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피고인 A씨(58)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T 법률사무소(2012. 2.경 ‘법무법인’으로 변경)의 대표 변호사이다.
피고인은 2004년 7월 하순경 대구 동구 도평로에서 Y씨를 비롯한 대구 북구 검단동 일대 지역 주민 1만여명과 사이에 위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하는 ‘K2 공군비행장’의 전투기 소음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관한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그 위임계약에 따라 피고인이 변호사로서 받을 수 있는 성공보수는 ‘승소판결로 취득한 총 금액(원금과 지연이자)의 16.5%(부가세 포함)’였다.
2007년 8월 28일경 위 법원에서 ‘피고(대한민국)는 원고(주민)들에게 원고별로 일정 금액의 원금 및 이에 대해 2007년 3월 8일부터 2007년 7월 18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는 취지의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2010년 12월 23일경 서울고등법원에서 피고 항소에 대한 기각판결이 선고돼 그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됐다.
피고인은 2010년 12월 하순경 법률사무소의 사무실에서 위 원고들을 대리해 승소 판결금을 수령하기 위해 법률사무소 직원들로 하여금 서울 용산구 국방부 담당자에게 위와 같이 승소한 이 사건 소송의 판결주문에 따라 원고별로 원금과 지연이자를 산정한 손해배상내역서 초안, 원고(주민) 명단, 판결금을 송금받을 피고인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번호 및 소송 위임장 등을 송부하도록 해 그 무렵 국방부 담당자로부터 위 손해배상내역서 초안을 토대로 하여 작성된 손해배상내역서 확정본을 송부받았다.
피고인은 2010년 12월 29일경 사무실에서 국방부 담당자로부터 위와 같이 확정된 손해배상내역서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주민 Y씨에 대한 승소판결 총 금액 492만9651원(원금 288만7000원, 지연이자 204만2651원)을 포함해 소송의 원고들에 대한 승소판결 총 금액 362억1260만836원을 피고인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로 송금받아 손해배상내역서에 따라 피해자인 소송의 원고들에게 귀속된 판결금을 분배하기 위해 금원을 업무상 보관하게 됐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 소송이 6년 넘게 진행되어 승소 원금에 대한 지연이자가 예상 밖의 거액으로 늘어나자 피해자인 주민들이 지연이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정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지연이자, 즉 위임계약상 피고인이 정당하게 수령할 수 있는 성공보수 16.5%를 제외하고 남은 83.5%의 지연이자도 성공보수 명목으로 피고인에게 귀속시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해 그 무렵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합68323호, 2006가합23904호, 2006가합69276호 및 2006가합71026호 등 모두 4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수행해 수령한 주민 1만384명의 승소 지연이자 합계 170억3457만4165원 중 16.5%인 2억8107만4737원만을 피고인의 성공보수로 충당하고, 나머지 83.5%에 해당하는 142억2386만9428원의 지연이자를 각각 피해자인 주민들에게 지급해야 함에도 그 무렵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서울시내 일원에서 사무실 운영비, 차용금 변제, 주식 투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직원들과 공모해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인 주민 1만384명의 판결금 합계 142억2386만9428원을 횡령했다.
피고인은 2011년 9월경 일부 언론을 통해 ‘피고인이 위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다액의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자, 그 지연이자에 대한 정당한 권리자가 피고인이고 향후 문제될 수 있는 지연이자 미지급에 관한 민·형사상의 분쟁에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2004. 7.경 L씨(당시 대구북구의원)를 비롯한 대구 북구 주민 5명과 사이에 작성한 약정서(대표약정)’에 기재된 변호사의 성공보수에 마치 이자가 포함된 것처럼 그 약정서를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1년 가을경 법률사무소 사무실에서 운전기사에게 변호사의 성공보수에 관하여 “판결금 수령 후 취득 총 금액의 15%(부가세 별도임).”이라고 기재된 약정서 사본을 건네주며 ‘성공보수에 이자가 포함된 것으로 이자 문구를 추가해서 문서를 만들어 달라’는 취지로 말하고, 운전기사는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그 무렵 위 사무실에서 한글오피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위 약정서에 기재된 것과 같은 글씨체로 “판결금 수령후 취득 총 금액의 15%(부가세 별도)와 이자로 한다.”라는 문구를 A4 용지에 출력해 그 부분을 위 약정서 사본의 성공보수의 해당 부분 위에 오려붙이고 그 흔적을 칼로 긁어낸 후 여러 번에 걸쳐 복사를 반복해 위 약정서의 성공보수 부분을 “판결금 수령후 취득 총금액의 15%(부가세 별도)와 이자로 한다.”로 변경한 다음 그 변경된 약정서를 피고인에게 건네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운전기사와 공모해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L씨를 비롯한 5인 명의로 작성된 약정서(대표약정) 1장을 변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의 쟁점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대표약정 및 개별약정(개별 의뢰인들) 당시 성공보수를 민사판결에서 인정된 손해배상의 원금과 지연이자 합산액 중 16.5%(부가세 포함)로 약정했는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에 더해 나머지 지연이자 전부(지연이자의 83.5% 상당액, 이하 '이 사건 지연이자')까지 포함시키기로 약정했는지 여부에 있다.
1심(2017고단184)인 서울중앙지법 성보기 판사는 2018년 4월 12일 업무상횡령, 사문서변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성 판사는 업무상횡령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이 사건 소송들 이후에 제기된 다른 소송의 개별약정서에서 지연이자 전부를 성공보수에 포함시켰으므로 대표약정서 및 이 사건 소송들의 개별약정서에서도 지연이자의 16.5%가 아닌 그 전부를 성공보수로 정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사문서변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성공보수를 위와 같이 정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운전기사에게 지시하며 교부한 문서의 성공보수 조항 부분이 진정하게 성립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또 관련자들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거나 성공보수 조항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정으로 그 진술들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그러자 검사는 항소했다.
항소심(2018노1107)인 서울중앙지법 제4-2형사부(재판장 홍진표 부장판사)는 2019년 8월 22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소송들의 판결금 중 지연이자 일부를 횡령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운전기사에게 지시해 진정한 대표약정서 사본의 성공보수 조항 부분을 변조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은 각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믿기 어렵거나 각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어 "사건의 전후 경위에서 나타난 피고인과 관련자의 행동에 비추어 이 사건 소송들의 대표약정 및 개별약정에서 판결금의 원금 16.5% 외에 지연이자 전부를 성공보수로 정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며 검사의 주장을 배척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