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적절한 인사의 KBO 총재 추대로 프로야구 손해 발생 시, 이를 추천한 KBO 이사들은 업무상 배임죄의 책임 면하기 어렵다"

기사입력:2020-10-27 13: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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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현 박지훈 변호사.
[로이슈 전용모 기자]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10월 1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을 신임 KBO 총재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정지택 씨는 2020년 4월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돼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따라서 과연 정지택 씨를 KBO 총재로 추천한 KBO 이사회의 결정에 문제가 없는지, 만일 문제가 있다면 그러한 결정에 참여한 KBO 이사들은 어떠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지택 씨로 KBO 총재가 확정될 경우, 현재 업무상 배임 및 계열사 부당지원 등 무거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그가 KBO 총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현재 심각한 자금난으로 주력 계열사들을 매각하는 등 그룹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 두산그룹이 '정지택 KBO 총재'를 내세워 야구단의 운영자금을 수혈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의혹은 그 자체로서 정지택 씨가 KBO 총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게 자명하다는 얘기다.

결국 위와 같은 사실을 충분히 예상하고 용인하면서 정지택 씨를 KBO 총재로 추천한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의 대표이사는 업무상 배임죄(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의 죄책을 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다.

박지훈 변호사는 형법상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i)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ii) “그 임무에 위배하여”, (iii)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해야 한다. 본 사안의 경우 정지택 씨가 KBO총재로서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KBO가 적어도 무형적인 재산상의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므로, 결국 9개 구단의 대표이사에게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는 위 (i)과 (ii)의 요건을 충족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사단법인이나 주식회사의 이사가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단순히 의결권(voting)을 행사하는 경우, 이는 “이사”로서의 본연의 업무수행을 위한 사실적·기계적 행위에 불과하므로, 이는 “타인(사단법인이나 주식회사)”의 사무가 아닌 “이사 자신”의 사무로 해석되어야 하고, 따라서 설사 당해 의결권의 행사가 타인(사단법인이나 주식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될 여지는 없다.

예컨대 KBO의 現총재가 이사회에 정지택 씨를 신임 총재로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했고, A구단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하여 다른 구단의 대표이사와 특별한 사전 의사교환 없이 정지택 씨를 신임 총재로 추천하는 데에 찬성투표를 했다면, A구단의 대표이사는 자신의 “이사”로서의 고유권한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므로, 정지택 씨의 총재 추천/선출 여부에 관계없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KBO 정관에 의할 경우, KBO 총재는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총회에서 선출하게 되는데, KBO 이사회의 총재 추천 절차는 그 요건 및 효과가 이사회의 일반 의결 절차와 근본적으로 상이한 바, 결국 KBO 이사회가 2020년 10월 13일 정지택 씨를 총재로 추천함에 따라(앞서 언급한 A구단 대표이사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9개 구단 대표이사 중 위 총재 추천에 동의한 구단의 대표이사의 경우 업무상 배임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KBO 이사회는 원칙적으로 재적이사 3분의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이사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되어 있으나(정관 제23조), 총재의 추천은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4분의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이뤄진다. 본 사안의 경우 2020년 10월 13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1개 구단의 대표이사가 불출석하여 총 9개 구단의 대표이사만이 참석했는 바, 통상 이사회에 1~2개 구단의 대표이사가 불참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이사회의 총재 추천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의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KBO 이사회는 일반적인 사항에 관하여는 다른 통상의 사단법인이나 주식회사와 같이 “의결” 또는 “표결”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① 유독 총재의 추천과 관련한 사항에 관하여서는 “의결”이라는 용어 대신에 “동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② 이사들의 그러한 “동의”에 따른 법적 효과 역시 “선출”이 아닌 “추천”에 불과하며, ③ 최종적인 총재의 “선출”은 총회에서 재적회원 4분의3 이상의 “찬성”에 의하여 이뤄진다(정관 제10조). 즉 총회에서 총재를 “선출”하는 절차를 규정함에 있어서도, KBO 정관은 일반적인 용어인 “의결”이 아닌, “찬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KBO의 정관이, 회의법(會議法)의 통상적인 용어인 “의결”이나 “표결”등과 같은 용어 대신, “동의”나 “찬성”과 같은 용어를 굳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사들의 기계적인 투표행위(voting)에 의해서 총재를 선출하는 것을 지양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되지 않을 수 없다. 즉, KBO의 정관은, “투표”에 의한 “선거”가 아니라, 각 구단들의 협의 및 의견조율에 의한 합의도출을 통해 총재를 선출하는 방식을 사실상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KBO가 “선거”가 아닌 “합의”에 의한 총재의 선출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10개 구단의 (경기장 밖에서의) 불필요한 분열과 대립을 억제함으로써, 산업공동체로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음은 물론이다.

기본적으로 10개 구단이 하나의 산업공동체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KBO는 각 구단의 대표이사(KBO의 이사)들의 총재 추천행위 역시 협상 및 합의의 산물로 보는 관점에 서 있다. 따라서 KBO에 손해를 끼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부적절한 인사가 KBO의 총재로 추천된 경우, 이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구단의 대표이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업무상 배임죄(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참고로, 이상의 모든 내용은 이사회에서 총재로 추천된 자를 총회에서 “찬성”의 방법으로 선출한 회원(구단주)에게도 적용됨은 물론이다.

-‘사람과 운동’ 대표 & 법무법인(유한) 현(HYUN) 박지훈 파트너변호사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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