. 선고 2020노20 판결)은,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원심은, 피고인의 간음행위 이후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함께 나와 안방에 들어가 누운 상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피고인과 S가 피해자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가 피해자의 현관문 앞에서 키스를 한 점, 그 이후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어찌됐든 당신은 말리지 않았고, 나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한 성폭행 피해자가 되었네요’ 등의 문자를 보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를 성폭행한 사람은 C이지만 서로 좋아하는 사이임에도 이를 말리지 않은 피고인을 책망하는 것일 뿐, 피해자 스스로 피고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정 등을 무죄의 근거로 들고 있다.

피해자는 고소장에 ‘화장실에서 C가 옷을 벗기고 강간했고, 이후 피고인이 들어와 정신없는 사이에 동의하지 않은 성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기재했다. 또한 피해자는 수사기관부터 제1심 법정까지 피고인, C 등과 함께 C의 이복누나 집에 가 함께 술을 먹다가 화장실에 가게 된 경위, 화장실에서 C의 강간행위, 피고인이 화장실에 들어온 이후 피고인과 나눈 대화 내용, 피고인의 간음행위와 그 당시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 및 이후의 정황 등에 관하여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했다.
원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기 직전의 상황과 간음 중의 상황‘은 명확히 기억하면서도 ’간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의 상황‘만 유독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인용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가 술을 먹고 구토하는 등으로 상당히 취한 상태였고 C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직후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간음행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의 상황을 일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경험칙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피고인은 화장실에 갔다가 옷을 입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괜찮은지 물어 보고 동의를 얻어 성행위를 했고, 당시 C가 피해자에게 간음행위를 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C의 간음행위로 이미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알면서 피고인이 간음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검찰에서 ‘용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는데, 피고인이 화장실에 알몸으로 있는 피해자에게 구조 등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괜찮은지 물어 본 후 호감이 있다고 하면서 성행위를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진술 내용 자체로도 모순되고 경험칙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종전에 피해자와 호감이 있어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간 피고인이 굳이 화장실에서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성행위를 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쉽사리 믿기 어렵다고 봤다.
피해자는 피고인을 고소한 동기에 관하여 ‘당시 잊고 싶어서 묻어두려고 했는데, 2017년경 겨울 C와 S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이 오자 당시 일이 생각나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여 메시지를 보냈는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아 고소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피해자의 고소 경위에 특별히 의심할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합리적 근거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했다"며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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