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방명부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사진제공=저자 하승수) ■ 저자 소개하승수14년째 휴업 중인 변호사이고, 전직 대학교수다. 20대 국회 4년 동안 원내외 정당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을 연결하여 선거제도 개혁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다. 전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전 국회 정치개혁특위 자문위원, 전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녹색전환연구소 기획이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여전히 한국정치의 변화를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저서로 『지역, 지방자치, 그리고 민주주의』, 『청소년을 위한 세계인권사』,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삶을 위한 정치혁명』, 『배를 돌려라 : 대한민국 대전환』, 함께 쓴 책으로 『행복하려면 녹색』, 『세상을 바꾸는 힘』, 『껍데기 민주주의』, 『삐딱할 용기』 등이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하 변호사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활동하면서 국회 정치개혁특위 자문위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기존에 논의되어 오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이 좌초된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것은 ‘1인 1표 개방명부 비례대표제’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책의 서문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이 준연동형에서 준준연동형으로 후퇴하고, 위성정당까지 등장해 개혁의 성과가 훼손된 상황을 돌아보며 "가슴이 아프지만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거제도가 엉터리인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좋은 선거제도 없이 좋은 정치를 기대할 수 없기에 다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2020년 총선에서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평가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좋지 못해 선거법은 재개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전망했다. 그리고 예전으로 후퇴하느냐, 아니면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로 전진하느냐의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자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 이유는 ‘국회의원 정원’ 문제와 ‘위성정당’ 문제 때문이다.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 이상으로 증원하는 것이 필요한데, 국민여론이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1인 2표 투표방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위성정당의 등장을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300명의 국회의원 정원으로도 실시할 수 있고, 위성정당의 등장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방식의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 그것이 이 책에서 제안하는 1인 1표 개방명부 비례대표제이다.
우선 1인 1표의 투표용지를 사용해 위성정당은 원천봉쇄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정당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까지 고를 수 있는 개방명부 방식을 도입해 밀실공천의 문제점도 해결한다.
이런 방식의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실시해 지역대표성도 확보한다. 즉, 현재 253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권역별 비례대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광주권역, 대구권역의 비례대표를 뽑아서 지역대표성도 확보할 수 있다. 서울, 경기의 경우에는 5~6개 정도의 권역으로 나누면 된다.
그리고 현재 47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보정의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로는 당선되기 어려울 수 있는 소수정당은 이 전국 단위 보정의석을 배분받음으로써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방명부-권역별 비례대표-보정의석 방식은 덴마크, 스웨덴 등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덴마크는 175석(섬 지역에서 선출하는 4석은 제외)의 국회의원 중 135석은 10개 권역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로 선출하고, 40석의 보정의석으로 전국 단위 득표율과 의석 비율을 맞춰준다. 덴마크의 2007년 총선에서 2.84%를 득표한 새동맹(New Alliance)은 권역별로는 의석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보정의석을 통해 5석을 확보했다. 스웨덴의 경우에도 349석의 국회의원 중 310명은 29개 권역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로 선출하고, 39석은 보정의석으로 활용하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253석의 지역구 의석을 권역별 비례대표로 전환하고, 47석을 보정의석으로 활용하면, 300석의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아도 제대로 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방명부 방식을 도입하면, 유권자들의 선택권도 확대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하승수 변호사는 2022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도 1인 1표 개방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40~50%대의 정당득표율로 80~90%의 시·도의회 의석을 차지한 서울시의회, 경기도의회, 부산시의회 사례를 소개하며, 이런 선거는 ‘세계 최악의 불비례성’을 보여주는 선거라고 지적한다. 이 선거제도를 방치하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특정정당이 80~90% 의석을 차지하는 사례가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광역 지방의회 선거제도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결선투표제 또는 보완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면서, 런던시장 선거에서 도입된 보완투표제를 소개한다. 그리고 기초지방의회 선거의 경우에도 현재의 2~4인 중선거구제는 결국 거대양당이 기초지방의회까지 독과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 기초지방의회도 개방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책의 1장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한 측은 반드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부메랑’을 맞는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현재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을 강조한다. 그는 미래통합당(이전의 새누리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자독식 선거제도로 피해를 보고도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하다가, 2020년 총선에서 손해를 본 것을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부메랑’을 맞은 것으로 해석했다.
2004년 총선에서 단독 과반수를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2005년 과반수 지위를 상실한 후에, 뒤늦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연정까지 묶어서 선거제도 개혁을 제안했지만 실패했던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혁을 할 수 있을 때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보론’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과 묶어서 헌법개정도 같이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2018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준비하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개헌의 핵심쟁점인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총리추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회가 국무총리를 단수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단, 거부권을 2회 행사한 후에는 대통령이 현행처럼 국회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를 임명할 수 있는 것으로 하면, 대통령과 국회 다수파 간의 갈등으로 인해 총리 임명이 표류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권력구조 개편안을 놓고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책 속에 담았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