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허용한다고 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외국인이 취업자격을 취득하게 되거나 체류가 합법화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주노동자 노조가 2005년 소송을 낸 지 10년, 그리고 사건이 2007년 2월 대법원에 상고된 지는 8년 4개월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이번 사건은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하는 ‘거리의 변호사’로 유명한 노동전문변호사인 권영국 변호사가 승소를 이끌어냈다. 서울지방노동청은 대형로펌까지 동원했으나, 패소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은 2007년 접수됐으나, 그동안 충실한 심리를 위해 자료 수집 및 연구 조사, 제반 사정 반영 등에 노력을 기울인 관계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특히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이목을 끄는 판단을 대법원이 최초로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91명은 2005년 4월 24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해 5월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청은 2005년 6월 설립신고서를 반려 처분했다. 그 사유로 조합원의 취업자격 확인을 위한 조합원 명부 제출 요구를 거절했다는 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닌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고 있어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2006년 2월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가 서울지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신고서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불법체류 외국인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는 원고 노조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노법)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단체로 봐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것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1특별부(재판장 김수형 부장판사)는 2007년 2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가 2005년 6월 3일 원고에 대해 한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 3권의 입법취지에다가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한 헌법 제6조, 국적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별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5조, 조합원에 대해 인종 등에 의한 차별대우를 금지한 노노법 제9조의 입법취지 및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노노법의 목적을 더해 보면,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이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불법체류 외국인도 노동조합 결성, 가입이 허용되는 근로자에 해당된다”며 “피고로서는 원고 노조의 조합원이 적법한 체류자격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 심사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심사하기 위해 아무런 법령상 근거 없이 조합원 명부의 제출을 요구하고, 그 보완요구에 대한 거절을 반려처분사유 중 하나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서울지방노동청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서울ㆍ경기ㆍ인천 이주노동자 노조가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낸 노동조합설립신고서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07두4995)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 법령에 의하면,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취업하려고 할 경우 취업자격을 얻어야 하고 취업자격 없이 취업한 외국인은 강제퇴거 및 처벌 대상이 된다”며 “그러나 이는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을 고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것일 뿐,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 제반 권리까지 금지하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따라서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그러한 근로자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라고 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피고는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취업자격 유무만을 확인할 목적으로 조합원 명부의 제출을 요구하고 원고가 이를 거절했다는 사유를 들어 원고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의 결성 및 가입이 금지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이 피고의 반려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민일영 대법관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은 장차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지위 향상을 기대할 만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기 어려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점,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그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 되는 점 등에 비춰, 제2심의 판단은 부당하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이목을 끄는 대법원의 판단을 최초로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대법원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제한이나 강제퇴거 등 출입국관리 및 외국인고용 관련 법령의 적용 문제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권리 보장 문제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내리까지
이번 판결을 내리기까지 대법원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문화가정 및 체류 외국인의 증가, 중소기업의 인력난에 따른 외국인 고용 확대 등의 사회 변화 과정을 예의 주시했다고 한다. 체류 외국인의 수는 2005년 75만명에서 2014년 180만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 점, 2013년 기준 체류 외국인 158만명 중 불법체류자는 18만명, 2015년 1월 기준 체류기간이 도과한 외국인은 21만명 정도이고 2014년 기준 취업자격 있고 취업한 외국인근로자는 85만명이라는 점 등을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이에 외국인의 체류나 고용을 둘러싼 분쟁의 증감, 외국인근로자의 범죄율, 정부의 강제퇴거 조치 현황, 국민의 인식 태도 변화 등에 주목했다고 한다. 또한 외국인근로자의 처우 개선으로 인권 보장을 강화하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지, 외국인의 근로조건 차별 억제로 국민의 고용 확대 유인을 마련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했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특히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허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ㆍ국제적 파급 효과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면밀히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 합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두고 열띤 토론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친 끝에, 시대적인 변화에 맞추어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노동조합 설립 및 가입을 허용해도 그 부작용을 극복할 만한 여건과 국가적 저력을 갖춘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만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허용한다고 하여 노동조합에 가입한 외국인이 취업자격을 취득하게 되거나 체류가 합법화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조직하려는 단체가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같이 노동조합법이 허용하지 않는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서가 반려될 수 있고, 그러한 단체는 설령 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마쳤다 하더라도 적법한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도 노동조합 설립 가능…이주노조 합법
소송 10년 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종결…‘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 승소 이끌어내 기사입력:2015-06-26 02: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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