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자신의 진돗개를 공격하는 이웃집 맹견을 쫒으려다 기계톱으로 내리쳐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대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50대 A씨는 2013년 3월 경기도 안성시 자신의 개 사육장에서 이웃집 B씨 소유의 개(로트와일러) 두 마리가 자신의 진돗개를 물어뜯는 등 공격했다는 이유로, 나무를 자르던 기계톱(전기톱)으로 이웃집 개(300만원 상당)를 1회 내리쳐 등 부분을 절개해 죽였다.
검찰은 “A씨가 동물에 대해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고, 피해자의 재물을 손괴했다”며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처음에는 겁만 줘야겠다는 생각에 들고 있던 기계톱의 앞부분으로 피해견의 몸을 찔러 위협했으나, 피해견이 꿈적도 하지 않아 결국 작동스위치를 누른 상태에서 피해견을 살짝 친다는 것이 세게 맞게 됐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인 수원지방법 평택지원은 2013년 10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견은 3년생인 ‘로트와일러’라는 종으로서 일반적으로 공격성이 강한 대형견으로 알려져 있고,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에 의하면, 3개월이 넘은 로트와일러의 경우 소유자가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 맹견(猛犬)으로 지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로트와일러 2마리가 아무런 안전조치가 되지 않은 상태로 피고인의 진돗개를 공격해 머리에 상처를 입힌 상황이라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진돗개를 보호하기 위해 로트와일러 2마리를 위협해 쫓아낼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로트와일러 2마리가 피고인의 진돗개 외에도 피고인을 공격할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를 두고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인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이 아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견을 기계톱으로 내리쳐 손괴한 행위는 형법의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로서 긴급피난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동물보호법위반죄 및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설령 피고인의 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과잉피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맹견인 로트와일러 2마리가 진돗개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를 모면하기 위한 과정에서 로트와일러가 진돗개 외에도 피고인을 공격할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면, 피고인의 행위는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당황 등으로 인한 것으로서 다른 적법한 행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으므로, 형법에 따라 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수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유남근 부장판사)는 2014년 1월 A씨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으나, 재물손괴 혐의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견인 로트와일러(3년생)가 묶여있던 피고인의 진돗개를 공격했고, 이에 엔진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있던 피고인이 피해견을 쫓아버리기 위해 엔진톱으로 피해견을 위협하다가 범행에 이르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를 동물보호법 규정에서 정한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물손괴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사 피고인은 자신의 진돗개를 보호하려는 상황이었다고 할지라도, 몽둥이나 기계톱 등을 휘둘러 개들을 쫓아버리는 방법으로 자신의 재물을 보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견을 기계톱으로 내리쳐 등 부분을 절개하는 것은 피난행위의 상당성을 넘은 행위로 판단된다”며 “즉 피고인 행위의 내용이나 방법, 법익침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시 피고인이 공격당하는 자신의 진돗개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를 했더라도, 그 행위를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파기환송했다. 재물손괴를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대한 A씨의 상고는 기각했다. (2014도2477)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피해견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은 받지 않았고, 피고인으로서는 진돗개의 목줄을 풀어 다른 곳으로 피하거나 주위에 있는 몽둥이나 기계톱 등을 휘둘러 피해견을 쫓아버릴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위험한 물건인 기계톱의 엑셀을 잡아당겨 작동시킨 후 피해견의 척추를 포함한 등 부분에서부터 배 부분까지 절단해 죽인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이 피해견을 죽이게 된 경위, 피해견을 죽이는데 사용한 도구 및 방법, 행위 태양 및 결과를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의해 금지되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할 뿐 아니라, 나아가 피고인의 행위에 위법성조각사유 또는 책임조각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란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라는 잘못된 해석을 전제로, 피고인의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을 무죄로 판단했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향후 유사사건 처리에 있어서 동물보호법의 벌칙조항 해석과 관련,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존중해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 이바지 하고자 하는 동물보호법의 입법취지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해석의 방향을 제시했다”며 “나아가 간접적으로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동물에 대한 생명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서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이웃집 맹견 전기톱 절단 살해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죄
기사입력:2016-01-28 18: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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