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6일 “대법원은 법률가로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법원의 존재 의의를 의심케 하는 판결을 했다”며 “오늘 대법원은 또다시 정의를 외면하고 유신의 품에 안겼다”고 통탄했다.
민변(회장 한택근)는 이날 <대법원, 유신의 품에 안기다>라는 논평을 통해 “오늘 대법원 제3부(재판장 박보영, 주심 권순일, 민일영, 김신 대법관)는 긴급조치 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ㆍ무효로 선언됐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써,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행위에 대해 고의과실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대전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민변은 “특히 원심은 긴급조치 제9호가 발동 요건 및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의 기본질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것이고, 유신헌법에 의하더라도 그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되며, ‘대통령이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행위는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대통령에게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한 후, 원고의 국가배상청구를 인용했다”고 항소심 판단과 비교했다.
민변은 “종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0.12.16.선고 2010도5986판결)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사법심사를 스스로 억제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기본권 보장,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해야할 법원의 책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당시 국회의 입법권 행사라고 볼 수 없는 긴급조치 1호는 발동요건 및 목적이 현행 헌법뿐만 아니라 당시 헌법 제53조에 위반해 ‘긴급조치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위헌’이었다는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이어 “즉 긴급조치 발동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영구집권을 위해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할 목적으로 발령한 행위로서, 당시 그리고 현행 헌법상 취지에 비추어 성공한 쿠데타로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변은 “이번 판결은 (대법관 4명의) 일개 소부에서 종래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 및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형사재심 판결의 취지를 뒤집은 채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되돌아보면, 김영삼 정부 하 정치검찰은 전두환 등에 대한 내란죄 등 고소사건에서 ‘(전두환, 노태우 등이) 하극상에 의한 군사반란을 일으킴으로써 헌정사를 후퇴시킨 점등에 비춰 공소제기를 통해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을 기소할 경우 재판과정에서 과거사가 재론되는 등 법적 논쟁이 계소돼 국가분열과 대립양상을 재연함으로써 국력을 우려가 있다’며 결국 성공한 쿠데타에 대해 기소유예 등 처분을 내렸었다”며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1995.12.15. 95헌마221)에 의해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 해 결국 전두환 등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고 환기시켰다.
민변은 “대법원은, 40년 전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헌법이 부여한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법치주의를 수호할 책무를 포기하고 긴급조치를 정당화하는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다”며 “또한 전원합의체가 아닌 부의 판단으로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는, 애써서 법원조직법에 반한 판결을 선고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변은 “특히 소액사건에서 이례적으로 중대한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발동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면서도 선행 전원합의체 판결 뿐 아니라 학계, 법조계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함에도 이유로 고작 6줄을 할애하는 폭거를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또 “이는 유신정권, 특히 박정희의 긴급조치 발동행위에 대해 ‘알아서’, ‘서둘러서’ ‘졸속으로’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결국 이번 판결은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를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고도의 정치적 판결’에 다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대법원이 최근 긴급조치 배상 판결에 있어서, 이번 판결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의 고문 가혹행위 등 불법행위를 배상요건으로 내세우거나 민주화보상법상 재판상 화해규정을 적용해 배상을 부인하려고 해왔다”며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현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유신 부활 내지 정당화의 기조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민변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오늘날 사법부가 누리는 그 나마의 민주주의는 사법부의 노력이 아니라 사법부로부터 유죄판결을 당했던 사람들, 자신을 민주주의 제단에 바친 분들의 땀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들은 술자리에서 신세한탄을 하며 정부를 원망했다고 해,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비판했다고 해 감옥에 끌려가는 야만의 시대에 젊음과 목숨을 바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법률가로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법원의 존재 의의를 의심케 하는 판결을 했다”며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고 한다면, 사법심사를 배제하고 국민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이유 없이 감옥에 넣고 생명을 앗아가도 된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변은 “과연 대법원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할 자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대법원은 또다시 정의를 외면하고 유신의 품에 안겼다”고 통탄했다.
◆ 항소심은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어
한편 1978년 6월 당시 서울대 학생이던 최OO씨는 하숙집에 있다가 중앙정보부 공무원들에 의해 긴급조치위반 혐의를 이유로 강제로 연행돼 서울 남산에 있는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20여일 동안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법관이 발부한 영장도 없었다.
이에 최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는데, 1심 단독판사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대전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는 2012년 5월 중앙정보부에서 20여일간 불법 구금돼 조사를 받았던 최OO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대통령은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것으로서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되고, 또한 중앙정보부의 권한 밖의 긴급조치위반자에 대한 수사를 감행한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들에게도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된다”며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배상법에 의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손해배상범위에 대해 “피고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당시 19세의 대학생인 원고가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의 당시 나이와 직업, 불법 구금된 기간, 피고의 불법행위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위자료는 2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6일 중앙정보부에 의해 20여일간 불법 구금됐던 최OO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2012다48824)에서 “국가는 최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ㆍ무효로 선언됐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해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변 “대법원 긴급조치 판결, 또 정의 외면하고 유신의 품에 안겼다”
“대법원은 법률가로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법원의 존재 의의를 의심케 하는 판결을 했다” 기사입력:2015-03-27 14:19:06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ㆍ반론ㆍ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law@lawissue.co.kr / 전화번호:02-6925-0217
메일:law@lawissue.co.kr / 전화번호:02-6925-0217
주요뉴스
핫포커스
투데이 이슈
투데이 판결 〉
베스트클릭 〉
주식시황 〉
항목 | 현재가 | 전일대비 |
---|---|---|
코스피 | 2,972.19 | ▲21.89 |
코스닥 | 779.73 | ▲4.08 |
코스피200 | 398.86 | ▲3.68 |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 현재가 | 기준대비 |
---|---|---|
비트코인 | 145,292,000 | ▼305,000 |
비트코인캐시 | 638,000 | ▼8,500 |
이더리움 | 3,498,000 | ▼2,000 |
이더리움클래식 | 22,940 | ▼40 |
리플 | 3,003 | ▼9 |
퀀텀 | 2,736 | ▼6 |
암호화폐 | 현재가 | 기준대비 |
---|---|---|
비트코인 | 145,336,000 | ▼346,000 |
이더리움 | 3,498,000 | ▼5,000 |
이더리움클래식 | 22,930 | ▼40 |
메탈 | 940 | ▼3 |
리스크 | 550 | ▼1 |
리플 | 3,004 | ▼6 |
에이다 | 840 | ▼2 |
스팀 | 173 | ▼0 |
암호화폐 | 현재가 | 기준대비 |
---|---|---|
비트코인 | 145,230,000 | ▼310,000 |
비트코인캐시 | 639,000 | ▼9,500 |
이더리움 | 3,496,000 | ▼2,000 |
이더리움클래식 | 22,930 | ▲10 |
리플 | 3,003 | ▼9 |
퀀텀 | 2,740 | ▼5 |
이오타 | 228 | ▲1 |