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분양안내책자, 분양광고지 심지어 모델하우스에 아파트 옆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신설돼 ‘풍부한 교육환경’이라는 광고와 달리 학교가 들어서지 않아 학생들이 멀리 학교를 다니는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허위ㆍ과장 광고로 건설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허위ㆍ과장광고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법원에 따르면 A건설회사는 2008년 7월 경기도 양주시에 아파트를 분양해 2010년 7월 입주를 시작했다.
앞서 양주시는 2007년 8월 A건설회사에 이 아파트의 주택건설 승인 통보를 하면서 교육청과의 협의 결과를 고지했다. 경기도동두천양주교육청은 이 아파트의 초등학생은 아파트 단지 옆에 초등학교를 설립해 수용하고, 중학생은 기존 중학교에 수용할 예정이며, 기존 중학교에 인원이 차면 아파트 단지 옆에 중학교를 설립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교육청은 2주 뒤 양주시와 A건설회사에 ‘학교신설계획 변경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이 아파트 단지에서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설립되는 초등학교를 2010년 3월 우선 개교하고, 이 사건 초등학교는 향후 학생 수용상황을 고려해 학교설립 유무 및 시기를 추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양주시는 2008년 5월 A건설회사에 “신설 초등학교 설립의 소요예산 확보 및 교육청 학생수용계획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학교설립이 지연 또는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분양공고에 반드시 공지할 것과 중학교는 분양공고 시 참조할 것을 조건으로 부가했다.
A건설회사는 2008년 6월 아파트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그런데 A건설사는 아파트의 입주자모집공고의 유의사항 란에 ‘아파트의 초등학생은 학교를 신설해 수용할 예정이나 신설학교 설립의 소요예산 확보 및 교육청의 학생수용계획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학교 설립이 지연되거나 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 이 아파트의 중학생은 기존 중학교에서 수용할 예정이며 중학교는 이후 설립할 예정임’이라고 기재했으나, 초등학교에 관해서는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았다.
A건설회사는 2008년 7월 아파트를 분양할 당시 배포한 분양안내책자의 도면에는 이 아파트 단지 옆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지에 ‘초교’, ‘중교’라고 표시돼 있고, ‘단지 옆에 누리는 풍부한 교육환경! 초등학교, 중학교, 유치원이 바로 단지 옆에 위치’라고 기재돼 있었다.
또한 아파트 분양광고지 도면에도 아파트 단지 옆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지에 ‘초교’, ‘중교’라고 표시돼 있고, ‘교육시설과 근린공원이 바로 옆에 위치한 최적의 입지!’라는 커다란 글씨체의 문구와 함께 ‘단지 옆에 위치한 우수한 교육환경, 단지 옆 초등학교, 중학교, 유치원은 물론 지구 내에 초ㆍ중ㆍ고교 등이 신설예정으로 우수한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습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A건설회사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설치해 분양ㆍ홍보 활동을 했는데, 모델하우스 내에 있던 아파트 단지 모형에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모형이 전시됐다.
이 아파트 분양 홍보 당시 아파트를 소개한 언론기사 및 부동산 관련업체의 인터넷 게시물에는 아파트 단지 옆에 초등학교, 중학교와 유치원이 위치해 있으며 지구 내 초ㆍ중ㆍ고교 신설이 예정돼 있어 풍부한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파트 단지 옆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설립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고, 아직 학교부지의 매입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경기도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은 2012년 5월 이 아파트 옆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설립계획과 관련해 “주변지역의 추가개발 여건 및 주변 학교의 학생수용 여건 등을 고려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설립 여부 및 시기를 재검토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초등학생은 아파트 단지에서 길을 건너 다세대주택단지와 공원을 통과해 통학할 수 있는 700m정도 떨어져 있는 K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중학생들은 아파트에서 약 1.8km 떨어진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에 입주민들은 “A건설회사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설립될 것처럼 광고한 것은 허위ㆍ과장광고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의정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박상구 부장판사)는 2014년 1월 이 아파트 입주민 147명이 A건설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합8714)에서 “피고는 원고 각 세대당 200만~4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ㆍ중학교가 설립된다는 교육환경은 주거의 가치 평가 및 아파트의 가격과 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표시ㆍ광고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설립 및 그로 인한 아파트의 교육환경에 관해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광고해 소비자인 원고들이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ㆍ광고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표시ㆍ광고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현대 산업화사회에 있어 소비자가 갖는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 등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생산자 및 유통업자의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특히 피고와 같은 대기업이 시공하고 분양하는 아파트의 주거환경 등에 관한 분양광고의 진실성에 더 높은 신뢰와 기대를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일반인의 신뢰나 기대는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와 같은 사업자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분양계약의 체결 여부에 관한 원고들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 줘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며 “피고가 위와 같은 정보제공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원고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피고의 표시ㆍ광고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당했으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김용석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1심 판결 내용을 유지하며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지에 따라 “A건설회사는 원고 각 세대당 50만~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72487)에서 A건설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분양안내책자와 분양광고지 등에서 ‘아파트 옆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위치’한다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으나, 도로 등에 관한 광고내용과 달리 학교 설립시기가 특정돼 있지 않은 점, 분양광고지의 문구는 문언 그대로 보더라도 초ㆍ중ㆍ고등학교가 신설될 예정이고 그 중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아파트 단지 옆에 계획돼 있다는 의미”라고 봤다.
이어 “이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광고 중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관한 광고문구 역시 개발계획 지구 내에 초ㆍ중ㆍ고등학교가 다수 신설될 예정이고, 특히 이 아파트 옆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신설이 계획돼 있다는 정도의 인상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초등학생은 신설 초등학교가 아닌 K초등학교에, 중학생은 기존 중학교에 수용될 것임이 명시된 점을 더해 보면, 이 광고는 당시의 객관적인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일반 소비자들인 원고들로 하여금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설립계획에 관해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표시광고법상 허위ㆍ과장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설립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상태이었음에도 피고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설립될 예정임을 강조해 이 아파트가 다른 아파트 단지에 비해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춘 것처럼 광고함으로써 원고들로 하여금 교육환경에 관해 잘못 알게 했으므로 이 광고는 허위ㆍ과장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허위ㆍ과장광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아파트 옆 학교 신설 분양광고대로 안 됐어도 허위ㆍ과장광고 아냐”
1심과 2심은 허위ㆍ과장 광고로 건설회사에 손해배상책임 인정 기사입력:2016-02-02 12: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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