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김남수 침ㆍ뜸 교육 기회 차단은 과도한 공권력

기사입력:2016-08-10 13:24:13
[로이슈 신종철 기자] ‘침ㆍ뜸’의 대가로 알려진 구당 김남수 옹이 ‘정통침뜸평생교육원’이라는 평생교육시설을 만들어 일반인을 상대로 침ㆍ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침ㆍ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ㆍ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라고 봐서다.

한국정통침구학회(대표 김남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침ㆍ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자 ‘정통침뜸평생교육원’을 설치하고, 2012년 12월 서울시 동부교육지원청에 “건강관리에 관심이 있고, 침ㆍ뜸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목적으로 시민사회단체 부설 평생교육시설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동부교육지원청은 2013년 1월 교육과정이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신고를 반려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청의 질의 회신에서 “침ㆍ뜸 등의 교육과정은 대학의 정규 의료 관련 교육과정으로, 평생교육법에 따른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등 평생교육법의 취지와 맞지 않고, 또한 고등교육법에 의한 교육기관에서 다루어지는 의학 관련 학습이 평생교육시설에서의 교습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국정통침구학회는 “이 시설의 목적은 의료행위가 아니라 ‘교육’”이라며 “의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고를 반려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 11월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서울시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소속 강사들에 의해 교육과정이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고, 강의 과정에서 실습을 예정하고 있어 강사의 실습행위 자체가 의료법 위반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잘못된 침ㆍ뜸 교육이나 시술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한데, 아무런 검증 없이 단순히 원고에 의해 짧은 시간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하여금 강사 자격을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교육과정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는 이 사건 신고가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등을 고려해 신고를 반려할 수 있고, 이 사건 교육과정이 관계 법령을 위반할 가능성이 명백한 이상 이를 이유로 한 반려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2014년 9월 동부교육지원청의 반려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며, 한국정통침구학회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교육과정을 초급ㆍ중급ㆍ고급과정으로 구분하고 각 과정별로 수료증을 발급하며, 초급과정에서는 침뜸의학개론과 경락경혈학을 포함한 침뜸기초이론, 해부학, 무극보양뜸 과목을, 중급과정에서는 침뜸의학 각론과 경혈학 실기과목을, 고급과정에서는 침뜸진단학과 침뜸처방에 필요한 과목 및 임상과목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교육과정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교양과목으로서의 성격을 넘어서 의료법 위반행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서울시 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평생교육시실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건강의 유지ㆍ증진에 관한 일반 국민의 높은 관심과 지식 욕구는 언론매체에 의한 기사와 보도, 각종 정보통신매체의 지식사이트 등을 통한 여러 형태의 사회적 교육에 의해서 충족되고 있고, 그 결과 이제는 단순한 건강의 유지ㆍ증진뿐 아니라 웬만한 질병의 원인과 증상, 치료와 예방에 이르기까지 전문적 의학지식의 일부가 널리 지식과 정보 습득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의학적 지식과 정보의 광범위한 전파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지식의 무분별한 습득이나 어설픈 실천이 조장될 우려가 있을지 모르나, 이러한 이유만으로 특별한 법령상 근거도 없이 의학지식과 정보를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독점하도록 제한하고 일반인들에게는 그에 대한 접근이나 학습조차 금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평생교육과정을 통해 인체와 경혈의 원리를 이해하고, 종래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돼 온 침ㆍ뜸의 원리와 시술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 자체가 평생교육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증진시키기 위해 인체와 질병에 관한 지식을 학습할 기회를 갖는 것은 행복의 추구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국민의 기본적 권리에 속하므로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교육과정에 의학적 전문지식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 자체로서 법률상 금지되거나 정의관념 내지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경우와는 구별돼야 하며, 이 사건 신고 단계에서부터 이미 무면허 의료행위 등 위법행위가 예정돼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이 사건 신고가 수리된 후 실제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나 미등록 학원설립ㆍ운영행위 등의 금지된 행위가 이루어진다면 그러한 행위에 대해 형사상 처벌이나 별도의 행정적 규제를 하는 것은 모르되 행정청이 단지 그러한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ㆍ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ㆍ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와 같이 하지 않으면 안 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신고에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의 실체적 사유가 있다고도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이를 전제로 한 반려처분은 위법하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반려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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