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또 유인물을 배포했는데 그 내용은 「대한민국 교육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오늘 OOO초등학교 교육현장은 그야말로 동성애 교육장이 되어 있습니다. '항문XX는 인권이다! 정말 좋단다', '메갈(남성혐오)', '한남충(한국 남자는 벌레)' 같은 동성애자들의 은어들이 난무하는 교실을 상상이나 해 보셨습니까? 」로 되어 있다.
그러나 원고는 학생들에게 '항문XX는 인권이다! 정말 좋단다'는 말이나 남성을 혐오하거나 동성애를 조장하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 다만, 원고가 수업시간에 자신이 다녀왔던 퀴어문화축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여 준 것이 전부이다. 위 동영상에도 이와 같은 표현은 없고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만 찍혀 있다.
하지만 원고가 닷페이라는 동영상 미디어에서 학교 현장에도 페미니즘 관점에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것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 상태에서 영어수업시간에 자신의 수업과는 관계없는 내용인 자신이 참석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모임인 퀴어문화축제에 관한 동영상을 보여 주고 이야기함으로써 학부모들에게 오해를 증폭시킨 점이 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공동 1천만원)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피고 전학련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아니하고 성명서에 발표하고 피켓시위를 하는 것은 원고에게 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 전학련의 대표는 이를 주도적으로 행한 점에서 피고 전학련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고도 아직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수업과는 전혀 무관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이에 관해 이야기함으로 그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큰 걱정을 끼치게 하여 이것이 빌미가 되어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점도 참작을 한다"며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로 300만 원을 정했다.
그러자 원고는 부대항소(3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700만 원 청구)를, 피고는 항소했다.
2심(원심 2019나31138)인 서울중앙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박태안 부장판사)는 2019년 12월 11일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피고들의 항소 및 원고의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2020년 4월 29일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4.29. 선고 2019다302121 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은 소액사건이므로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각호에 정한 바에 따라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 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제1호),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제2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상고할 수 있는데, 상고이유 주장은 그 어느 것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