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화 민변 사법위원장 “대한민국, 헌재 쳐놓은 ‘종북 새장’ 갇혀”

“헌법재판소가 쳐놓은 ‘종북 프레임’에 집단적으로 최면이 걸려 버린 것처럼” 기사입력:2016-01-27 20:04:18
[로이슈=신종철 기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쳐놓은 ‘종북 프레임’에 집단적으로 최면이 걸려 버린 것처럼 ‘종북 새장’에 갇혀 버렸다”고 혹독한 진단을 내렸다.

26일 민변(회장 한택근)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이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통합진보당 해산 1년 후의 한국 사회> 공동토론회에서, 이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사법과 정치 지형의 변화’를 주제로 한 발제자로 나서면서다.

특히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의 별칭 ‘돌직구’처럼 토론회에서 헌법재판소(헌재), 법원, 경찰, 검찰, 법무부, 언론, 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모든 권력기관기관에 대해 비판과 일침을 가했다.

▲민변사법위원장을맡고있는이재화변호사

▲민변사법위원장을맡고있는이재화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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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죽인 정당해산결정이 있은 지 1년이 지났다.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만들어 놓은 ‘종북 프레임’에게 서서히 길들여져 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재화 변호사는 2015년 3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변론기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를 펴낸 바 있다. 그는 책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은 ‘의도된 오판’이고, 우리사회 다수파의 비이성적인 종북몰이에 편승한 ‘메카시즘 판결’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결정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잘못된 결정’이라는 논평을 냈다.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정당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분노는 그때뿐이었다”며 “사회공론장의 절반은 헌법재판소가 인위적으로 쳐놓은 철조망으로 인해 시민들이 사용할 수 없는 ‘금지구역’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만든 ‘종북 프레임’에 집단적으로 최면이 걸려 버린 것처럼”이라고 씁쓸해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하면서 소속 국회의원 5명에 대한 국회의원직 자격 상실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문제 삼았다.

정부는 위헌정당해산 심판청구를 하면서 청구취지에 두 가지를 기재했다. ‘통합진보당을 해산해 달라’는 것과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변호사는 “전자의 소송에서의 피청구인은 통합진보당이고, 후자의 소송에서의 피청구인은 그 정당 소속의 개별 국회의원들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청구서 부본을 통합진보당에게만 송달하고, 소속 국회의원에게는 송달하지 않았다. 1년 동안 재판을 진행하면서 의원에게 단 한 번도 소환통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헌재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의원직이 박탈당할지도 모르는 소송에서 아무런 절차적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그들은 소송대리인을 선임할 기회도,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도 갖지 못했다”며 “그러한 상태에서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결정을 했다. 그 결정은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느닷없이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당한 통합진보당 소속 5명의 국회의원들은 헌재의 결정이 난 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회의원 지위확인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11월 12일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원칙적으로 최종적인 권한을 행사해 내린 결론에 대해 견제할 장치를 헌법이 별도로 마련하고 있지 않는 이상, 원고들이 의원직 상실결정의 효력을 다투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에 직접 재심을 청구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 사건 소송은 법원이 심리ㆍ판단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 제기된 소송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의 소는 부적법하다”면서 각하 판결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법원은 헌법재판소가 한 잘못을 헌법재판소의 재심을 통해 바로 잡을 것이지 왜 법원에 떠넘기느냐는 것인데, 참으로 비겁한 태도”라며 “원고들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항소심의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재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곳이 있다. 바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고 비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해산결정 3일 후인 2014년 12월 22일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의 규정에 의거해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결정이 선고된 때로부터 퇴직한다”고 의결했다.

이에 각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방의회 및 지방자치단체는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들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의원직이 상실되었음을 확인한다”고 통보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어처구니없는 월권행위로 인해 주민의 대표인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들은 졸지에 의원활동을 할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은 정당해산결정에 따라 지방의회의원에 대한 의원직이 당연히 상실된다는 규정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규정은 1992년 제14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전국구 의원들의 탈당과 당적변경사태가 잇따르자 이른바 ‘철새정치인’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며 “즉, 비례대표 의원 개인의 자의적인 사유로 정당을 이탈할 경우 그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것이 입법취지”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억지라는 것은 지방의회 및 지방자치단체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지방의회 및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선관위의 잘못된 유권해석에 따라 해당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들을 당연퇴직 시켰다”며 “헌법재판소가 이미 ‘통합진보당 = 종북 정당’이라고 낙인찍어 놓았는데 굳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법원도 이재화 변호사의 날카로운 비판을 비켜가지 못했다. 그는 “여론의 눈치만 살피는 법원, 소신 없이 여론의 논치를 살피기는 법원도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지방의회 의원직을 박탈당한 6명은 2015년 3월 전라북도, 광주시, 전라남도, 여수시, 순천시, 전라남도 해남군을 상대로 지방의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광주지방법원과 전주지방법원에서 각각 진행됐다. 이 사건은 법리해석의 문제일 뿐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기 때문에 첫 변론기일에 변론은 모두 종결됐다.

그런데, 광주지방법원은 2015년 4월 30일 첫 변론기일에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했다가 선고를 계속 미뤘다.

다만 전주지방법원은 변론을 종결한 지 3개월 후인 작년 11월 25일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결정이 있더라도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에 따라 곧바로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이 당연 퇴직되는 것은 아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전라북도의회의장 등은 원고의 지방의원직 퇴직 또는 의원직 상실 여부를 결정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피고 전라북도는 원고가 비례대표 전라북도의회의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재화 변호사는 “광주지방법원은 전주지법 판결이 나자 변론을 재개해 한 번 재판을 한 후 선고기일을 지정했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또다시 선고기일을 추후로 미뤘다.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항이 아니고, 법률적 쟁점도 단 한 가지뿐인 재판임에도 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라고 물으며 “단 한 가지일 것이다. (재판장) 자신은 보수세력으로부터 ‘종북 판사’라는 공격받기 싫다는 것”이라고 추단했다.

아울러 이재화 변호사는 “‘종북 프레임’에 갇힌 야당과 진보세력”이라며 혹평했다.

2015년 4년 29일 국회의원 관악구 을, 광주서 구 을, 성남구 중원구에서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것을 두고서다.

이재화 변호사는 “이 재보궐 선거는 잘못된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직 상실 결정 때문에 치러지는 것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정당해산이 부당하다’면서도 그 선거에서 각각 후보를 공천했다”며 “헌법재판소가 깔아놓은 ‘종북 프레임’에 놀아난 것이고,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잘못된 의원직 상실결정에 면죄부를 줘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작년 9월 8일 국회는 야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된 박영희 후보자에 대한 인준표결안을 부결시켰다. 박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은 260명의 의원이 참가해 찬성 99표, 반대 147표, 기권 14표로 부결됐다.

이와 관련, 이재화 변호사는 “박영희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낸 경력을 문제 삼은 것인데, 박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활동한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장애인 인권운동을 해온 사람”이라며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최소 20명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한다. 야당 의원들은 자신이 소속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에 대해 ‘종북’이란 똥물이 자기에게 튈까봐 겁을 먹고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비겁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헌법재판소가 만들어 놓은 ‘종북 새장’에 갇혀버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재화 변호사는 “검찰, 법무부, 경찰 등의 ‘마녀 사냥’”이라고 질타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하더라도 이른바 ‘주도세력’이 아닌 통합진보당의 당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그런데 검찰과 경찰은 통합진보당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일반인과 달리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해산결정 후 ‘통합진보당이 국회의원 후원금을 모집하는 것처럼 해 중앙당의 정치자금을 모집했다’는 이유로 1년 넘게 강도 높은 수사를 했다. 1년 동안 여러 명의 검사가 한 수사결과는 보잘 것 없었다. 고작 당원 21명이 정치자금을 모집하면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사대상이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아니었다면 애초부터 요란스럽게 수사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진보당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불이익하게 취급한 것은 법무부도 마찬가지”라며 “법무부는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이유로 보안관찰처분 기간갱신결정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사건을 변론했다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재화 변호사는 “작년 8월 민일영 대법관의 퇴임에 따른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대한변협은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천거했는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김선수 변호사를 ‘정당해산심판 사건에서 통합진보당의 소송대리인이었다’는 이유로 추천대상에서 배제했다고 한다”고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정당해산청구를 당한 정당은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소송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고, 공익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사건에 변론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소송대리를 했다고 해서 통합진보당의 기본노선을 지지하거나 동조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바, 그것이 대법관 후보자로서 흠결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은 더 이상 논할 필요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위와 같은 대법관 후보자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메카시즘 광풍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말해주는 서글픈 풍경”이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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