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구룡마을 ‘철망’ 법적분쟁 강남구청 손 들어줘

기사입력:2016-08-05 14:23:58
[로이슈 신종철 기자]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는 ‘구룡마을’의 개발을 위해 강남구청이 공가(空家) 즉 빈집 폐쇄를 위해 설치한 철망 제거를 두고 법적 분쟁이 벌어졌는데, 대법원이 항소심과 달리 강남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판기환송에 따라 최종 판단이 미뤄지게 됐다. 소유권 없이 무허가건물에서 단순 거주하는 사람은 구청이 무허가건물에 설치한 철망을 제거해달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585 일대의 일명 ‘구룡마을’은 1985년경부터 무허가건물, 천막 등이 설치되면서 형성된 판자촌이다. 이후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게임을 거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구룡마을에는 타인 소유의 토지에 무허가건물이 세워져 주거로 사용됐고, 그 대부분은 비닐하우스를 개조하거나 말뚝을 세우고 합판, 비닐, 떡솜 등으로 외벽을 만들어 방 1칸과 부엌 1칸 규모로 만든 것이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아파트 입주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해 구룡마을 개발사업의 시행을 추진하려는 ‘구룡마을 자치회’(마을자치회)와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소속으로 나뉘어 다투게 됐다.

구룡마을의 개발소문이 퍼져 구룡마을 거주민에게는 아파트 입주권이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기대심리가 확산돼 외부에서 공가(빈집)로 입주하려는 시도가 빈번히 발생했고, 공가폐쇄 및 철거를 둘러싸고 마을자치회와 주민자치회 사이에 집단 충돌이 일어나는 등 갈등이 심화됐다.

강남구는 2008년 7월 구룡마을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구룡마을 특별관리계획을 수립했는데, 그 내용은 야간 순찰시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는 가옥 및 주민이 공가라고 신고한 가옥을 대상으로 공가인지 여부를 확인해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다.

당시 자체 조사해 108세대를 공가로 확인했다. 공가폐쇄절차는 공가로 추정되는 건물을 식별해 출입구에 상당기간 동안 안내문을 부착하고 연고권자의 신고를 기다렸으며, 연고권자가 없는 경우 출입문에 각목을 설치하고 이후에도 연고권자의 신고가 없는 경우 출입문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남구는 2008년 9월 구룡마을 정비계획을 수립했고, 그 내용은 폐쇄공가에 대해 마을자치회 및 주민자치회에서 이의제기가 없는 가옥부터 단계적으로 주거기능을 상실하도록 정비하는 것이었다.

2008년 12월 구룡마을 공가정비결과에 의하면, 1차 폐쇄공가 299가구 중 275가구에 대해서는 가옥 전면에 문, 벽체 등을 정비하고 재입주 방지시설물을 고정 설치해 주거기능을 상실토록 했다. 나머지 24가구는 민원이 제기돼 정비하지 못했다.

강남구는 2009년 2월 구룡마을 관리계획을 수립해 야간 순찰시 불이 들어오지 않는 가옥, 공가로 신고된 가옥, 장기간 문이 잠긴 가옥, 거주 및 출입하지 않고 관리만 하는 가옥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등 공가의 지속적인 조사 및 폐쇄를 추진했다.

나아가 강남구는 2009년 4월 구룡마을 거주민 실태조사를 한 결과 구룡마을에는 1303가구 2529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강남구는 2009년 9월 구룡마을 무허가건물 공가정비계획 및 2009년 9월 구룡마을 공가정비세부계획을 통해 1차로 공가폐쇄 작업 실시 후 2차로 철망을 부착해 재입주를 방지하는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고, 공가 234가구에 대해 정비작업을 완료했으며, 현재까지 총 564가구가 철망 또는 각목이 설치돼 폐쇄됐다.

서울시는 2012년 6월 SH공사와 함께 구룡마을을 공영개발하기로 확정하고, 그해 8월 위 지역을 ‘개포 구룡마을 도시개발지구’로 지정 고시했다. 서울시는 강남구가 실시한 2009년도 거주자 실태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1250세대의 공공임대아파트 공급계획을 수립했다.

구룡마을 주민에 대한 임대아파트 입주자격 등에 대한 결정은 현재 수립 중인 개발계획이 고시된 이후 현지 물건조사, 주택 소유 여부, 소득 수준 등을 조사하여 보상계획 및 이주대책이 수립되는 시점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는 일부 환지방식의 개발을, 강남구는 전부 수용방식의 개발을 주장하며 대립 중이다.

김씨 등은 “가옥에서 실제로 거주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가 자신들을 가옥에서 강제로 퇴거시키면서 강남구가 행정대집행법의 계고 및 통지 절차를 갖추지 않고 해당 세대를 폐쇄하는 조치(공가폐쇄조치)를 해 가옥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가옥을 폐쇄한 이후에 사후관리를 게을리 해 물건들이 도난당하거나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강남구는 “무허가건물을 두고 벌어지는 구룡마을 자치회와 마을자치회의 대립 또는 마을 주민과 외부 투기세력 등의 대립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분쟁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연고권자가 없는 것이 명백한 건물에 대해서만 출입문을 봉쇄하는 조치를 했으므로, 계고 처분이나 대집행 통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강남구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1심은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100만원 지급 판결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민사부(재판장 강인철 부장판사)는 2013년 7월 K씨 142명 등이 서울시와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금 청구소송에서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와 부회장 Y씨는 각자 원고들에게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주민자치회와 Y씨는 공동해 원고들 및 선정자들의 해당 가옥에 대한 주거권 또는 점유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해, 그에 다라 원고들 및 선정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강남구가 주민자치회, Y씨와 공동해 구룡마을 해당 가옥에 대한 거주권 또는 점유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계고 및 통지절차 없이 공가폐쇄조치를 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남구의 손해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서울시와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 항소심 “철망 철거하

이후 K씨 등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5년 3월 가옥 폐쇄를 위해 설치한 철망을 제거해 달라고 청구 내용을 변경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지난 2월 “피고 강남구는 원고(선정당사자)들 및 선정자들의 가옥에 설치한 철망을 철거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행정상 즉시강제는 급박한 행정상의 장해를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미리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또는 성질상 의무를 명해서는 목적달성이 곤란할 때에 즉시 신체 또는 재산에 실력을 가해 행정상의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행정작용으로서, 권력적 사실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폐쇄조치에서 출입문에 각목과 철망을 설치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를 하는 것은 가옥을 폐쇄하면서 향후 부작위의무에 위반되는 행위가 일어날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출입문에 각목과 철망을 설치하는 행위는 급박한 행정상의 장해를 제거하여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축법은 위법 건축물에 관해 소유자ㆍ관리자ㆍ점유자 등에게 사용금지ㆍ사용제한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을 뿐이므로, 출입문에 각목과 철망을 설치하는 것이 건축법에 의해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이 폐쇄조치에서 출입문에 각목과 철망을 설치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를 하는 것이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폐쇄조치에서 출입문에 각목과 철망을 설치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를 하는 것은 해당 가옥을 주거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으로서, 소유자ㆍ관리자ㆍ점유자 등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고, 건축법과 행정대집행법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법 건축물에 대한 시정명령이나 대집행은 엄격한 법적 요건 하에서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것으로서 이러한 규정의 위반은 하자가 중대하다”고 봤다.

또한 “행정상 즉시강제는 예외적인 강제수단으로서 엄격한 실정법상의 근거를 필요로 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에 위반되는 하자 역시 명백하고 중대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이 사건 폐쇄처분에서 출입문에 각목과 철망을 설치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를 한 것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이를 취소하는 판결이 없더라도 그 효력이 부정되는 당연무효”라며 “따라서 출입문에 각목과 철망을 설치한 것이 대집행으로서 법적 근거가 있고 당연무효도 아니라는 강남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원고들은 위와 같은 설치가 당연무효임에 따라 강남구에 대해 철망의 제거를 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K씨 등 구룡마을 주민 144명이 강남구와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강남구청은 가옥에 쳐놓은 철망을 철거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종전 권리자로부터 무허가건물을 양수했을 뿐이므로 이 가옥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로서 이 가옥에 설치된 철망의 철거를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점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로 보더라도, 점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의 소가 방해 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이후에 제기됐다면, 그러한 소는 법리에 따라 제척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가옥에 대한 점유방해 행위로서의 폐쇄조치는 대부분 2009년 10월까지 행해졌고 늦어도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11년 11월 이전에는 종료됐다고 보이는데, 점유방해제거청구로서 철망의 철거를 구하는 주위적 청구는 그로부터 1년이 경과했음이 역수상 명백한 2015년 3월에야 비로소 제기됐으므로,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그 방해 행위가 종료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이후에 제기돼 부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심은 원고들이 이 가옥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했는지를 심리했어야 하고, 점유권에 기한 청구에 관하여는 원고들에 대한 철망 설치 등 방해 행위의 종료시점을 심리해 소가 방해 행위 종료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된 것인지 등을 심리한 다음 본안 판단에 나아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들이 가옥을 양수해 점유를 이전받은 사람이라는 사정 등의 이유만을 들어 주위적 청구를 인용했으니, 이런 원심판결에는 미등기 무허가건물의 소유권취득이나 점유방해제거청구의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결과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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