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의사로 재직했을 당시 모유나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식으로 개발한 두유 ‘베지밀’이 국내 두유의 시초가 됐다.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고인은 홀어머니 아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어렵게 공부해 19세 나이로 최연소 의사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937년 명동의 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설사와 구토 증세가 심한 갓난 아기를 환자로 받았는데, 약도 주고 죽도 먹이고 주사도 놓았지만 결국 세상을 떴다. 그 후로도 원인 모를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은 계속 생겨났고, 의사로서의 죄책감과 사명감으로 사망 원인을 찾고자 44세에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영국 런던 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 메디컬 센터 등을 거치고 만 5년 간의 유학 생활을 하며 공부하던 끝에 아기들의 사망 원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정상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에 1966년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해 만든 선천성 유당불내증 치료식 두유를 개발해 식물성 밀크(Vegetable + Milk)라는 뜻의 ‘베지밀’ (Vegemil)로 명명하고, 1966년 제 1회 발명의 날 대법원장상을 수상했으며, 그 후 콩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고인은 국제적으로도 그 공로를 인정 받아 1999년 국제대두학회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기업의 이윤추구 보다는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의 개발과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으며, 시장 1위 브랜드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OEM 전문회사 ‘자연과 사람들’을 설립, 경쟁기업들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만든 두유를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월 12일이다.
편도욱 기자 toy1000@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