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 ‘조광’ 잡지로 친일반민족행위”

기사입력:2016-11-10 10:36:43
[로이슈 신종철 기자] 대법원이 고(故)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이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최종 결정했다.

대법원은 “방응모 전 사장이 잡지 등 문화기관, 단체를 통해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본의 전쟁을 돕기 위한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 방응모 조선일보 사장의 행보와 손자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주장은?

법원에 따르면 방응모 전 사장은 1884년 1월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출생해 1933년 3월부터 1940년 8월까지 조선일보사 총무국장 겸 부사장을 거쳐 사장 등을 지냈다. 또 1935년 11월부터 1945년 잡지 ‘조광’의 저작자, 편집 겸 발행인, 주식회사 조광사의 사장을 역임했다.

해방 이후 다시 조선일보사를 경영하다가 6.25전쟁 중 납북돼 1955년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망인은 1920년대 말 자신이 운영하던 광산에서 금맥이 발견돼 많은 돈을 번 후 1932년경 그 금광을 처분해 대학설립 등을 추진하던 중, 1933년경 조선일보사 사장이자 민족지도자 중 1인인 조만식의 권유로 당시 재정곤란을 겪고 있던 조선일보사를 거금을 들여 인수해 운영하게 됐다.

조선일보출판부가 개편된 ‘조광’은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며, 대동아전쟁을 찬양하고 조선인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징병을 권유하는 내용의 논설과 문예물이 잡지의 대부분을 차지해 완전한 친일 잡지로 발행됐다고 한다.

망인은 조광사의 사장, 잡지 ‘조광’의 저작자 등을 겸임하면서 ‘조광’에 일본제국주의의 대동아전쟁을 찬양하는 내용의 논설을 연재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5월 망인의 행위를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반민특별법) 제2조 제13호(사회ㆍ문화기관이나 단체를 통하여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 제14호(전쟁수행을 돕기 위하여 군수품 제조업체 운영), 제17호(주요외곽단체의 장 또는 간부로서 적극 협력)의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했다.

이에 방우영 전 조선일보사 명예회장이 “조부(방응모)는 친일행위를 하지 않았다”면서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방우영 전 명예회장은 “망인은 일본제국주의의 강압에 의해 연설이나 강연을 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고, 연설 내지 강연 사실만으로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에게 적극 협력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잡지 ‘조광’은 일본제국주의의 탄압과 강요로 친일 색채를 띠었을 뿐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재를 계속했으므로, 망인이 조광의 발행인 등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에게 적극 협력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방우영 명예회장은 “반민특별법 제2조 제14호 소정의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려면 군수품 제조업체에서 일정한 지위에 있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전쟁수행에 조력한 경우이어야 하는데, 망인이 조선항공공업 주식회사의 발기인, 주주 및 감사의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와 같이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기에다 “반민특별법 제2조 제17호의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려면 조선총독부 관련 단체의 간부로 등재돼 있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망인은 일본제국주의의 강압으로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등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지 자발적으로 위 단체에 가입해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 1심 서울행정법원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서태환 부장판사)는 2010년 12월 조선일보와 방상훈 명예회장이 행정안전부장관을 상대로 낸 방응모 전 사장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반민특별법에서 인정한 3가지 중 제2조 14호 ‘전쟁수행을 돕기 위해 군수품 제조업체 운영’ 부분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망인이 조선항공공업 주식회사의 설립발기인 중 1인으로서 회사의 설립 후 감사로 등재된 사실은 있으나, 망인이 실제로 조선항공공업의 의사결정에 관여해 회사를 ‘운영’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망인의 위 행위를 반민특별법 제2조 제14호 소정의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망인이 자신이 운영하던 잡지 ‘조광’에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문예물 등을 게재하는 한편, 스스로도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하고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물심양면으로 협력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하고, 임전대책협력회에 발기인으로 참가해 당대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전시채권을 가두에서 판매한 행위는 문화기관, 단체를 통해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위 행위가 반민특별법 제2조 제13호에 해당되는 이상 이 사건 결정 역시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망인이 독립운동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분이 있었고 항일운동에 참여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 항소심 서울고법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 인정하기에 부족”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2012년 1월 반민특별법에서 인정한 3가지 중 “제2조 제17호의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선일보가 중일전쟁 이후 다수의 친일적 기사를 게재하게 된 것은 당시 필진 사이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사장인 망인이 종국적으로 그와 같은 편집방향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망인이 자신이 운영하던 잡지 ‘조광’에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문예물 등을 게재하는 한편, 스스로도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하고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이에 물심양면으로 협력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하고, 임전대책협력회에 발기인으로 참가해 당대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전시채권을 가두에서 판매한 행위는 문화기관, 단체를 통해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위 행위가 반민특별법 제2조 제13호에 해당되는 이상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 중 위 부분 역시 적법하다”고 1심과 같이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조선항공공업 주식회사는 일제의 전쟁수행에 필요한 항공기를 제작할 목적으로 설립됐고 실제 전투기를 제작해 일본 해군에 제공한 점, 망인은 회사의 설립발기인 중 1인으로서 전체의 1%에 해당하는 주식을 인수함으로써 회사의 설립에 관여했고, 창립총회에서 회사의 감사역으로 선임됐는데, 의용상법상 주식회사의 감사역은 단순히 회계감사권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업무집행에도 관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망인이 발기인총회와 창립총회에 직접 참석했음이 인정되는 반면, 달리 명의만을 빌려주었음을 인정할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망인은 일본제국주의의 전쟁수행을 돕기 위해 군수품 제조업체인 조선항공공업 주식회사의 설립 및 의사결정에 관여해 회사를 ‘운영’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망인의 행위를 반민특별법 제2조 제14호의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망인의 행위 중 반민특별법 제2조 제17호(주요외곽단체의 장 또는 간부로서 적극 협력)의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망인이 1938년경부터 1944년경까지 지속적으로 일본제국주의 통치기구의 주요 외곽단체인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국민총력조선연맹에서 간부인 발기인, 평의원 및 참사 등의 지위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망인이 위 단체의 간부로서 어떠한 구체적인 협력행위를 했는지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고, 망인이 오랜 기간 동안 각 단체의 간부의 지위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망인이 간부로서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망인의 위 행위를 반민특별법 제2조 제17호의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 판결을 정리하면 1심 재판부는 제13호(사회ㆍ문화기관이나 단체를 통하여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 제17호(주요외곽단체의 장 또는 간부로서 적극 협력) 결정은 적법하고, 제14호(전쟁수행을 돕기 위하여 군수품 제조업체 운영)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2심) 재판부는 제13호와 제14호 결정은 적법하지만, 제17호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 대법원의 판단은 "친일반민족행위 맞다"

이에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과 행정자치부장관이 각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물론 쟁점은 망인의 행위가 반민특별법 제2조 제13호, 제14호, 제17호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9일 방웅영 명예회장이 “망인(방응모)이 일제강점기 친일행위를 했다고 결정한 것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자치부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결정처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친일행위”로 판단했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이 이 사건을 넘겨받은 지 5년 만이고,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7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재판부는 “망인이 자신이 발행하던 잡지 ‘조광’에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문예물 등을 게재하는 한편 스스로도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양하며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이에 물심양면으로 협력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하고, ‘전시체제 하에서 자발적 황국신민화 운동에의 실천방책에 관한 건’을 주된 활동목표로 삼아 활동한 임전대책협력회에 발기인으로 참가해 당대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직접 전쟁협력을 선전하며 전시채권을 가두에서 판매한 행위는, 문화기관, 단체를 통해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이 독립운동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분이 있었고 항일운동에 참여했으며 조선일보 등을 통해 민족문화의 보존과 유지 및 발전에 기여한 성과가 적지 않은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나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이 제13호의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정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응모 전 사장이 제13호 “사회ㆍ문화기관이나 단체를 통하여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해 친일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망인이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한 행위’로 친일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14호 전단에 규정된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한 행위’로서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군수품 제조업체에서 일정한 직위로 재직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여러 자료들에 비추어 군수품 제조업체의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업무집행에 주된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의 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조선항공공업의 발기인으로 참여해 조선항공공업의 주식 1%를 보유하면서 감사역으로 선임됨으로써 취체역에 대한 감독ㆍ견제 권한 등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조선항공공업을 운영했다고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또한 망인이 단순히 그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업무집행에 주된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조사대상자의 행위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4호에서 정한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3,015.51 ▲37.77
코스닥 790.37 ▲7.86
코스피200 404.54 ▲5.25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44,464,000 ▲316,000
비트코인캐시 677,500 ▼1,000
이더리움 3,478,000 ▲11,000
이더리움클래식 22,840 ▲120
리플 2,969 ▲1
퀀텀 2,705 ▼2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44,501,000 ▲267,000
이더리움 3,480,000 ▲13,000
이더리움클래식 22,830 ▲80
메탈 931 ▲4
리스크 533 ▼1
리플 2,970 0
에이다 818 0
스팀 174 ▲3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44,480,000 ▲370,000
비트코인캐시 679,000 ▲2,000
이더리움 3,478,000 ▲15,000
이더리움클래식 22,800 ▲60
리플 2,969 ▲2
퀀텀 2,710 ▲8
이오타 224 0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